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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한 순간들 6
피그랜드 294 영재의 드라마 584 옮긴이의 말 6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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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던진 그 초대를 거절하고 계속 살던 대로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술에 취한 사람처럼, 눈먼 사람처럼, 바보처럼, 자기가 품은 아주 작은 몫의 행복이 충분하다고 믿으며 터벅터벅,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았겠지. 그러나 여자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그럼, 좋지”라고 말한 덕분에, 지금 그녀는 이 자리에 와 있었다. 낯설고 아이러니한 세계의 한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은 채. 처음 느껴보는 그 아이러니는, 예전에는 먹어볼 수도 없었던 여름 과일처럼 희한하게 맛이 좋았다. 머지않아 그녀와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러니로 보내게 될 테고, 그래서 아무리 무구한 질문이라도 살짝 비하하듯 말을 꼬지 않고서는 답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그러다가 금세 쌀쌀한 비하는 누그러질 테고, 아이러니에 진지함이 배어들 테고, 세월이 순식간에 훌쩍 흘러버릴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곧 그들은 훨씬 더 둔하고 뻔뻔스럽고 이미 최종 결정이 내려진 어른의 자아로 성숙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는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져 버렸으니까.--- p.9~10쪽
줄스의 기분은 더 축축 처졌다. 애시와 이선에게는 그들의 호불호를 모조리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개인 셰프가 있었다. 여기, 이 작은 부엌에서, 데니스는 사람들의 신체 부위에 발라진 따뜻한 젤을 따라 트랜스듀서를 꾹꾹 눌러 대며 하루를 클리닉에서 보낸 뒤,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캐널 스트리트에서 발견한 중국 재료로 요리를 했다. 그는 힘들게 치킨을 요리했고, 그녀는 재니스 클링과 그 앞에 왔던 고객들을 상대하며 힘들게 일했다. 반면 콜로라도 주 콜 밸리에 있는 피그먼과 울프 목장은 온통 자선과 사업으로 펄떡펄떡 세동하고 있었다. 애시와 이선은 빈둥거리거나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그들이 손을 대면 무슨 일이든 환상적으로 돌변했다. 치킨을 요리하더라도, 그걸로 소대륙을 다 먹이고도 남았으리라. 줄스는 아무리 닦아도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는 부엌 타일에 양말 신은 발을 올려놓았다. 값싼 타일이라서 박박 닦고 또 닦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집 안 구석은 돈이 충분치 않거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걸 드러내는 누리끼리한 우윳빛이었다. 매주 와서 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 타일을 닦아주는 구부정한 여인 따위는 없었다. 해묵은 이선과 애시에 대한 질투심이 이렇게 농축되어 새삼스럽게 터져나오자 줄스는 부끄럽고 굴욕적인 사람이 되었다. 애시와 이선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을 지닌 아들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편지에는 이 얘기가 나오지 않지만, 그걸 받아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터였다. --- p.78~79 대학 시절 이후 시내를 다니다 보면 줄스는 스피릿인더우즈 동기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가 간간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니면 애시가 캠프 동기를 만날 때마다, 그들은 서로 전화를 걸어 극적인 목소리로 “나 오늘 봤어”라고 말하곤 했다. 스피릿인더우즈에 다녔던 사람들은, 심지어 거기서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더라도, 예술과 예술적 가능성으로 충만한 세계를 대변했다. 그러나 이 대학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과 전혀 딴판으로 느껴졌다. 예술이 여전히 중심에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도 걱정해야 했기에, 돈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업신여기는 태도를 취했다. 스피릿인더우즈 때처럼 한곳에 집중되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확산되었고, 친구로서 여전히 가까웠지만 혼자 있을 때는 전혀 다른 풍광의 세상을 접해야만 했다. --- p.121 이선은 마음속으로 그해 초여름, 제각기 영재성을 가진 것 같다면서 모였던 여섯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따져보았다. 하나는 솜씨 좋고 성실한 무대감독이 되어 마침내 성공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부모의 재산과 배우자의 재산이 없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럴 리 없다. 하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음악 재능을 차단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나는 무용에 심오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생물학의 실수로 일정 나이가 지나서는 그 재능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는 매력적이고, 특별하고, 게으르며, 무엇이든 만들어낼 잠재력을 지녔지만 그걸 망가뜨리고 싶어 하기도 했다. 