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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엄마들은 자신이 엄마가 되리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보건대, 그 순간은 보통 화장실에서 맞이하게 된다. 화장실에서 여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작은 종이 막대에 시선을 집중하려 한다. 그때 남자는 화장실 문밖에서 초조해하고 불안에 떨며 기다린다. 결과 때문에 실망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가운데 여자는 축축하게 젖은 그 종이 막대를 무슨 신성한 물건이나 되는 듯 남자에게 내민다. 그러면 남자는 두 손으로 그걸 거의 움켜쥐다시피 낚아챈다.
--- p.7 우리에게는 아무런 계획도,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계획조차도 없다. 함께 결정한 가장 큰 약속이라고는 기껏 주말에 전화하자고 말한 것뿐이었다. --- p.12 정확한 임신 날짜를 알기 위해 나는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통화 중에 내가 울자 산부인과 의사는 기뻐서 우는 거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훌쩍거리면서 [이건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거든요]라고 알려 주었더니, 남자 의사는 [엄청 운이 좋은 행운아]라고 응수했다. 나는 이 작자를 죽여 버려야 하나 산부인과 의사를 바꿔야 하나를 두고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 작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 p.35 의사가 나에게 앉으라고 하기가 무섭게 나는 그에게 콘돔 사고며 사고 발생 열여섯 시간 후가 되는 다음 날 먹은 피임약, 그리고 몰려오는 피곤함, 이상한 예감, 임신 테스트, 두 개의 분홍색 눈금, 아버지가 되려고 하지 않는 아이 아버지, 오늘날 여자들이 누리는 어머니가 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기회,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불안감, 나를 공포로 몰아넣는 한 가지 해결책과 결국 나를 공황 상태로 몰아가는 또 다른 해결책 등 모든 것을 설명한다.--- p.36 나는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낙태를 금지하거나 아니면 낙태가 의무였으면 좋겠다. 나를 강제로 끌고 가서 눕힌 다음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힘껏 빨아들이거나, 내 배를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끄집어낸 다음 도로 배를 꿰매 준다면 좋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나를 끌고 가서 어딘가에 묶어 놓은 다음, 알을 품게, 그러니까 대롱 같은 것을 꽂아 엄마와 아기 두 사람에게 꾸역꾸역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주면 좋겠다. --- p.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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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슬픔이 함께하는 아이러니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인 갖가지 사건들 임신을 기점으로 카미유의 삶은 복잡해진다. 어찌 됐든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하고, 자신과 달리 행복한 임신부들에 둘러싸이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며,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 동안 환희와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이런 미묘한 상황, 역설적인 감정을 위트 있고 간결한 문장으로 그려 내는 솜씨가 놀랍다. 형식도 독특하다.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이 때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고, 때로는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한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숨겨진 욕망, 불안과 의심이 이 안에 담긴다. 마치 일기나 독백을 연상시킨다. 변화무쌍한 감정들, 심각하지만 웃음이 나는 사건들, 배 속 아이를 향해 던지는 가상의 대화들이 토막토막 서로 이어지면서 ‘콜라주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작품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다. 주인공 카미유는 기본적으로 명랑 쾌활한 여성이다. 구김이나 얼룩을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카미유는 유머를 담아 자신의 고통을 객관화한다. 그 지점에서 독자들은 함께 웃을 수 있다. 남자 없이 혼자 찾아간 산부인과, 못마땅해 하는 가족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상황들마저도 유머러스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실제 체험이 녹아 들어간 이야기 ‘모성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과정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은 작가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예정에 없던 임신과 어려웠던 선택의 과정... 작가는 그 생생한 경험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가감 없이 옮겨 적었다. 글을 읽은 독자들은 무엇보다 그녀의 솔직함에 반했다. 임신을 확인한 순간의 좌절과 불안, 자꾸만 선택을 번복하게 만드는 모순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원치 않는 임신’에서 시작된 개인사는 ‘임신과 모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아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으로 발전했다. ‘어떻게 하면 충격을 줄이면서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있을까?’, ‘낙태가 의무였으면 좋겠다’, ‘다 잊고 한 1,000년 정도 잠을 자고 싶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두렵고 불안한 일상은 계속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결심을 번복하던 카미유는 문득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부모’ 혹은 ‘자식’의 입장에서 누구나 묻게 되는 질문을 다루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어느 한 쪽의 선택을 유도하는 가이드의 기능이나 도덕적 교훈 따위는 없다. 임신을 통해 촉발된 알 수 없는 감정들 속에서 카미유는 자신의 강함과 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것은 모성의 본질과도 상통한다. ‘모성의 복잡함’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카미유는 드디어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