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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
그녀는 어떻게 어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을 살해했는가
글항아리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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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상편: 린위루, 희대의 패륜 며느리
계획 살인 | 의혹과 체포 | 탐문 | 감금과 투쟁 | 진단의 한계 | 벼랑 끝에서

중편: 나는 린위루입니다
광기 그리고 죽음 |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 아버지의 죽음 | 열일곱, 가족의 붕괴와 파편들 | 그 남자 | 스물둘, 류 씨 집안 사람이 되다 | 거스를 수 없는 운명 | 집안 싸움과 보험 | 스물일곱 살이던 나는 그와 함께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 그래요, 제가 그를 죽였습니다

하편: 삶의 터전
스스로에게 묻다 | 시선의 모순 | 어둠의 이면 | 대화의 소란 | 그녀와 그녀들 | 지나온 길

후기
감사의 말
대담_이해의 어려움

저자 소개 2

胡慕情

1983년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타이베이에서 자랐다. 타이완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로, 타이완 입보臺灣立報, 타이완 공영방송사 PTS, 돤촨메이端傳媒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미러픽션 문화부 취재 주임으로 재직하고 있다. 환경·인권·사회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왔으며, 개별 사건의 이면에 놓인 구조적 맥락을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우순원 뉴스상, 우수 언론상, SND 뉴스 디자인 창작상 등 타이완의 주요 언론상을 두루 수상했다. 2013년부터 완바오에 머물며 토지 강제수용 사건을 밀착 취재한 끝에 『진흙: 완바오, 인간과 토지의 약사』를 썼고 제40회 금정상 논픽션 도서상을
1983년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타이베이에서 자랐다. 타이완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로, 타이완 입보臺灣立報, 타이완 공영방송사 PTS, 돤촨메이端傳媒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미러픽션 문화부 취재 주임으로 재직하고 있다. 환경·인권·사회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왔으며, 개별 사건의 이면에 놓인 구조적 맥락을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우순원 뉴스상, 우수 언론상, SND 뉴스 디자인 창작상 등 타이완의 주요 언론상을 두루 수상했다. 2013년부터 완바오에 머물며 토지 강제수용 사건을 밀착 취재한 끝에 『진흙: 완바오, 인간과 토지의 약사』를 썼고 제40회 금정상 논픽션 도서상을 받았다. 시상대에 올라 직접 수상 소감을 밝히는 대신, 투쟁 현장의 당사자인 농민 홍샹을 무대로 이끌어 마이크를 건넸다. 떨리고 쉰 목소리로 완바오 농민의 고통과 슬픔을 타이완어로 토해내듯 전하는 홍샹의 모습과,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참던 후무칭의 모습은 타이완 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으로 2024년 오픈북 도서상 연간 중국어 창작상과 2025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금정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숭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부터 IBK기업은행에서 근무해왔으며 최근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명상하도: 송나라의 하루』를 기획하고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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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06g | 135*205*26mm
ISBN13
9791169095556

책 속으로

침묵의 살인에는 은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녀는 삽을 사지도 않았고 마대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머무는 이 집 안을 조용히 둘러보았을 뿐이다. 남편 류위항과 나누었던 다정한 순간들을 떠올리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정 죽고 싶다면 기꺼이 그렇게 만들어주겠다”라는 말만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처방받은 세로자트를 한 움큼 꺼내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1년 내내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품 방부제인 디하이드로아세트산 나트륨을 손으로 긁어 퍼내고, 시어머니 정후이성이 뒷마당에서 채소나 과일을 기를 때 쓰는 살충제 메소밀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류위항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아들의 방에 들어가 어지러운 낙서를 지울 때 쓰는 메탄올과 기침 물약 한 병을 꺼내들었다.
--- p.19

