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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천천히 지나갔다. 사방은 조용하기만 했다. 거실에서 시계가 열두시를 쳤다. 방마다 시계들이 잇따라 열두시를 알리더니 다시금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게르만은 차가운 벽난로에 기대어 섰다. 그의 마음은 평온했다. 마치 위험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처럼 그의 심장은 차분하게 고동쳤다. 시계는 새벽 한시를 치고 또 두시를 쳤다. 멀리서 마차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에 휩싸였다.
마차는 가까이 오더니 멈추었다. 철커덕 하고 발판 내려지는 소리가 들리자 집안이 술렁거렸다.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말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집안에 불이 밝혀졌다. 세 명의 늙은 하녀가 침실로 뛰어 들어오고 인사불성이 되다시피 한 백작부인이 들어와 볼테르 식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게르만은 문틈으로 살펴보았다. 리자베따 이바노브나는 그의 앞을 지나갔다. 게르만은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밟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양심의 가책과도 흡사한 어떤 것이 반향하는가 싶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는 온몸이 돌처럼 굳어져버렸다. --- p.157 : 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