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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해님 달님 피리 소년 두꺼비 홍동 마당극 - 고루 화(和) 세상 팔도 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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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집을 지나 밀목에 이르자 어머니는 광주리를 내려놓고, 산 쪽을 향하여 나직이 누군가를 불렀다.
호순아, 나오너라. 수수떡 줄게, 사람들 왼팔 달라지 마라. 그러자 침침한 숲이 버스럭거리고, 나무 사이로 파란 불빛이 나타났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으나, 숲이 움직이고 그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길이가 열 자나 되는 커다란 호랑이였다. 등에 커다란 줄무늬가 어둠 속에서도 뚜렷했다. 그런데 그 호랑이가 머리를 숙이고 몸의 절반이나 되는 긴 꼬리를 흔들면서 어슬렁어슬렁 해님 어머니에게 다가오는 것 아닌가! 밤에 호랑이가 나오면 누구나 기겁을 할 터인데, 어머니는 웃으며 한 손으로는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광주리에서 떡을 집어 호랑이에게 주었다. 호랑이는 꼬리를 툭툭 치며 입을 벌려 떡을 받아먹더니, 머리로 어머니 손을 한 번 비비고 다시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갔다. _「해님 달님」 --- pp. 2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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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편히 사는 곳은 짐승, 벌레,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곳
낙엽과 미생물, 시내와 바위가 맑은 물 만드는 곳 실지렁이, 물벼룩을 먹이로 붕어가 뛰놀고 반딧불이 밤하늘 밝히는 곳 벼 벤 논에 그루갈이를 하거나 물을 받아 놓으면 흰 왜가리가 우아하게 날아오는 곳 집짐승의 두엄과 잘 가꾼 논밭을 고리로 제돌이를 하며 바람, 햇빛, 쓰레기가 동력이 되는 곳 일터와 가게에서 건강한 노동의 냄새가 나는 곳 사람들은 자기 있는 그대로 만족하고 크고 작고 어리고 나이 든 그대로 존중 받으며 하늘과 냇가의 나무와 아름다운 다리가 비치는 맑은 시냇길로 아이들은 학교와 동네를 오가고 어른들은 일터에서 사랑방, 도서관을 오가고 도시 형제가 와서 고향의 정취 한 아름 안고 돌아가는 곳 산과 들과 내에 하느님과 사람이 사는 곳 아닌가? _「두꺼비」 --- p.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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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물과 사람의 ‘화해’ _ 해님 달님
이 책이 들려주는 「해님 달님」은 자연과 짐승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해님이네 집이 있는 산에 사는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해님 어머니가 숲에서 나물을 딸 때면 다가와 재롱을 부리고, 떡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면 용케 알고 나타나 떡을 달라고, 때로는 해님이네 집 앞마당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운 점박무늬 호랑이가 먹이를 찾아 인가로 내려오면서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현감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또 윗사람에게 호랑이 가죽을 상납하기 위해 사냥꾼을 고용한다. 사람들이 호랑이를 공격하자 호랑이 또한 마구 날뛰며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 가운데 해님 아버지는 사냥꾼이 잘못 쏜 총에 맞아 죽고, 해님과 달님은 화가 난 호랑이의 공격 대상이 되나 지혜롭게 호랑이를 물리친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해님 아버지가 생전에 “정월에 호랑이가 새끼를 낳을 때 당집에 큰 돼지 하나 바치면 특별한 호환은 없다.”고 한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것은 해님 아버지가 해님에게, “숯을 굽기 위해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서는 안 된다.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짐승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다.”고 가르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사랑’ _ 피리 소년 「해님 달님」에서 강조한 인간과 자연과 동물의 화해는 「피리 소년」에 이르러서는 친구를 죽이고 참회하는 노스님과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노스님을 찾은 한 아가씨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사랑으로 발전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평생 부르는 노래가 사랑인데, 거기엔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사랑 때문에 원수처럼 싸우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이나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사람은 가슴속에 사랑을 간직하고 그리워한다. 