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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145*205mm
ISBN13
9791196727963

출판사 리뷰

『데모쓰테네쓰』에 대하여

『데모쓰테네쓰』는 1921년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저본은 일본의 교육자이자 저술가인 토도키 와타루十時弥가 1901년에 출간한 『デモスセネス』이며, 이를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번안하여 발행하였다. 판권지 ‘저작자’ 란에는 한성도서주식회사와 그 대표자인 장도빈의 이름이 기재되어있으나, 여러 외적 증거들을 통해 실질적인번역가는 당시 한성도서의 주요 번역자였던 김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책은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의 부상으로 인해 국내외 정세가 혼란해진 그리스의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태어난 데모스테네스의 활동사를 출생 시점으로부터 시간순으로 충실하게 따라가며 진행된다. 데모스테네스의 삶은 마케도니아라는 강력한 외세의 출현 앞에서 자유와 주권을 지키려했던 그리스의 마지막 분투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말 그대로, “그의 생애는 그리스 정신의 발현이며, 그의 행동은 당시 형세의 반영(제1장 12)”이었다. 책은 필리포스 2세의 남진 과정, 아테네와 올린토스의 동맹, 카이로네이아 전투, 크란논 전투와 같은 지중해 세계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생생하게 서술한다. 가장눈에 띄는 점은, 사건들 사이사이에 〈필리포스 반대 연설〉이나 〈올린토스 연설〉, 〈화관에 대하여〉와 같은 데모스테네스의 대표 연설들을 직접 인용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삽입했다는 것이다. 이 연설들은 그리스어 원문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당시 독자들의 눈높이와 상황에 맞게 설득력있는 한국어 연설체로 번안되었다.

왜 『데모쓰테네쓰』인가?: 한국의 데모스테네스

《데모쓰테네쓰》의 주인공 데모스테네스는 이미 전작 《연설법방》에 등장하여 독자들에게는 익숙하기도 할 인물이다. 《연설법방》의 저자 안국선은 유명한 웅변가들의 처음이 어떠했는지를 살피면서 처음으로 데모스니스(데모스테네스)에 대해 언급했다. 데모스테네스는 선천적으로 말이 어눌하고 혀가 짧아 연설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혀 아래에 돌을 물고 발음을 교정했으며, 바닷가에 나가파도 소리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목소리를 단련했다. 세기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이러한 공부를 축적하여 그리스 제일의 웅변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천 년을 지나 오늘에 이르도록 이 사람에 견줄 만한 자가 없게 되었다.” ㆍ 《연설법방》 최초2이 이야기는 연설이라는 새로운 세계 앞에 선 조선 사람들에게, 공부와 연습을 통하면 누구나 연설가가 될 수 있다고 전하는 격려였다. 실제로, 안국선은 같은 책에서 데모스테네스의 제1차 〈필리포스 반대 연설〉을 발췌하여 독자들이 따라 연습할 만한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억의 《데모쓰테네쓰》는 이처럼 안국선 이래로 이어져오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기존에 조명되지 않았던, 그리스의 국권 회복을 외쳤던 ‘독립투사’ 데모스테네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다. 《데모쓰테네쓰》가 그리는 데모스테네스는 유교적 모범으로서의 의로운 군자이자, 좌절하고 실패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뜻을 포기하지 않은 독립 운동가이다. 이것은 기존의 서양 수용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모습의 데모스테네스, 바로 한국의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 Coreanus다.

왜 ‘데모스테네스’인가? : 데모스테네스의 재발굴과 근대국가의 형성

데모스테네스 수용사를 살펴볼 때, 근대국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데모스테네스가 재발굴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18-19세기 서구에서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자와 문화강국주의자들에 의해 데모스테네스가 다시 역사의 무대로 소환되었다. 19세기 그리스에서는 오스만 제국에 맞서는 독립투사로, 독일에서는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애국자로, 20세기 영국에서는 히틀러에 맞서는 민주주의자로 데모스테네스를 내세웠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했던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은 모든 연설가와 정치가의 모범으로 데모스테네스를 추종했다. 이처럼 데모스테네스의 재발굴은 근대 각국의 정치적 상황과 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이루어졌다. 한편, 20세기 동아시아의 격변하는 역사적 상황 역시 데모스테네스를 요구했다. 『デモスセネス』의 저자인 토도키 와타루에게 데모스테네스는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남진을 경고해주는 예언가이자 일본의 구원자였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사뭇 달랐다.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자, 이제는 일본이 아시아의 마케도니아가 되어 본격적으로 한국을 병합하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들은 데모스테네스로부터 이미 멸망한 국가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극과 영감을 주는 독립 운동 지도자의 모습을 읽어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민중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한국인들이 가장 간절히 동의하고 열망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왕정과 제국주의적 지배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연설가이자 독립운동가의 모범으로 받아들여졌던 데모스테네스는 한국의 정치와 사상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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