류위항의 시신을 집으로 옮겨 빈소를 차리기로 한 날, 그의 고모 류이천과 조부 류칭쉰이 류위항의 집에 들이닥쳤다. 류위항은 겨우 스물일곱 살이었고, 한때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한 적도 있었다. 그들은 그가 어떻게 가벼운 병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을 수 있느냐며 린위루를 큰소리로 몰아세웠다. “분명 네가 죽인 거야!” 린위루는 그 비난에 반박하지 않았다. 류칭쉰은 결혼 전부터 줄곧 그녀를 못마땅해했다. 그녀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자였다. 류위항이 그녀와 결혼하면서 류칭쉰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 p.25~26

2022년 6월, 그것이 나와 린위루의 첫 만남이었다. 초면이었지만 그녀는 눈가에 가느다란 잔주름이 질 만큼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두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 사형 판결이 확정된 뒤 린위루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체중은 20~30킬로그램가량 줄었다.
--- p.53

“호기심 때문에 당신을 취재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그건 괴롭힘이겠지요. 무례하고 잔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알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남편을 살해하는 길을 선택한 건가요?”
범죄자를 서술하다보면 외부에서 제기되는 두 가지 상반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개인의 타락을 추궁하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무관심과 착취를 지적하는 시선이다. 이 두 관점은 마치 물과 불처럼 좀처럼 양립하기 어렵다. 시대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시대에 휩쓸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생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그 물음표는 인간의 굴곡진 삶과 선택을 하나로 꿰어낸다. 우리가 기꺼이 이 굽이진 길을 따라가본다면, 그 끝에서 운명과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 p.55~56

“그래도 류허차이는 우리에게 희망이에요.”
도박이 희망이라면, 린위루는 왜 달아나지 않고 살인을 택했을까. 그녀의 살인은 분명 절망과 맞닿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끝내 짓눌러 무너뜨린 마지막 압박이었을까?
--- p.61~62

린위루의 삶에 처음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 언니와 마찬가지로 열일곱 살 때였다. 삶이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도 남자에게 의존한 뒤부터였다. 하지만 한 여성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정면으로 마주한 끝에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떤 경험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 심지어 사회 구조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 곧 타인의 사고방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타인의 선택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 p.89

접촉한 지 반년 가까이, 그녀를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그녀가 원하는 속도에 맞춰나갔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는 좌절감이 나를 괴롭혔고,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을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자기 고백과 진심으로 귀 기울이려던 의지, 그리고 신뢰가 결국 그녀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듯했다.
--- p.97~98

교도소의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는 블랙홀 같았고, 린위루가 반복해서 돈을 요구하는 일은 내 취재 윤리의 마지노선을 거듭 건드렸다.
--- p.126

린위루의 자서전을 받은 것은 이미 2022년 말이었다. 나에게 이 원고는 유난히 소중했다. 그것은 단지 ‘살인범의 자서전’이라는 특수한 이유에서만이 아니었다. 이 글은 하나의 이정표와도 같았다. 아직 종착지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여전히 나아갈 길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길을 더 세심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당사자의 구술 기록을 확보함으로써, 논픽션 작가인 나는 그동안 린위루와 줄다리기하듯 신경전을 벌이며 품어왔던 의문들, 그리고 사법과 의학계가 그녀에게 제기한 혐의들을 계속해서 파헤치고 명확히 규명해나갈 더 탄탄한 기반을 얻은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 p.281

어머니는 번번이 좋지 않은 남자들과 얽혔다. 집을 떠나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기를 바랐던 어머니는 자연스레 담배와 술, 도박을 배웠고, 임신한 뒤에야 비로소 상대 남자에게 이미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불륜 상대가 되기를 거부했다.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힘겹게 나를 키웠지만, 술은 끝내 어머니의 삶에서 떠나지 않았다. 맨정신일 때의 어머니는 소설과 시를 읽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술에 취해 무너질 때면 곧바로 원귀처럼 변했다. 그녀의 입에서 쏟아진 말들은 오랜 세월 나를 채찍질하는 가시덤불 같았고, 끝내 나 스스로의 존재를 고문하게 만들었다. 한 가정 안에서 관계의 역학은 팽창했다가 이내 다시 응축된다. 사랑과 증오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흐르며, 서로 상쇄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나로 뒤섞이지도 않는다. 인간은 이로 인해 기복을 겪는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제자리에서 멈춘다. 어떤 때는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채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린위루의 이야기 속에는 어느 정도 내 가족의 변형된 모습이 스며 있었다.
--- p.287

