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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7
옮긴이의 말 173 |
Hitomi Kanehara,かねはら ひとみ,金原 ひと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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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혀에 홀딱 빠졌다. 그렇다. 두 갈래로 갈라진 그의 가느다란 혀에 나는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 왜 그렇게 강하게 끌렸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이 의미 없는 신체 개조 따위에서 나는 대체 무엇을 찾아내고 싶은 걸까?
--- p.27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그 무엇에도 감상을 표현할 수 없게 된다니, 그렇게 무의미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나는 묘비 따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인간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의식이 없는 육체 따위엔 아무런 흥미도 없다. 내 시체가 설사 짐승들의 먹이로 던져진다 해도 아무 상관 없다. --- p.105 내 등뒤에서 춤추는 용과 기린은 이제 나를 떠나지 않는다. 서로 배신할 수도, 배신당할 수도 없는 관계. 거울에 비친 그들의 눈동자 없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이 녀석들은 눈동자가 없으니 날아가지도 못한다. --- p.116 아무튼 어디에고 빛이 없다는 것. 내 머릿속도, 생활도, 미래도 완전한 암흑이라는 것. 그런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길거리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다 더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문제는 그것을 웃어넘길 수 있는 여력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는 것. --- p.118 미래 같은 건 보이지도 않고,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겠고, 소중한 사람 따위도 없고, 생활이라고는 오로지 술뿐인 나에게 그런 게 이해될 리 없다. 단 한 가지 내가 아는 게 있다면, 아마와 같이 지내오면서 언제부턴가 서서히 아마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것. --- p.123 내 피와 살이 되어줘. 뭐든 전부, 내가 되면 돼. 뭐든 전부, 내 안에 녹아들면 돼. 아마 너도 내 안에 녹아버리면 좋았잖아. 내 안에 들어가 날 사랑하면 좋았잖아. 내 앞에서 사라져버릴 바에야 내가 되어버리면 좋았잖아. 그랬으면 나는 이렇게 외롭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해놓고서 어떻게 날 혼자 두고 갈 수 있어? 어떻게? 어떻게! --- p.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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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텅, 피어싱, 문신, 알코올… 그리고 사랑
파괴와 격정의 시기를 통과하는 세 사람과 의문의 사건 “스플릿 텅이라고 알아?” 주인공 ‘루이’는 클럽에서 만난 ‘아마’라는 남자의 스플릿 텅에 매료되어 그와 동거를 시작한다. 스플릿 텅이란 뱀처럼 끝이 둘로 갈라진 혀라는 뜻. 혀에 피어싱을 한 다음 구멍을 점차 확장시키다 마지막에는 남은 끝부분을 절단하는 것이다. 루이는 아마에게 피어싱과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의 주인인 ‘시바’라는 남자를 소개받아 혀에 피어싱을 하고 등에 문신을 새겨나가면서 아마 몰래 시바와 가학적인 육체관계를 가지기 시작한다. 차갑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디스트 시바, 어리숙하면서도 다혈질인 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싱과 문신에 집착하는 루이의 기묘한 관계가 한동안 지속된다. 아마의 스플릿 텅을 처음 본 순간, 확실히 내 안의 어떤 가치관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순식간에 그 혀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따라 하려는 건 아니다. 어째서 이렇게 피가 끓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스플릿 텅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문 34p) 나는 한눈에 결정했다. 그런 기린이 내 등에 살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하다. 금방이라도 종이에서 튀어나올 듯한 용, 그리고 그 용을 뛰어 넘으려는 듯 앞발을 높이 들어올린 기린. 그들은 내 일생의 반려자가 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본문 89p) 이 아슬아슬한 나날도 잠시,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들 사이에 큰 균열이 생긴다. 완전히 패닉에 빠진 루이는 서서히 음식을 거부하고 술에 의지한 채, 무리해서 피어싱의 크기를 키우고 스플릿 텅 만들기에 몰두한다. 절망이 더해질수록 혀를 찢고 피를 흘리고 울부짖는다. 주변의 만류와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루이는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갈 뿐이다. 세상을 향해 잔뜩 날을 세우고 오직 선명한 아픔만을 원하는 이들의 질주는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갈까. 고통으로만 삶을 감각하는 나날 속 어둠과 슬픔에 잠식된 마음에 빛이 흐르기까지 『뱀에게 피어싱』은 스플릿 텅, 피어싱, 문신으로 겉모습을 무장하고 알코올의존증, 우울증, 자살 충동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긴 채 격정적인 삶의 시기를 통과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고 힘있는 문장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 한편, 피어싱과 문신에 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그저 자극에 그치지 않는다. 그 적나라한 고통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주인공 루이가 품고 있는 투명하고 근원적인 슬픔에 가닿게 된다. 혀 피어싱을 했다. 문신이 완성되고 스플릿 텅이 완성되면 난 그때 무슨 생각을 할까? 평범하게 살아간다면 분명 평생 변하지 않을 것들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것. 그건 신을 등지는 것으로도, 자아를 믿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것도 탓하지 않고 살아왔다. 분명 내 미래에도, 문신에도, 스플릿 텅에도 의미 따윈 없다. (본문 113p)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보고 있는 풍경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도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정한 나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그 어딘가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고통을 느낄 때뿐이다. (본문 131p) 루이는 왜 그토록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루이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심지어 생살을 가르는 피어싱과 문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그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소설 역시 분명한 답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그저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루이는 망가져버린 생의 의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슬픔이든 새로운 희망이든, 그 속에서 답을 찾는 건 이제 읽는 이의 몫으로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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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로 결정된다. 그녀는 분명 ‘가지고 있다’. - 츠지 히토나리 (소설가,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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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힘이 느껴진다. 언어를 치장하거나 심리를 정당화하는 요즘 소설의 폐해를 벗어나,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의 흐름을 거칠지만 힘있는 선으로 그려내 독자의 눈앞에 내밀어 보인다. 최근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문장이다. - 주조 쇼헤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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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뭐야, 또 이런 식의 소설인가’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다시 읽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보다 디테일에 대한 시선의 언어화가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읽은 후에 남는 무언가가 대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세계가 슬픈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어떤 슬픔을 추상화하고 있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재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 미야모토 데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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