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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Special
12 빛과 예술의 향연, 파리 / 장운경 Cine & City 25 ‘나’라는 유령, 일인칭의 감옥 [퍼스널 쇼퍼] / 유의서 31 스스로 움직이는 시네마를 향한 찬가 [홀리 모터스] / 민경은 39 기억으로 만들어진 질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김하나 43 창조하는 카메라로 담아내는 우연, 로베르 브레송 / 이승원 51 혁명의 이미지들 [몽상가들] / 김홍일 Cine Review 영화와 시선 [추락의 해부] 62 #01 감정이 진실을 밀어낼까? / 이흥재 68 #02 무엇을 가리는가? - 쥐스틴 트리에의 법정 드라마 / 하정민 74 #03 누가 그 남자의 등을 밀었는가 / 황석현 시네필 리뷰 80 애니멀 킹덤이 그려낸 알레고리 [애니멀 킹덤] / 우주하 88 일상을 파고드는 사유의 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 임정록 94 [비포 선셋] / 조아침 102 진짜 나를 찾아가는 두 시간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 / 송원빈 110 프랑스(들) [프랑스] / 홍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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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는 ,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삶을 살아온 그들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년의 자신과 마주한다. 끊임없는 대화 덕에 그들이 교감했던 시간은 되살아나 반복한다. 연속이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반복은 순환하며 되돌아오는 시간을 말한다. 계절이 다시 돌아오듯, 추억의 향을 맡으면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듯,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지난한 역사를 되새기듯이 시간은 인간의 정신 속에서 순환하기도 한다. 9년의 시간차가 반복하듯이, 제시와 셀린의 대화는 되풀이되고 둘의 사랑은 반복한다. 그들은 이전의 만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쉬지 않고 걷고, 감독은 긴 호흡의 테이크로 담아낸다. 파리의 모습은 도시의 추억을 반복한다. 둘이 다시 만나게 된 제시의 북토크 장소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주나 반스 같은 유명한 작가들이 문학을 공유했던 곳이다. 센강의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노트르담 성당은 현재 속에 우뚝 솟은 과거의 흔적이다. 한 시기를 빛냈던 작가들의 아지트와, 빛바랜 낡음을 그대로 간직한 성당의 풍경은 지난 시간과 사랑을 되풀이하는 제시와 셀린의 모습이다. 중첩하는 , 가장 철학적인 시간은 중첩하는 시간일 것이다. 제시의 대사처럼 삶은 모든 순간이 겹쳐있다. 현재의 나는 모든 과거의 총체다. 어쩌면 미래까지도. 센강에서 셀린은 말한다. “난 아무도 쉽게 잊은 적 없어.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거든.” 눈앞에 있는 어떤 이를 바라본다면, 그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한 과거가 지나간 모든 인물이 중첩되어 그를 바라본다. 사랑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오버랩된다. 일상에 잊고 있던 기억이 불현듯이 되살아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때는 오지 않은 미래조차 ‘떠오르는’ 순간도 있다. 양자역학의 이론이 아니더라도 시간은 인간의 정신 속에서 계속해서 중첩되고 있다. 영화 속 파리의 풍경 또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있다. 해가 지기 전 필름 속 풍경은 활기차다. 길을 걷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사람들, 물건을 사는 사람들, 지나가는 자동차는 파리의 오래된 거리와 공존한다. 겹겹이 쌓인 시간을 보여주는 도시 파리는 역사와 함께한다. 이처럼 제시와 셀린의 재회는 9년 전의 하룻밤만 아니라 그 전의 유년 시절, 청소년기를 함께 겹겹이 쌓아 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추억과 함께 둘의 사랑을 다시 바라본다. 미완의 , 마침표의 확실한 끝맺음과 달리 쉼표는 완결을 허락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을 의미하는 이 미완의 부호는 잠시 호흡할 뿐이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이들은 헤어지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끝을 맺었다. [비포 선셋]에서 역시 이들의 결론은 모호하다. 제시는 비행기 타러 떠났을까, 아니면 셀린과 함께 파리에 머물렀을까? 그 결론은 다시 9년 뒤의 이야기인 [비포 미드나잇]에서 알게 되겠지만, 나는 보지 않았다. 나에게 이들의 사랑은 미완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파리 또한 미완의 도시다.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의 모습과 닮아있던 시절 나는 이 영화를 접했고, [비포 선셋]을 꿈꾸던 때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이들의 사랑을 아직 완결 짓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 언제 이들의 [비포 미드나잇]을 보게 될지는 미지수다. 제시와 셀린의 대화는 나에게 연속하고, 반복하고, 중첩되며, 미완이다. ‘,’ 같은 시간은 지금도 계속해서 흐르고, 이 글을 쓰는 순간은 과거가 되어 내 모든 순간에 중첩되고 있다. 또 다시, ---「조아침의 ‘비포 선셋’」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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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도시, 그리고 시선의 탄생
