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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
일산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입주민 15년 투쟁사
이종수
바틀비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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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1장 거짓 약속의 땅
한겨울의 모델하우스
명품아파트로 초대합니다
어느 가장의 꿈
아파트 공화국의 이면
[분양 투쟁 상식1] 시행사, 시공사, PF의 원천적 문제점

2장 계약서라는 올가미
사라진 카페 운영진
협의회장에 선출되다
시골집 팔아 55평 아파트를 계약?
작지만 소중한 첫 승리
[분양 투쟁 상식2] 책임 주체가 분명한 미국과 일본의 주택 공급자

3장 고도성장 국가의 복마전, 아파트
‘시행사 드림리츠’의 실체
정략이 판을 친 시공사 선정 과정
이전투구 싸움판이 되다
균열과 혼돈의 2009년
바보거나 미쳤나
성실한 ‘부실 공사’ 감시
비상총회 개최
‘기획 소송’과 둘로 갈라진 협의회
이제는 실력 행사다
‘동별 임시 사용 승인’이라는 꼼수
[분양 투쟁 상식3] 왜 계약 해제 소송은 현실적 대안이 못 되는가

4장 배수진을 치다
잔금 거부 투쟁
신의 한 수 ‘잔금 상계’ 비책
코너에 몰린 시행사
덕이동에 불어온 훈풍
또다시 안개에 휩싸이다
[분양 투쟁 상식4] 입주자 대표회의의 성격
카나리아 죽이기
은행의 어깃장과 시행사 파산
또 한 장의 벽돌을 쌓다
[분양 투쟁 상식5] 대주단이란 무엇인가

5장 그들만의 리그
충격적인 소송 패배
자취를 감춘 변호사
[분양 투쟁 상식6] 항소와 상고와 항고
파산법이 깡패법인 이유
국세청의 전화 사기
멈춰 버린 시간, 안타까운 비극
파산관재인의 전면전 선포
드러나는 야욕
[분양 투쟁 상식7] 파산 관련 상식

6장 사상 유례없는 대승리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한여름 소나기 같은 승리
힘에는 힘으로
타협이냐 대결이냐
회장님을 살립시다
다시 빌런이 된 국세청
운명을 건 담판
15년 투쟁의 마무리
[분양 투쟁 상식8] 지체상금이 현실적 보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

마치며: 분양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돌멩이

저자 소개 1

성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IT 산업 격변기에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누볐던 영업 마케팅 전문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올 정도로 대한민국 IT 기술의 최전선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국내 최초 바코드 시스템 구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 선진화, 5개 대형 증권사에 모바일 주식 거래 시스템 도입, 전국 병무행정시스템에 국내 최초 Java 기반 EJB 시스템 도입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앞서 걸어왔다. 월급쟁이 시절, 모두가 고개를 젓던 어렵고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늘 맡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성공시키고 그 가치를
성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IT 산업 격변기에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누볐던 영업 마케팅 전문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올 정도로 대한민국 IT 기술의 최전선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국내 최초 바코드 시스템 구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 선진화, 5개 대형 증권사에 모바일 주식 거래 시스템 도입, 전국 병무행정시스템에 국내 최초 Java 기반 EJB 시스템 도입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앞서 걸어왔다.

월급쟁이 시절, 모두가 고개를 젓던 어렵고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늘 맡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성공시키고 그 가치를 누군가 알아봐 줄 때 느끼는 희열을 즐겼다. 이토록 격렬하게 살았지만 스스로를 ‘늘 뒤에 서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갈등보다는 침묵이 편했다. 때로는 적당히 비겁하게 불의를 외면할 줄 아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기를 자처했다. 문제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분양 사기를 당한 이후 2~3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입주자협의회 회장직을 수락했지만 직책의 부담을 내려놓기까지는 자그마치 1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으나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승리했다.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분쟁에 휩쓸린 또 다른 ‘이종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을 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40*210*20mm
ISBN13
9791191959468

책 속으로

아파트 분양 계약은 민간인 사이에 한쪽은 상품(아파트)을 공급하고 한쪽은 적정한 금액을 주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쌍방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동등한 계약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계약자들은 공급자(시행사)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계약자는 분양 대금을 납입해야 할 의무는 확고하지만, 계약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려면 첩첩산중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 「1장 거짓 약속의 땅」 중에서