또 하나, 이선 자신은 사람들이 리뷰와 프로필에서 말하듯이 ‘진정한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 부잣집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그가 지닌 재능은 확실히 그의 것이었기에 시간이 흐르며 차츰 성공했다. 성공할 길이 나타나기 전에도 재능은 존재했다. 하지만 재능이란 타고난 것이고, 월리 피그먼이 신발 상자에서 작은 행성 피그랜드를 발견한 것과 똑같이, 이선도 어느 날 그림을 그리다가 그저 발견한 것이기에 그것이 칭찬받을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웃길 만큼 잘해내지 못해서 다른 분야로 옮겨 가 예술이 아닌 기술을 얻은 친구가 있었다. 줄스의 내담자들은 줄스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늘 줄스에게 선물을 가져왔고, 상담이 끝나면 따뜻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줄스는 아직도 자신의 처지에 실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선은 줄스가 다른 일을 하게 되기를 원했고,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적용하는 힘에 따라, 경제 사정과 성향에 따라, 그리고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힘, 운에 따라 재능은 너무나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 p.485~486 “이선, 이 일에 애시를 끌어들여야 해. 애시는 자기가 책임지고 싶어 할 거야. 널 돌봐주고 싶어 할 거라고. 그게 애시가 하는 일이잖아.” 이선의 얼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은 달라.”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뿐이야”라고 말했다. “난 아니야.” “아니, 너 맞아.” 계속 그렇게 대꾸할 수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좋아, 알았어, 나야. 나밖에 없고 언제나 나밖에 없었어. 이 삶이 여기 이렇게 펄떡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난 그 삶을 선택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줄스는 깨달았다. 솔메이트하고 결혼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인터레스팅스’와 결혼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언제나 눈부시고 화려한 사람, 불꽃놀이를 펑펑 터뜨리는 사람,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거나 모두가 자기와 자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아니면 기립박수를 받는 연극을 쓰고 직접 출연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 관념 자체에 이제는 강박적으로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튼, ‘흥미롭다’는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녀에게는, 이미 달라졌다. --- p.676~677 스테이플러로 묶은 종이다발은 제이컵슨 보이드 아파트의 현관 테이블에 2~3일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매년 애시와 이선이 보낸 크리스마스 편지가 놓여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줄스는 선 채로 다시 한 번 이선의 드로잉들을 보았다. 그리고 결국 인생의 그 시기에 해당하는 몇 가지 기념품을 보관해 둔 거실 서랍장에 넣었다. 연달아 세 번의 여름 시즌에 해당하는 스피릿인더우즈의 졸업 앨범이 아이들의 사인들을 담고 있었고, 두 번째 여름 캠프 참가자 전원이 찍은 항공사진이 있었다. 그 속에서 이선의 발은 줄스의 머리에 꼭 닿아 있었고, 줄스의 발은 굿먼의 머리에 닿아 그렇게 계속계속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결국 늘 그렇게 되지 않았던가? 우리 몸의 신체 부위들은 마음대로 정렬되지 않았고, 전부 살짝 어긋났고, 세상은 갈망과 질시와 자기혐오와 허세와 실패와 성공이 애니메이션 시퀀스처럼 흘러가는 듯이 느껴졌고, 낯설고 끝없이 이어지는 그 도돌이표 같은 만화에서 우리는 도저히 눈길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지 않았던가. 왜냐하면 이제는 알게 된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건 너무나 흥미로웠으니까. --- p.694-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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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가 선정한
“다음 생일을 맞기 전에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소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독자 리뷰 2천 개에 달하는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미 주요 언론 매체가 격찬한 화제의 작품 “남성과 여성, 청년과 중년,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등 여러 캐릭터들의 감정과 욕망을 따뜻하면서도, 매우 통찰력 있게 담아냈다. 은근하고 젠체하지 않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작가 본인의 생각을 풀어낸다.” [뉴욕 타임스] “『인터레스팅 클럽』은 메그 월리처가 동시대 작가들 가운데 최고의 반열에 올랐음을 확신케 하는 작품이다. 그 문학적 작품성은 조너슨 프랜즌이나 제프리 유제니디스에 견줄 만하다. 