그녀의 삶을 해석해 공적 언어로 옮기는 일의 경계를 가늠하려면, 나와 린위루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배반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인권 단체나 변호인단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없다. 내가 정말로 대중에게 그녀의 모습과 이 비극을 만들어낸 요인들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정직함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이다. 비록 그것이 인터뷰를 순조롭게 마치거나 책을 쓰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내게는 정직함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 p.333~334

내가 밝혀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깨진 거울의 파편만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진실에 닿을 수 있을까. 확신하지 못한 채 혼돈 속에 머물던 나는 몸을 돌려 또 다른 여성 살인범의 이야기를 찾아나섰다. 2018년 10월, 고요하던 스린士林의 공무원 주거 단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일흔여섯 살의 여성 천 할머니였다.

--- p.336

출판사 리뷰

가해자의 목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가
타이완 현대사회의 빛과 그림자

“검경은 어제 패륜 살인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흑과부거미로 불린 린위루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잇달아 독살하고 1500여 만 타이완달러의 보험금을 편취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사 당국은 지난해 발생한 린위루 친모의 낙상 사망 사건 역시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린위루는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독성 물질을 주사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인정했다.” 린위루 검거 당시 『자유시보』의 보도다. 당시 언론들은 “남편·시모 독살, 보험금 1500만 타이완달러 노려” “잔혹한 며느리, 남편 시모 살해 도박 빚 갚으려 보험금 사취” 등의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루었다.

이 책은 오싹하다. 살인 사건을 다루어서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가해자의 목소리가 날것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저자 후무칭이 린위루와 접촉을 시도한 건 범행 이후 십수 년이 흐른 2022년 6월이었다. 그동안 다른 인터뷰들을 거절한 린위루가 후무칭에게는 마음을 여는 듯했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후무칭은 감옥에 면회를 가고 서신 교환을 3년간 이어갔다.

그렇게 하여 이 책에 실린 린위루의 글을 읽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다. 독자들은 대개 자신을 저자의 위치에 놓고는 상대의 기만과 속임수에서도 끝내 진실을 건져올리고자 안간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어지는 린위루의 자서전 읽기는 꽤 긴 시간 가해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듣도록 요구하므로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린위루는 신뢰할 수 있는 화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런 서사 전략을 취한 이유는 언론이나 사법부 등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가 직접 듣고 기존 사고관에 균열을 내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또 범죄자의 지능지수나 정신과 질환 참작 여부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을 확인해 독자가 최대한 열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사건은 어떤 연유로 발생하게 된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범죄자 개인의 행위뿐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사회 구조가 얽혀 있다. 그리고 타이완 현대사회의 커다란 얼룩은 복권 및 불법 도박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도박 문제가 린위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가족사도 털어놓는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살인자와 기자의 일인칭 서사가 겹쳐지면서 팽팽하게 전개되는 이중주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의 가족 대부분은 도박에 손을 댔다. 엄마는 한밤중에 외할머니 돈을 훔치려고 창문을 뜯은 적이 있고, 외할아버지는 늘 이 숫자 저 숫자를 조합하며 베팅할 궁리만 했다. 다자러, 류허차이 등의 도박은 타이완인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였다.