아파트 분양 분쟁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 이 지난한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시행사의 선심 쓰는 듯한 약간의 회유책에 타협하거나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계약자들의 단결력을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고 싸움을 이어 가려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작은 규모의 싸움에서 실속 있는 승리를 누적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2장 계약서라는 올가미」 중에서

후일 대주단, 시공사 등과 법적 다툼을 하면서 나는 아파트 분양 분쟁 경험이 풍부한 여러 전문 변호사들을 만나고 수시로 조언을 들었는데 그들로부터 시행사나 시공사 등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인 입주자 협의회나 계약자 협의회 등을 어떤 식으로 주무르는지 자세한 사례를 숱하게 듣게 되었다. 일반인들은 전혀 짐작도 못 할 기상천외한 수법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방법은 시행사에서 사람을 심어 선제적으로 협의회를 먼저 구성하는 방식이다.

‘기획’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피해 당사자들이 아닌 누군가 제3자가 의도적으로 소송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사실, 다름 아닌 이런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말한다. 결국 형식상으로는 피해 계약자들이 주체인 소송이지만, 그 기획과 출발부터 진행 과정 일체를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것이다. 왜 당사자들이 아닌 변호사들이 먼저 나서서 소송을 제의하고 부추기겠는가. 그들의 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양시 관계자들과 시행사가 보이지 않는 커튼 뒤에서 임시 사용 승인이라는 편법을 합의해 내고 이를 시장에게 보고하여 재가가 나는 일련의 과정이 주민들 모르게 진행되었다. 너무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닌가. 시민의 편을 들어서 기업을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지자체가 시행사와 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그 수많은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다.
--- 「3장 고도성장 국가의 아파트 복마전」 중에서

잔금 상계책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비장의 무기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 우리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반면 드림리츠 쪽은 항복하지 않고 버티는 계약자들에게 ‘연체이자와 신용 등급 하락’이라는 미사일을 날리겠다고 벼르는 상태. 이 비대칭적 상황이 잔금 상계책으로 맞서 볼 만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젠 우리도 같이 쏘아 올릴 미사일을 확보한 셈이다.

약 6개월이 지나서 검찰 재조사 명령이 떨어졌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대기업의 엄청난 횡령 사건도 아니고, 자그마한 협의회 장부 정리 문제를 가지고 6개월을 수사했는데 재조사라니. 상식에 비추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당시 자문을 해 주던 박준선 변호사에 따르면 이런 사건으로 재조사가 떨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고위층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높은 곳에서 오더가 내려온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 「4장 배수진을 치다」 중에서

나는 법률 대리인 재선임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변호사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않는다. 승소할 수밖에 없는 논리는 내가 세우고 변호사들은 그것을 법리로 주장하게 만드는 관계여야 한다. 둘째, 변호사는 최소한 2인 이상, 가급적 개인 변호사보다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한다. 셋째, 변호사들에게 항상 우리 측 주장의 정당성만이 아니라 피고 측의 반박 논리를 예측할 것을 주문하고, 그들의 반박까지 부정하는 시뮬레이션을 먼저 거친 뒤 재판에 임하게 한다. 한마디로 변호사에게 맡기고 구경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소송전의 주도자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뼈저린 각성을 한 것이었다.
--- 「5장 그들만의 리그」 중에서

“저에게는 이 싸움이 이제 돈의 문제가 아니고 자존심의 싸움입니다. 시행사는 우리를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했어요. 시공사는 부실공사로 답을 했죠. 관재인은 우리가 돈 떼먹은 범죄자라도 되는 듯이 소송을 벌였습니다. 내 일생에 법원이란 곳과는 인연도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몇 년간 재판정을 안방 드나들듯 오가며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마당에 지금 와서 왜 내가 파산관재인과 타협을 하나요? 그쪽에서 먼저 잘못했습니다, 하고 숙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회장님 하자는 대로 끝까지 가 보겠습니다.”
--- 「6장 사상 유례없는 대승리」 중에서

한국과 같이 선분양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모든 리스크는 소비자에게 떠넘겨졌다. 2021년 세계 최대 부동산 개발사였던 헝다그룹이 파산했다. 헝다그룹은 미완공 선분양 방식으로 수백만 호의 주택 사업을 벌이다가 3,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했는데 이로 인해 중국 경제 전체가 휘청였고 수십만 명의 분양자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는 철저히 공급자들을 우선에 둔 제도일 뿐이다. 건설사에게 소비자들의 분양 대금을 먼저 몰아주고 나서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건설사의 리스크는 거의 없고 모든 부담은 소비자가 져야 한다.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제대로 완공하고 나서 후분양을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골조 공사 완료나 일정한 정도의 외장 공사 마감 단계까지 거친 뒤에 분양을 하는 ‘단계형 분양’ 방식도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다.