작품 속에 포착된 매우 인간적인 일상의 순간들은 우리에게 거대한 담론보다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여성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소설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재능의 가능성을 두고 불안해하던 청춘의 시절을 지나 저마다의 자리를 찾은 중년이 되기까지, 그들이 회상하는 인생의 생경한 순간들 메그 월리처의 아홉 번째 소설이자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인터레스팅 클럽』은 출간 즉시 화제를 일으키며, [뉴욕 타임스](“따뜻한, 매우 통찰력 있는 작품”) [USA 투데이](“자신만만하게 종횡무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NPR](“흥미롭고 직관적이며, 생생하게 쓰였다”) 등의 호평을 받았고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서 ‘이 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소설가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에 비견되는 역작이라고까지 호평했고, 오프라 윈프리가 펴내는 [O, 오프라 매거진]에서는 “다음 생일을 맞기 전에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소설”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1974년 ‘스피릿인더우즈(Spirit-in-the-Woods)’라는 청소년 예술캠프에서 만난 여섯 명의 청소년들이 중년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은 삶의 단면을 차례차례 비춰나간다. 그리고 재능에 대한 기대와 실망, 사랑과 우정의 불분명한 뒤섞임을 지나, 돌아보면 저마다 흥미로웠던 인생의 한때를 포착하고 있다. 메그 월리처의 『인터레스팅 클럽』은 각자의 삶 속에 찾아오는 결정적인 한 순간에서 시작한다. 가난한 농장 주택에 살고 있지만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예술캠프에 참가해 여태껏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열다섯 살 줄스는 그곳에서 연극 연출가를 꿈꾸는 애시, 애시의 오빠이자 불안하고 위험한 미소년 굿먼, 전설적인 포크송 가수인 어머니로부터 받은 음악적 재능을 트라우마 때문에 썩히고 있는 게이 소년 조나, 무용수를 꿈꾸지만 가슴이 너무 커서 그 꿈이 불투명해 보이는 캐시,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천재적인 애니메이션 작화 재능을 타고난 이선을 만난다. “우리 매년 여름 여기서 이렇게 만나자. 우리 모임에 뭔가 이름을 붙여야겠는데.” “우리가 얼마나 말도 못하게 흥미로운지 온 세상이 다 알도록?” _10쪽 줄스가 참여한 예술캠프 ‘스피릿인더우즈’는 예술가 지망생들에게는 유토피아와 같은 곳이다. 줄스를 비롯한 애시, 굿먼, 조나, 캐시, 이선은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제일 끼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인터레스팅스’라는 이름의 모임을 결성한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겠지만 바로 이날, 줄스를 포함한 인터레스팅스 멤버들은 평생지기를 얻었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캠프에 참여해 세 번의 여름을 함께 보낼 때까지만 해도 인터레스팅스 멤버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생경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저마다의 특별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집안형편과 사회적 계층, 사건사고, 인간관계들로 인해 인터레스팅스 멤버들의 인생 좌표는 크게 달라진다. 예술적 재능은 성공과 좌절로 갈리고, 순간의 결정들은 삶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특별함에 가려진 평범한 삶의 가치 “특별함은 모두가 원하는 거잖아. 그렇지만 젠장, 대부분의 사람한테는 재능이 없다는 거, 그게 가장 본질적인 거 아냐?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해. 자살이라도 해?”_655쪽 인터레스팅스 멤버들 가운데 예술적 재능이 장래를 결정한 사람은 이선과 애시, 딱 두 사람뿐이었다. 굿먼과 캐시는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멤버들과 멀어졌고 조나는 아예 이공계로 진로를 틀어 MIT에 진학해 졸업 후에는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만들었다. 줄스는 20대까지는 희극 배우의 꿈을 접지 않고 애시와 함께 연극학교를 다녔지만, 애시와 달리 본인에게는 재능을 펼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리치료사가 된다. 이선은 오빠 굿먼의 일로 몹시 괴로워하던 애시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다가 그녀의 연인이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에까지 이른다. 애시는 페미니스트 연극 연출가로, 이선은 [심슨스]에 맞먹는 걸작 [피그랜드]를 탄생시킨 애니메이터로 성공해 명예와 함께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어들였고, 아동 노동 반대를 위한 기부 단체도 운영하고 있었다. 줄스는 평생지기 친구로서 이선과 애시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한편으로 불쑥불쑥 치솟는 질투감과 자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녀 곁에는 우울증을 극복하고 초음파 기술자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남편 데니스가 있고, 본인도 내담자들이 의지하는 좋은 심리치료사로 자리 잡았지만, 애시와 이선과 같이 예술적 재능을 살린 ‘특별한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에 항상 어느 정도의 공허함을 느낀다. 줄스는 본인도 애시처럼 유년기부터 문화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랐으면 어땠을지, 이선처럼 가난한 아마추어 시절 누군가(이선의 경우는 장인)로부터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곤 했다. 줄스는 어느 날 남편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난 늘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언제나 돈이 문제였는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계급’이거나. 