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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도 영화관이 있었다. 좌석도 영화표도 따로 살 필요가 없는 특별한 이곳은 사람뿐 아니라 소도 입장해 마음대로 똥까지 싸지른다.
…이 영화관이 바로 소달구지 영화관이다. --- p.43 「우리 동네 영화관」 중에서 “엄마 나두 장가갈까? 색시 얻구 살면 나두 쌀밥 먹을 수 있잖아. 우리 아버지는 매일 쌀밥 먹는데 우린 맹물 같은 죽만 먹어서 싫다. 아버지가 되면 나무도 안 하고 산나물 캐러도 안 가고, 빨래도 엄마가 하구.” --- p.48 「만춘이」 중에서 철없던 나는 ‘엄마는 자기 사진을 찢어도 욕 한마디 안 하는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며 더 마음 놓고 떠들고 다녔다. 우리 집 부모님은 매일 우리를 버려둔 채 떠돌아다닌다고. --- p.50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엄마」 중에서 넓은 법랑 대야에 가득 쏟아놓고 물에 갠 가루는, 밀가루도 입쌀가루도 아닌 석고가루였다. …‘진짜 사람도 잡아먹을 세상이구나.’ --- p.75 「석고가루」 중에서 그런데 이상했다. 시간이 감에 따라 자꾸자꾸 방송 소리에 귀가 쏠렸다. 증오하는 마음으로 귀를 닫을라치면 왠지 더 재미가 나고 덕분에 심심할 새가 없었다. ‘와~, 남자들 목소리가 진짜 부드럽다.’ 여자들의 간을 녹이는 남조선 남자들의 방송 소리는 여성 대원들의 빗장도 풀어놓았다. --- p.100 「대북 vs 대남방송 1」 중에서 “누굴 만났나?”, “어디를 가봤나?” 사상 검증은 집요의 극치다. 아니라고 모른다고 대답하면 그대로 매질이 날아오거나 뜨거운 물이 부어졌다. 사정없이 날아오는 고문은 결국 아니어도 몰라도, 맞다고 안다고 대답하게 했다. --- p.154 「고문과 시집살이」 중에서 참으로 춥고 추웠던 날, 양강도 혜산 역전에서 진통을 맞았다. … 진통의 아픔으로 몸부림쳐도 그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역전 승무원들은 행여나 역전 안에펏 아이를 낳을까 봐 당장 나가라고 내쫓기 바빴다. … 할머니는 버려진 유리 조각을 주워 바짓가랑이에 뿍뿍 문질러 닦으시더니, 콧바람을 흥흥 불어 소독을 마쳤다. --- p.163 「출산」 중에서 도강! 난 정말 무서웠다. 잡히는 순간 어던 고문이 기다리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 “철국 엄마 잡히면 나는 못산다.” 울며불며 가지 말자고 빌었다. …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그녀는 건너편 중국 땅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 언젠가 이런 날이 오겠구나 마음먹고 있었지만, 막상 그녀가 사라지자 세상이 끝난 듯한 두려움에 눈물이 쏟아졌다. --- p.180 「철국 엄마 3 - 강을 건너는 사람들」 중에서 이 지독한 똥 냄새 속에서도 식욕에 허덕이니 인간에게 배고픔은 행복이자 형벌이다. … 밥 시간이 되면 허연 쌀죽에 썰지도 않은 돼지껍데기가 뭉텅이로 배급되었다. --- p.205 「인간 포기」 중에서 “언니, 한국이 선진국이라잖아요? 선진국서는 공항에서 나올 때 꼭 손을 씻는답니다.” 그러면서 솔선수범해 변기 물에 손을 담그고 정성껏 씻기 시작했다. 그런가보다 싶어 우리도 덩달아 손을 씻고 나오니, 국정원에서 왔다는 사람이 인제 그만 나오라고 말했다. --- p.270 「인천공항」 중에서 누군가 나를 헐뜯는다면, 내가 그만큼 남들이 부러워할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또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무언가를 더 메꾸고 바꿔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제 악플아니 욕을 들으면 ‘아! 저들이 지금 나 더 잘되라고, 빨간약이 잔뜩 묻은 몽둥이로 나를 쳐주는구나!’ 감사해한다. 순간은 아프다. 하지만 그들이 달아준 훈장은 나를 더 강하게 단련시켜 힘차게 나아갈 동력이 되어 준다. --- p.312 「이순실 정신 4 - 헐뜯는 말을 훈장처럼 여겨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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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길어 올린 가장 눈부신 생명력, 『돌 위에 피는 꽃』
“아홉 번의 사선을 넘어, 마침내 자유라는 꽃을 피워내다.” 우리에게 ‘거침없는 입담’과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친숙한 방송인 이순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화려한 방송인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차마 꺼내어 놓지 못했던 시린 계절의 기록들이 한 권의 책 『돌 위에 피는 꽃』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단순한 탈북 수기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까지 연단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치열한 생존의 증언이자 고결한 자유의 선언문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저자의 삶은 온통 단단하고 차가운 ‘돌’과 같았다. 아홉 번의 강제 북송, 그리고 살점과도 같은 자식과의 이별.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비극적 현대사의 단면을 관통하며 그녀를 버티게 한 것은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자유’를 향한 꺾이지 않는 갈망이었다. 저자는 북한에서의 참혹한 실상과 목숨을 건 탈출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필치로 그려낸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그녀가 마주했던 절망의 크기에 압도당하지만, 이내 그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희망의 줄기를 발견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착 이후의 삶 또한 또 다른 의미의 ‘사투’였다. 이 책에는 방송인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전국을 누비는 안보 강사로서 당당히 일어서기까지의 ‘사업 분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2026년 4월 말 미국 유엔총회 탈북인 인권 토론회 참석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활동이 이제 개인의 삶을 넘어 국제적인 인권 운동의 상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성공은 단순히 경제적인 성취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이 어떻게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다. “내가 겪은 고난이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살아갈 용기가 되길 바란다.” 저자의 이 말처럼, 『돌 위에 피는 꽃』은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무게를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앞의 ‘돌’ 같은 현실 앞에서 얼마나 쉽게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우리 시대가 잊지 말아야 할 아픈 기록이자, 동시에 가장 뜨거운 위로다. 이순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책 전반에 흐르며,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꽃은 피어난다.”는 확신을 전해준다. 가장 척박한 곳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당신의 마음속에 심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