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_ 담바고를 말하다1부 담배의 도래1. 이름의 기원: 담바고, 그 연기의 이름[깊이 읽기 1] 담배를 한 글자로 만든다면2. 담배의 유입: 신세계 향초의 도래3. 중국으로 전파: 황제도 못 말린 청나라 군대의 망우초 사랑[깊이 읽기 2] 담배의 전설4. 고급 담배 지사미: 지사미 전성시대2부 원하고 원망하다5. 말세의 취미: 술과 차를 뛰어넘는 기호품 세계의 새 왕좌6. 애연가의 계보: 골초의 탄생[깊이 읽기 3] 용고뚜리, 철록어미7. 금연론자의 계보: 금연을 실천한 명사들8. 흡연의 이유: 아는 사람만 아는 담바고 ‘땡기는’ 순간[깊이 읽기 4]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9. 남령초 책문: 애연가 정조의 흡연 권장3부 명품과 취향10. 조선의 명품: 테루아르의 맛 ‘진삼미’11. 담뱃대 미학: 장죽의 품격, 곰방대의 다정함12. 흡연도구와 공예예술: 궁극의 사치13. 의학적 효용: 약초, 독초, 혹은 취미의 문제[깊이 읽기 5] 담배 먹고 자결하다14. 코담배: 가루를 마시고 재채기를 하다4부 담배와 모럴15. 흡연논쟁: 담배는 불온하다16. 미풍양속의 파괴자: 이성을 유혹하고 부모를 멀리하게 하는 요물17. 이덕무의 흡연 예절: ‘식후땡’에도 예의가 있어야지[깊이 읽기 6] 이옥과 이규경의 흡연 에티켓18. 흡연 규범의 확립: ‘맞담배’와 교내 흡연을 불허하노라19. 여성과 아동의 흡연: 장죽 문 아이, 부뚜막에 걸터앉은 계집종20. 기생의 흡연: 기생의 손에는 왜 항상 담뱃대가 들려 있나5부 담배와 경제21. 17세기의 국제 담배 무역: 수지맞는 거래, 은밀한 협상22. 동아시아 3국의 담배 교류: 조선의 일본 담배, 중국의 조선 담배23. 생산과 판매: 곤궁한 선비가 끼니를 잇는 법24. 거래와 유통: 담배 가게 아저씨는 부자라네25. 담뱃값과 전매제: 출렁이는 담뱃값과 담배에 세금 매기기6부 예술 속 담배26. 『춘향전』과 담배 문학: 춘향이 옥수로 담배를 권하노니27. 담배의 한평생: 가전 「남령전」의 세계28. 끽연시와 노래: 오직 ‘너’뿐인 담배를 노래하다29. 담배와 회화: 그림 속 담배[깊이 읽기 7]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7부 구한말 흡연 문화의 격변30. 위정척사파의 금연운동: 나라를 위해 담배를 끊다31. 전통 흡연 문화의 소멸: 장죽의 슬픈 운명, 침투된 평등으로서의 권연32. 구한말 이후 연초회사: 근대적 연초회사의 등장과 전매맺음말_ 한중일의 담배 문화 연구가주참고문헌찾아보기
|
안대회의 다른 상품
|
“천지도 노망하여 요물을 만들었으니 이 역시 천수(天數)로다”유교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풀아무리 많은 이가 담배에 매혹되었다고 해도 조선 사회는 남녀유별과 상하의 질서가 지엄한 유교 사회였다. 질서를 파괴하는 요물인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아예 가법으로 정한 유학자 집안도 적지 않았다. 조선시대 담배에 대한 지식을 『연경』이라는 책으로 정리했던 이옥도 “지금 남자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고, 부녀자들 역시 모두 피우며, 천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피운다. 온 세상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여성과 낮은 계층까지도 흡연을 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이옥은 『연경』에서 흡연자의 밉상스러운 자세를 여섯 가지 항목으로 꼽았는데, 그중 절반이 여성과 아이의 흡연에 관한 것이었다. 담배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는 상황은 유교 사회에서 못마땅했을 터다. 어린아이가 한 길이나 되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운다. 또 가끔씩 이빨 사이로 침을 찍 뱉는다. 미워 죽겠다! 다홍치마를 입은 규방의 부인이 낭군을 마주한 채 유유자적 담배를 피운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젊은 계집종이 부뚜막에 걸터앉아 안개를 뿜듯이 담배를 피워댄다. 호되게 야단쳐야겠다! _275쪽신윤복의 풍속화에서 볼 수 있듯이 기생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유혹의 상징으로 굳어졌고, 담뱃불을 빌린다는 핑계로 불륜이 시작되기도 했다. 남녀가 말을 트고 양반이 채신없이 상민에게 담배를 빌리는 지경에 이르는가 하면, 부모 앞에서는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가 없으니 차라리 분가해서 살고자 하는 자식까지 생겼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에도 담배를 피워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는 조선 사회에서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돈 아껴 사지 않으면 무얼 사시려우?”돈 되는 담배 이야기와 담뱃값에 세금 매기기경제적인 이득 면에서도 담배는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원론주의자들은 담배의 해악을 들어 담배 금지령을 내려달라 국왕에게 요청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청나라 동북부 지방의 거대한 담배 시장에서 흡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산 담배였다. 