린위루가 남편 류위항을 살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뒤얽혀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류위항이 결혼생활 내내 리니지 게임, 프로야구 불법 토토, 온라인 마작에 빠져 지낸 것이었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민사회였던 타이완에는 전반적으로 불안 심리가 퍼져 있어 도박이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린위루의 할아버지 역시 류허차이에 빠진 뒤 온종일 도박에만 매달리다가 본인 소유의 양봉장과 과수원을 처분했고, 아버지도 류허차이를 했으며, 시할아버지 역시 쓰러질 때까지 마작을 했다. 린위루가 남편의 링거에 약물을 주입해 독살한 것은 맞지만, 그 사건에는 사회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드리우고 있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이 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동시에 독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한 여성 살인범의 이야기를 과연 어떤 시각에서 접근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둘째, 논픽션 글쓰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고찰해야 한다. 범죄와 글쓰기를 동일한 비중으로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논픽션 글쓰기가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를 수반하며, 특히 가해-피해가 뒤얽힌 범죄 사건이라면 ‘진실’은 끝끝내 밝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확신을 갖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범죄자에게 엄벌을 내리길 바라는 반면, 다른 한쪽은 가해자 역시 사회 구조로부터 억압받은 이들로 여겨 범죄의 연원을 더 깊이 파고들려 한다. 한편 사법 체계는 대개 경직된 시각을 지니는 탓에 저자는 이들 사이에 놓인 경계선들을 느슨하게 만들고자 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의지를 과연 얼마나 갖고 있는가?”

저자는 자신을 ‘연결자’의 위치에 놓는다. 린위루 사건은 여러 사실이 조각나 있어 독자가 한 번에 진위를 판단하거나 관점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제한된 사실들을 가능한 한 모두 연결해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관점과 입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과정은 직관적이지 않으므로 독자 역시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되물을 때 사회는 복잡성을 더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저자는 범죄를 인간 사회에 나타나는 필연적 악으로 보기보다 사회를 하나의 전체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 어떤 불행한 사건이라도 사형으로 해결될 순 없으며, 교화 가능성 또한 부정하지 않게 된다. 범죄자들이 우리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무엇인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려주려 하기보다 린위루 사건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지, 우리의 성장 배경과 위치는 어떠한지 함께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러한 입장은 때로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1만 분의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그 가능성을 파고든다. 즉 ‘더 이상 물을 수 없을 때까지 묻는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스스로 해석하고 되물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시대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시대에 휩쓸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생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그 물음표는 인간의 굴곡진 삶과 선택을 하나로 꿰어낸다. 우리가 기꺼이 이 굽이진 길을 따라가본다면, 그 끝에서 운명과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후무칭의 글쓰기는 문학과 사회과학서를 동시에 넘나드는 문체로, 이 책은 논픽션임에도 문학적 완성도가 무척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정답을 도출하지 않는 글쓰기로 타이완 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촉발했다. 책 뒤에는 범죄학자이자 타이완 사형제 폐지 연맹 이사장인 장쥐안펀과의 대담을 실었다. 내용이 매우 논쟁적이어서 독자들 역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신의 입장을 한가지로 정하기 어려울 텐데, 둘의 대담을 보면서 나와 다른 입장을 좀더 이해하는 지평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깊이 있고 뛰어난 논픽션이다. 저자는 날카롭고도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비할 데 없는 집념과 뛰어난 글쓰기 역량으로 뉴스, 사법, 의료, 심리, 사회라는 여러 장벽을 가로질렀다. 이로써 아직 역사에 편입되지 못한 한 사건에 대하여 여러 인물의 목소리와 기록이 겹쳐지는 생생하고 복합적인 다성적 텍스트를 남겼다. - 장룽즈 (역사학자)
나는 린위루의 자서전을 읽으며 크게 놀랐고, 동시에 후무칭이 이처럼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데 깊이 감탄했다. 한 명의 사형수에게 자서전을 쓰게 하고, 자필로 사건의 전개 과정을 재현하도록 함으로써 우리는 당사자의 진술을 법원 판결문과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와 같은 책이 타이완에서도 나오기를 줄곧 기대해왔다. 이 책을 읽으니 마침내 오랜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다. - 판리다 (언론인)
후무칭의 문장은 분명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같은 기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녀의 서술 흐름과 장면 배치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무칭은 뒤이어 전개될 내용에 대비하며, 독자가 주목하기를 바라는 여러 관점을 치밀하게 복선으로 배치해둔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확은 저자가 사형수 린위루와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갔는가에 있다. 후무칭은 천천히 관계를 쌓아가며 마침내 인터뷰 대상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로부터 삶의 이야기를 건네받는다. - 바이후이치 (『싱저우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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