어떤 이는 사랑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또 어떤 이는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으니 천국과 지옥이 다 사랑으로 갈린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며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 떨어뜨리는 모든 것도 사랑으로 말미암는다. 어디 사람뿐이냐? 새가 지저귀고, 꽃이 피고, 벌레가 날아드는 모든 일이 사랑과 관계되어 있다. 사랑으로 세상은 칡넝쿨처럼 뒤얽혀 고통을 겪지만, 그러나 사랑이 없다면 세상은 적막강산이 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피리 하나 남기고 죽은 아버지. 소년은 그 아버지의 유언을 좇아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소년은 순간의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떠도는 남사당 무리와 남의 불행은 아랑곳 않고 자기 안락만을 위해 재산을 모으는 가족을 만나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다 깊은 산속에서 바위 위로 물길을 내기 위해 바위를 쪼는 노스님과 한 아가씨를 만난다. 알고 보니 노스님은 전쟁 때 친구를 죽인 일을 참회하고자 산으로 왔고, 아가씨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노스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바위 위로 물이 흘러내리던 날에 아가씨는 복수를 포기하고 노스님을 용서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피리 소년은 사랑이란 용서하는 것, 사람을 살리는 것이며 세상은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땅 위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소생’ _ 두꺼비 ‘사랑’은 「두꺼비」에 이르러 삶의 고난을 딛고 일어선 젊은이가 농사를 지으며 흙과 짐승들을 살리는 소생(蘇生)으로 실현된다. 「두꺼비」는 앞의 두 이야기와 달리 시적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전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앉혀 두고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하듯 잔잔하게 흐른다. 안개 낀 초저녁 논도랑 옆 바위 아래서 할아버지가 만난 두꺼비는, 그 마을에서 천 년을 넘게 산 ‘둗 거비’ 즉 땅 지킴이라 소개하며, 그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꺼비는 삼국시대 말에 백제가 망하고 백성들이 벼랑에서 떨어지던 일로부터 고려, 조선, 일제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단한 민중의 삶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그러나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민중은 절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도시 바람 불어 문짝 나간 빈집에’ 돌아와 ‘남의 뗏장논 얻어 부치며’ 농사를 짓고 ‘하늘과 냇가의 나무와 아름다운 다리가 비치는 맑은 시냇길로’ 반딧불이와 왜가리와 두꺼비와 사람들이 오가는, 활기 있는 마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오늘도 모든 헌 것은 가고 ‘온갖 생명 어울려 서로 상서롭게 하고 뜻과 꿈이 높은 세상’ 오라는 소생의 메시지를 담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노래한다. 희망의 세상 _ 홍동 마당극-고루 화(和) 세상, 팔도 민요 이 책은 또한 우리 고유의 것, 우리 민족의 가치 있는 일상에 그 시작을 두고 새 세상을 이루어 가자고 주장한다.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모든 생명을 위하는 가치 있는 것들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고루 화(和) 세상’, 즉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사는 세상이 올 것이라 한다. 「홍동 마당극-고루 화(和) 세상」은 그릇의 형태도 담고 있는 내용도 모두 우리 것으로, 홍동 지역의 1400년 세월을 판소리와 탈춤, 풍물과 이야기로 엮은 민중 마당극이다. 그 옛날 마을 동제를 지내듯 고사(告祀)로 시작하는 이 마당극은, 충청도의 한 농가 마을 홍성 홍동의 민중의 역사와 새 희망을 열두 마당에 펼쳐놓았다. 이 책에 우리나라의 민요를 가려 뽑아 손질해 선보인 것도 그러한 맥락 하에 있다. “……논밭에 일하는 저들이 모두 형제구요 이 땅의 형님아우 의젓도 하구나 / 에헤요 어허야 어여라난다 듸여라 허송세월을 말아라 / 저자에 모여든 저들이 모두 자매로다 이 땅의 언니동생 곱기도 하여라 / 에헤요 어허야 어여라난다 듸여라 허송세월을 말아라 / 열두 주름 치마폭 맺힌 설움 고달파도 손사래 지으며 웃음을 짓누나 / 에헤요 어허야 어여라난다 듸여라 허송세월을 말아라” 하고 <사발가>를 부르노라면, 희망의 새 세상은 우리네 고단한 삶을 즐겁게 감내하려는 신명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