담배가 들어온 지 10여 년 만에 흡연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담배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떠맡았고, 이후 20세기까지 그 역할을 놓아본 적이 없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조선산 담배는 큰 인기를 끌었기에 곤궁한 선비들도 이득을 좇아 담배 농사를 지었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사는 고단(孤單)한 사내의 경우를 보자. 송곳 꽂을 땅조차 없으니 관아의 부역과 끌어다 쓴 사채는 아무리 해도 갚을 대책이 없다. 쟁기를 들고 산에 들어가 따비밭에 불을 지르고 흙덩이를 부숴 개간한다. 게알같이 작은 담배씨를 뿌리자 봉황 꼬리 같은 담뱃잎이 쭉쭉 커나간다. 오곡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나 담배는 벌써 시장으로 내간다. 손대중으로 근량을 따져서 금전을 얻는 사람이 많다. 등짐으로 져 나르고 머리에 이고 와서 파는 물건치고 이 담배보다 이익이 큰 것이 없다. 빚진 돈을 갚아주고 밀린 세금을 내고 나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처자식은 기뻐 죽겠다는 얼굴빛이고, 난폭한 아전은 공갈치던 위세를 잃는다. 더이상 다른 곡식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아도 한 해가 다 가도록 죽은 끓여 먹을 수 있다. 이것이 담배 농사 짓는 이로운 점이다. _324~325쪽많은 이익이 남는 담배는 포기할 수 없는 특용작물이었다. 하지만 담배가 전국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비옥하고 기름진 농지가 점점 담배밭으로 변해가자 식량 부족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에 담배의 생산과 판매에 세금을 징수한다거나 전매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조선에서는 흡연과 담배 재배에 대한 금지령이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국제 무역을 통해 담배 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이 창출됐기 때문이었다. 왜란과 호란 양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경제난 속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패전국으로서 청나라가 강제하는 물질적 요구를 충당하는 데 담배는 일종의 협상 도구로 쓰여 경제적 역할 이상의 역할까지 도맡았다. 17세기 조선에서 담배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큰일날 보배 같은 생산품이었다. 담배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국가의 대책은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나라가 망하면 인민도 망하나니 힘쓸지어다 우리 동포여!”구한말 전통 담배 문화의 소멸융성했던 전통 담배 문화도 일제의 침략 앞에서 급격히 흔들렸다. 옛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죽이 점차 소멸해갔고 근대적 연초회사가 등장했다. 일제는 장죽으로 담배를 피우는 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규정하고 종이에 만 담배인 지권연을 소개했다. 간편하고도 색다른 권연이 유행하면서 한때 동아시아를 풍미했던 썬 담배는 점점 명성을 잃었다. 별다른 상표 없이 성천초, 진안초, 삼등초 등 원산지명으로 인기를 끌었던 담뱃잎은 일본 무라이제 ‘히로’ 같은 제품의 등장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장죽에 꾹꾹 담뱃잎을 담아 여유롭게 연기를 내뿜던 풍경도 옛이야기가 되어 사라져갔다. 일제강점기 이후 유행은 빠르게 바뀌었지만, 조선인들도 나름대로 변화와 도전을 계속했다. 1883년에는 순화국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서양식 담배의 제조와 수출을 도모했고, 조선 실업가들도 하나둘 연초회사를 설립했다. 그렇게 생긴 연초회사가 여러 곳이 대한제국기까지만 해도 서로 경쟁하며 민족자본의 회사를 운영해갔다. 하지만 일제는 점진적으로 전매제도를 실시하다가 1921년에는 ‘조선 담배 전매령’까지 내려 담배 사업마저도 강탈했다. 이후 연초전매령 위반자를 단속하거나 위정척사파들이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금연운동을 벌이는 등 담배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졌다. 그렇게 담배는 17세기 초 이래 한반도의 운명뿐 아니라 역사, 문화적 맥락을 헤쳐가며 살아남아 오늘날에 이른다. 한때는 기호품 중 최고로 여겼던 담배는 이제는 뒷방 신세다. 술에, 커피에 위상을 뺏긴 지도 오래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서 담배가 만들어간 새로운 풍경과 사회의 변화상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풍성하고도 매혹적인 연기로 독자를 유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