--- 「마치며: 분양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돌멩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내 집 마련’의 꿈 앞에 도사린 함정의 실체
아파트 분쟁 역사상 전무후무한 승전의 기록

“분양사기를 당한 380세대가 15년 동안 싸운 끝에 당당히 승리하여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쟁취했다.”

한 편의 영화 소개문 같은 위 문장은 놀랍게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겪은 실화를 요약한 것이다.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은 아파트 분양사기를 겪은 시민 이종수가 이웃들과 함께 5,475일 동안 싸운 끝에 보금자리를 지켜낸 투쟁기다. 이 책은 적게는 수천 만 원, 많게는 수십 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하는 분양사기 실태를 고발하는 최초의 도서로, 낡은 제도와 부조리한 관행을 이용해 서민의 꿈을 짓밟는 건설 카르텔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한다.

2008년 1월 고양시 일산 덕이동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저자는 석 달이 지나자 분양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 담긴 15년의 과정을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분양사기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시행사는 허위 광고로 입주민을 끌어들였고, 시공사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자 아파트를 엉성하게 건설했다. 고양시청은 시민들이 겪는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더니, 급기야 부실하게 세워진 아파트 단지의 임시 사용을 승인하며 시공사의 편의를 우선했다. 심지어 국세청은 실적을 세우고자 기업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입주민에게서 받아내려고 시도했다. 파산관재인은 분쟁에 휘말린 각 가구에 일일이 소송을 걸어 자신의 이익을 탐하기 급급했고, 기나긴 투쟁의 시간 동안 법원은 중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계약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일절 감안하지 않았다.

저자는 5,475일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입주자협의회를 이끌며 소송 전쟁을 지휘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고소·고발에 시달리고 폐암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시청과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정치인을 끌어들여 사안을 공론화하는 둥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싸움을 이어갔다. 저자의 집요하고 처절한 노력 덕분에 2024년 4월 30일 입주자협의회 소속 380세대는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확보하였다.

파란만장한 투쟁을 마무리한 저자는 인고의 시간을 회상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대승리를 기록했으나 책을 출간한 까닭은 업적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돈 몇 푼이 아니라 시민의 정당한 권리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라는 다른 입주자의 진솔한 고백처럼 저자 역시 비슷한 위기에 봉착한 시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이종수’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 15년의 경험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피해자는 있으나 책임자가 없다
아파트 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

2025년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 해에 접수되는 아파트 하자에 의한 분쟁 조정 사례는 약 5,000건에 육박한다. 2024년에는 분쟁 심사를 받은 1,774건 중 1,399건이 ‘아파트 하자’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시공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을 때 입주민이 승소할 확률은 적다. 현재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입주민은 ‘시행사’와 분양 계약을 맺을 뿐 시공사와 계약을 맺지 않는다. 만일 부실시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입주민이 계약한 주체는 시행사일 뿐 건설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건설사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허위 광고로 계약자들을 기망한 시행사에 소송을 제기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시행사는 광고 및 홍보를 담당하는 수행자일 뿐이지, 건물 하자나 아파트 단지 시공의 책임 주체가 아니다. 법률에 문외한이었으나 분양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소 판례들을 분석한 저자는 본문에서 “(입주자의) 손해배상 소송 승소율은 약 40%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하면서 입주민이 직면한 불평등한 현실을 꼬집는다.

