‘유서를 쓰듯이 시를 쓴다’. 이런 말을 과장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다. 죽지 않으려고 시를 쓰고 ‘언어의 지비紙碑’를 뗏목 삼아 삶이라는 처절한 쓰나미와 맞설 준비를 하며 새로운 생명을 향하여 울울창창 다시 일어선다.
그녀의 이 내면의 유출들은 뜨거운 고백시의 형식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의 일방적 노출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책벌레로 보이는 그녀의 능숙한 문학적 장치들이 활발하게 텍스트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는 풍부한 문학적, 문화적 인유들과 극적 독백, 대화적 엇갈림, 어조의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힘 등이 그녀의 시 텍스트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 개인의 고백은 한 여성의 닫힌 고백이 아니라 이 콘크리트 사회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는 무수한 다른 여성?자아들을 눈물과 피로써 이어주는 복수複數적 고백의 울림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문단의 크라잉 시스터즈Crying Sisters 계열에 유숙렬 하나를 덧붙이는 즐거움도 개인적으로는 아주 유의미했다.
김승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