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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후편 옮긴이 해설·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근대 일본문학의 걸작 작가 연보 기획의 말 |
Takeo Arishima,ありしま たけお,有島 武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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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는 그날 밤 고토를 쳐다보면 묘하게 악마가 되고픈 유혹을 느꼈다. 동정(童貞)으로 경험이 없어서 사랑의 유희상대로는 아무 재미도 없을 듯한 고토, 기무라만이 아니라 모든 친구에게 답답할 정도로 의무감이 강한 고토, 그런 남자에게 요코는 지금까지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않았고 무능한 벽창호라고 무시하며 그냥 입발림으로만 사람대접을 해왔다. 그런데 그날 밤 요코는 마음은 소년 같으면서 몸은 성숙한 고토에게 죄를 짓게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 p.44
특히 시대의 불가사의함을 자각한 요코에게 무서운 적은 남자였다. 요코는 남자 때문에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진정으로 요코를 붙잡아 일으켜줄 사람이 없었다. ‘내가 나쁘다면 그것을 고치게끔 해보란 말이야’ 하고 요코는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 여자를 완전히 노예의 처지로 전락시킨 남자들은 더 이상 태곳적의 아담처럼 정직하지 않다. --- p.155 ‘분명하게 말하면 그 사람(요코)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또 가장 끌리는 사람이기도 하다네. 나는 이런 모순을 해명해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네. 나의 단순함을 용서해주기 바라네. 요코 씨는 이제까지의 삶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것치곤 너무나 태평하다네.’ ---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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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재기를 겸비한 요코는, 열아홉 살에 열렬한 사랑에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군기자로서 이름을 날린 시인 기베와 연애결혼을 한다. 하지만 무력한 지식인에 불과한 남편의 본모습에 실망한 그녀는 일방적으로 결혼생활을 청산해버린다. 기베 몰래 아이까지 낳은 요코는, 그 후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친척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여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자 기무라와 약혼을 하게 된다. 요코의 자유롭고 대담한 성격을 감당하기 힘들어 한 친척들이, 그녀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성실한 사업가인 기무라와 결혼하기를 강요한 것이다. 그 후, 약혼자 기무라가 기다리는 미국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요코는 강인하고 남자다운 사무장 구라치와 격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미국 땅은 밟지도 않고 귀국해버린다. 이 일이 신문에까지 기사화되자 요코와 구라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생활을 이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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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의 대표작
20세기 초, 일본 사회는 한창 서구화·근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여성의 삶에는 여전히 겹겹의 굴레가 씌워져 있었다.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或る女)』는 이러한 시대 풍경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한 여인의 격정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요코라는 여주인공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의 섬세하고 치밀한 조형력은 일본문학사에서 비길 데 없을 만큼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시대가 감당할 수 없었던, 그러나 모두들 속절없이 이끌렸던 한 여인, 자유를 향한 열망이 가득했던 ‘어떤 여인’의 격정적 삶이 펼쳐진다! 1902년 이혼 경력이 있는 한 여성이 미국에 있는 약혼자를 만나러 미국행 여객선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그 배의 사무장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미국 땅은 밟아보지도 않고 귀국하여, 약혼자가 있는 몸으로 유부남과의 열애를 이어간다. 이 일은 청일전쟁의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린 시인이자 소설가 구니키다 돗포(國本田獨步)와 그의 전처 사사키 노부코(佐佐城信子) 등, 당대 지도급 명사가 다수 관련되어 신문에까지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또 이 사건의 인물들이 작가와 연관이 되어, 이 작품 『어떤 여자』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어떤 여자』의 여주인공 요코 사쓰키는, 스스로의 본능에 정직하고 자유를 향한 열망이 강렬한 인물이다. 그녀는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욕구에 따라 삶을 개척해가며 끊임없이 사회 및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게 된다. 가족, 남자, 제도, 종교 등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서고자 하는 요코는, 연애결혼과 이혼, 사생아 출산, 유부남과의 불륜 등과 같이 당대 사회적 가치관에 배치되는 인생사를 겪으며 사회적 통념들과 정면대결을 벌인다. 본능에 충실한 그녀의 선택들이 계속될수록, 요코는 점점 더 사회적 고립과 소통 불능의 상황에 빠진다.요코는 타고난 본성이 차단당하는 데서 불안을 느끼면서, 그리고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이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되어가면서 극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요코의 삶의 정점을 이루는 스물다섯에서 스물여섯 살까지의 시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아리시마 다케오만큼 여자를 잘 알고 있는 작가는 달리 없을 것”(『요미우리 신문』)이란 평이 나올 정도로 매우 치밀하게 직조돼 있으며, 1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비견할 데 없는 독보적 존재감을 지닌 여주인공의 탄생 이 소설이 이룬 성취로 무엇보다도 문학사상 비견할 데가 없는 입체적 여주인공의 탄생을 들 수 있다. 일본소설을 통틀어 요코만큼 개성이 뚜렷한 인물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요코는 1백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연구되고 있다. 강렬한 자의식에 근거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요코의 삶, 광기에 가까운 격렬한 감정의 변화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것은 이 작품의 백미인데, 특히 요코의 이미지 형성에는 아리시마의 세밀한 회화적 표현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교태 어린 몸짓이나 손짓 하나하나며, 수시로 일어나는 요코의 심리적 갈등과 흐름이 놀라울 정도로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일본 근대 최고의 지성’ 아리시마 다케오 아리시마 다케오는 일본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에 버금가는 문학적 위상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며, 일찍이 김동인과 염상섭 등이 그의 사상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서 국내에도 속속들이 그의 여러 작품들이 재차 소개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어떤 여자』는 단지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생(生)에 그치지 않는 ‘인간의 본성’―사랑이라는 감정의 양가성, 남녀관계의 비극, 본능적 생활과 사회 관계의 불화 등―에 관해 깊은 통찰을 펼쳐 보이는 작품으로, 그 문학적 감동은 한 세기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와 닿는다. 2005년부터 이 작품의 번역에 착수한 옮긴이는 여러 차례 퇴고와 수정을 거듭하면서 아리시마 다케오 본연의 필치를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진보적 사상가이자, 종국적으로 삶과 사상이 일치하기를 원했던 작가 아리시마 다케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소작인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농지해방을 시도하기도 했다. 더하여 작품 『어떤 여자』에서 좌절된 ‘본능적 생활’을 자신이 삶으로 실행하며 생을 마감했다. 『부인공론』의 기자이자 유부녀인 하타노 아키코(波多野秋子)와의 정사(情死)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