분양 계약을 둘러싼 분쟁에서 계약자들이 가장 많이 주장하는 논리는 대개 시행사의 허위, 과장 광고와 홍보이다. 입지 과장, 허위 교통 호재, 프리미엄 보장 발언, 명품 아파트 홍보 등에 대해 법원은 이런 사항 대부분을 확정적 계약 사항이라기보다는 ‘장래 기대·의견·홍보 표현’으로 간주한다. 즉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광고 범위’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판례 가운데는 “분양 광고상의 과장된 표현만으로는 계약의 중요 부분에 대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판결문이 다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3장 고도성장 국가의 아파트 복마전」 120쪽에서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사업 및 준공 승인 권한은 있으나 책임 의무가 없다는 핑계로 시민이 겪는 피해를 수수방관하기 일쑤다. 지자체가 아파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많다. 주택 공급 실적을 쌓기 위해, 귀찮은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기업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민사 문제에 행정기관은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방기하고 발을 뺀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중 일부는 계약 해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한국 민법의 특성상 승산이 낮다. 저자는 본문에서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법조인들은 대체로 계약 해제 확인 소송에서 원고(입주자) 승소율을 5퍼센트 미만으로 추정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수분양자(소비자)의 불리한 위치를 다시금 각인시킨다. 15년 동안 시행사-시공사-지방자치단체-은행-법원을 상대로 싸운 저자는 아파트 분양 시장을 둘러싼 법률과 제도가 철저히 공급자에 유리하게 설계되었음을 지적한다.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수출을 통해서, 내수 시장에서는 건설 및 주택 공급 사업을 통해서 고도성장을 해 온 국가이다. 내수 시장에서 아파트 공급은 오랫동안 커다란 이권을 형성했다 건설업자, 이들과 유착된 지역 토호들, 아파트 분양 광고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언론사, 주택 공급 실적에만 급급한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랫동안 사실상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 왔다. 아파트 분양을 둘러싼 모든 법과 제도 역시 이들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짜였다. 분쟁이 발생하면 개인에 불과한 소비자들은 이런 거대한 카르텔과 싸워야 하고 그들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법규, 제도와 싸워야 한다. 불행의 씨앗이 여기에서 자란다.
「들어가며: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15~16쪽에서

평범한 서민은 일생 동안 모은 거금을 투자해서 간신히 아파트를, 삶의 보금자리를 구입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세우는 건설사, 아파트 건설을 승인한 지자체,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시행사, 국민의 주권을 보호해야 할 법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저자와 피해 가정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부당하고 부조리하며 불평등한 시스템에 기생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미끼로 이용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강탈한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은 이토록 형편없이 추악하다.

대한민국 아파트 분양 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고발한 기념비적인 도서

저자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파란만장한 투쟁 과정을 가식이나 미화 없이 담담하게 회고한다. 한 편의 영화를 시청하듯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저자가 겪은 처참한 고통이 체감된다. 또한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서사에 몰입하면 아파트 분양 분쟁이 발생했을 때 참고해야 할 행동 수칙과 법률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 입주민들을 단결하는 노하우, 입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기업들의 술책과 이를 해결할 대응책,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잔금 상계책 작전의 기발함, 여론전으로 기업과 지자체를 압박하는 방식, 변호사와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요령 등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값진 조언이 이 책에 한가득 담겨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간파한 저자의 통찰력이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분양사기 문제를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거론한다. 현행 제도와 법률에 따르면 분양사기 피해자는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기 어렵고, 계약을 해제하기는 더욱 힘들며, 공권력의 도움을 바라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에 저자는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아파트 시장 구조가 철저하게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럼 이런 구조는 어느 나라에서나 다 일반적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가까운 일본이나 ‘부동산 개발’ 개념이 먼저 시작된 미국을 보면 시행·시공 주체를 나누어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동산 개발이나 대단위 주택 분양 시 이익은 향유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만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이 공급자 위주의 관행은 경제의 고도성장기에 주택 공급을 급격히 늘려야 했던 우리나라 도시 건설 과정이 낳은 기이한 예외 사례이다. 단기간에 수백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건설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를 주던 관행인 것이다. 한마디로 이 구조는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기업 특혜 관행일 뿐이다.
-「3장 고도성장 국가의 아파트 복마전」 70쪽에서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현 시점에서도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저자는 이 어이없는 현실의 근원에 ‘주택 선분양 제도’라는 시대착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통렬하게 고발한다. 선분양 제도는 소비자가 분양가의 80퍼센트 정도를 주택 완공 이전에 납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과거 고도성장기에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 덕분에 기업은 수분양자가 미리 지불한 대금을 건설 사업에 활용하거나 완공 이전에 소비자를 모집해 수요를 확보하는 둥 여러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소비자는 주택 선분양 제도 때문에 고가의 건물을 완제품이 아닌 상태로 구매해야 하거나 기업의 부실시공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등 여러 위험에 시달려야 했다. 즉 아파트 분양사기 문제는 기업의 편의만을 위해 설계된 낡은 방식이 오늘날까지 방치된 결과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한국처럼 선분양 제도를 운용하는 중국의 사례를 소개하여 공급자 위주의 부동산 제도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경험은 무척 특수하지만 그가 감내한 고통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었다. 역경을 이겨내며 쌓인 통찰은 여전히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아파트’를 선망하는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 책은 경제 성장을 빌미로 그간 공급자의 편의를 배려하고 편법을 눈감아준 한국 사회에 최초로 경종을 울리는 기념비적인 도서가 될 것이다.