영화를 통해 파리를 다시 읽다 ─ 『시네필리아 리뷰 2026년 봄호』 1. 영화의 시작점, 파리라는 원형적 공간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의 재현을 넘어, 시대와 도시,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네필리아 리뷰 2026년 봄호』는 그 거울을 통해 ‘파리’라는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기록이다. 영화가 탄생한 도시이자 예술과 혁명의 상징인 파리를 중심으로, 이 책은 영화와 도시, 인간과 시선이 어떻게 교차하고 확장되는지를 정교하게 풀어낸다. 특히 이번 호는 ‘시즌Ⅱ’의 출발점으로 파리를 선택하며, 단순한 도시 소개를 넘어 영화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파리를 재해석한다. 파리는 단지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라, 수세기 동안 축적된 역사와 혁명, 인간의 욕망과 사유가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이 책은 그러한 파리를 영화 속 이미지와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가 어떻게 예술적 상징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로 영화를 상영한 순간부터, 파리는 ‘빛을 기록하는 예술’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영화사에서도 파리는 끊임없이 재현되고 변주되며, 시대의 감정과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는 중요한 무대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그러한 흐름을 따라가며, 파리를 ‘영화의 기원’이자 ‘해석의 공간’으로 다시 정의한다. 2. 하나의 도시, 수많은 시선 ─ 해석의 확장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하나의 도시를 단일한 의미로 고정하지 않는 데 있다. Cine Special, Cine & City, Cine Review로 이어지는 구성은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며 하나의 거대한 해석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독자는 파리를 ‘하나의 정답’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읽어 나가게 된다. [퍼스널 쇼퍼]는 보이지 않는 세계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존재의 불안을 통해 파리를 유령 같은 도시로 그려내고, [홀리 모터스]는 영화 자체를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바라보며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확장시킨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기억과 내면의 질서를 통해 파리를 심리적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몽상가들]은 혁명의 시대를 배경으로 젊음과 혼란, 자유의 갈망을 포착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작품과 해석은 파리를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기억·감정·이념이 중첩된 상징적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독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시를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복합적인 해석의 과정인지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3. 영화 읽기에서 삶 읽기로 ─ 사유의 깊이 『시네필리아 리뷰』는 단순한 영화 해설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이 진정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영화를 통해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추락의 해부]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은 하나의 사건이 얼마나 다른 진실로 읽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인간 관계 속에서 감정과 진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드러낸다. 서로 다른 필자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동일한 사건을 해석하며,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또한 ‘시네필 리뷰’는 독자의 참여를 통해 영화 읽기의 확장을 보여준다. 인간이 변화하는 알레고리, 일상의 사유를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 등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이 책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의 내면, 사회의 구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는 더 이상 스크린 속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삶과 연결된 하나의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편재되지 않는 시선을 향하여 『시네필리아 리뷰 2026년 봄호』는 ‘하나의 시선’이 아닌 ‘열린 시선’을 지향하는 책이다. 특정한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를 읽고, 인간을 이해하며, 결국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다. 빛의 도시 파리를 통해 펼쳐지는 이 깊은 탐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선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