아니 정확히 말해 계급이 아니라 연줄일 수도 있고.” 그러나 저자 메그 월리처가 『인터레스팅 클럽』을 통해 재능을 미처 펼치지 못하고 좌절감에 빠진 한 여인의 뒤틀린 심정만을 그리려던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터레스팅스 멤버들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재능에 대한 기대 없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데니스라는 인물을 줄스의 곁에 두었다. 애초에 줄스는 주변의 예술가 지망생들과 달리 “검은 머리에, 덩치가 크고, 남성적이고, 세련된 미학에 대한 사적인 욕구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꾸밈’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데니스에게 매혹됐다. 줄스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본인의 예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인터레스팅스에서 비롯된 환상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만들어준 이가 바로 그였다. 줄스는 데니스가 재발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을 견뎌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차츰 깨닫는다. “솔메이트하고 결혼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인터레스팅스’와 결혼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언제나 눈부시고 화려한 사람, 불꽃놀이를 펑펑 터뜨리는 사람,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거나 모두가 자기와 자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아니면 기립 박수를 받는 연극을 쓰고 또 직접 출연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 관념 자체에 이제는 강박적으로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튼, ‘흥미롭다’는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녀에게는, 이미 달라졌다.” _676쪽 게다가 정말 특별해 보이던 애시와 이선 커플도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선은 자폐-스펙트럼 증후군 진단을 받은 아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애시는 법적인 처벌을 피해 숨어 사는 굿먼 때문에 골머리를 썩인다. 저자는 인물들의 꿈으로 충만했던 10대 시절부터 질곡의 세월을 거쳐 성숙해진 50대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그리며, 그 어떠한 인생도 결코 가볍거나 평범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개인의 삶과 현대사의 흐름이 맞물려 돌아가는 일상의 대하드라마 “그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닉슨이 축축하고 느릿한 자취를 남기고 휘청거리며 하야할 테고, 주인장이 식당에 질질 끌고 들어와 설치해놓은 낡은 파나소닉 텔레비전으로 캠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그 장면을 지켜볼 테다.”_12쪽 소설 『인터레스팅 클럽』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코드는 바로 세월의 흐름 속에 녹아 있는 온갖 사회적, 역사적 사건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10대 시절 인터레스팅스 모임을 결성하고 쉰 살을 훌쩍 넘을 때까지, 저자는 인물들의 개인적 삶의 행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현대사를 이루는 여러 사건들을 함께 다뤘다. 개별의 삶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데, 그 당시 사회역사적 흐름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술캠프 ‘스피릿인더우즈’의 주인은 “늙어가는 사회주의자들의 작고 쇠락하는 세계 속에서 전설로 통하는 연로한 사회주의자 매니와 에디 운덜리히”이며, 매해 캠프에서 공연하는 조니의 엄마 수재나와 그의 동료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곡을 써서 당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굿먼과 캐시가 인터레스팅스에서 떨어져나가게 한 사건 당일은 건국 200주년 전야로, 이선은 저물어가는 1975년을 마치며 본인의 카툰에 베트남에서 미국의 실패와 군사적 후퇴 장면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인터레스팅스 멤버들은 연락이 끊겼던 캐시를 9.11 테러 사태 이후 그와 관련된 뉴스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난다. 히피들이 자유와 반전을 부르짖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2000년대에 이르는 동안, 사회문화적 기표들은 직간접적으로 인터레스팅스 멤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메그 월리처는 각 인물들과 현대사 속 여러 사건들을 어색하지 않게 잘 맞물려 풀어냄으로써 시대의 대기 속에 젖어드는 개개인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인터레스팅 클럽』 속 인물들은 나와 우리를 닮아 있다. 작품에는 젊음이라는 뜨거운 열기에 힘을 받아 마음껏 솟아올랐던 꿈의 궤도를 다시 현실에 맞게 조정하거나 아예 틀어버리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우리의 삶이 겹쳐진다.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들여다보면 너무나 흥미로운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터레스팅 클럽』은 그 자체로, 너무나 흥미진진한 소설인 것을.”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