추천평

절망의 터널 끝에서 맞이한 기적
2008년 1월의 차가운 공기와 들뜬 마음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화려한 홍보에 속아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만 해도, 가족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가득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부푼 꿈은 머지않아 산산조각 났습니다. 홍보 내용은 모두 거짓말이었고 시공사와 시행사의 다툼으로 공사는 수시로 중단됐습니다. 엉터리 공사에 항의하며 입주를 거부하자 시행사는 ‘연 16.5%의 연체이자’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매달 불어나는 이자로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캄캄한 절망의 터널에서 이종수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무더위가 찌는 한여름, 비닐 그늘막을 친 좁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회원들을 다독이시던 듬직한 뒷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합니다. 회장님은 억울한 누명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폐암과 싸우기까지 했으나 협의회의 동요를 염려해 내색하지 않은 채 최전선을 이끌었습니다. 결국 회장님 덕분에 5,475일의 투쟁 끝에 잔금 한 푼 내지 않고 등기권리증을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분양 투쟁기가 아닙니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소시민이 가족의 보금자리와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위대한 승리의 기록입니다.‘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평범한 가장에게, 어둠 속에서 희망을 증거를 찾으려는 모든 사람에게 뜨거운 진심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합니다. - 권용태 (입주자협의회 운영진)
언제든 내 가족에게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얼마나 많은 시민이 제도의 빈틈 속에서 홀로 싸워야 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입주민 이종수’ 씨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켜낸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그 결말에 닿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습니다. 저자가 거대한 건설 카르텔에 맞서 가족과 이웃의 삶을 지켜내고자 분투하는 동안 분양 사기를 주도한 시행사와 건설사는 소비자를 기만했고, 지자체와 관공서는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부끄러운 민낯과 분양 시스템의 치명적인 허점을 생생하고도 가감 없이 담아냈습니다. 민생경제를 다루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으로서, 민생경제의 핵심인 주거 문제를 더는 방치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언제든 나와 내 가족에게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뜻깊고 고맙습니다. 일산 서구에서 시작된 이 싸움의 기록이 한 개인의 승리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 정의와 주거 정의를 바로 세우는 큰 울림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영환 (제22대 국회의원)
“가능하면 빨리 그만두세요!”
제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내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직후 저는 이종수 회장께 이렇게 권유했습니다. “입주자협의회 회장 자리, 가능하면 빨리 그만두세요!” 아파트 입주자협의회 회장은 정치가보다 어려운 임무를 떠맡고, 사업가와 달리 얻는 것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본전조차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저의 만류에도 이종수 회장의 ‘투쟁’은 15년간 이어졌습니다. 투쟁 후반부 몇 년간을 저도 함께 하였습니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듯이 보였지만 이종수 회장은 결국 승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병마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결국은 이겨냈고, 탄식과 절망에 빠졌던 입주민들에게 번듯한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보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시절보다 이종수 회장과 함께 투쟁하던 시간이 더욱 값지고 보람찼습니다. 이종수 회장은 어떤 정치가보다 집요하였고, 어떤 변호사보다 유능하였으며, 어떤 공직자보다 사명감이 깊었습니다. 그와 함께 쓴 명예로운 투쟁의 기록을 여러분에게 기쁜 마음으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 박준선 (제18대 국회의원)
단단한 제도의 벽을 넘어선 한 인간의 드라마
저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몰입감 있는 스토리입니다. 갈등이 있고 반전에 반전을 거쳐서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쉽게도 현실은 드라마 같지 않습니다. 대체로 비극으로 끝나고 말지요. 그런 점에서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은 드라마 같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인간 이종수’란 사람이 달리 보였습니다. 어릴 적 고생했다는 일화나 기나긴 투쟁 과정에서 병에 시달렸다는 일화는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기존의 막강한 세력과 싸워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권리를 되찾아주었다는 이야기는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정부 공직자로 근무했던 저는 높은 벽을 허물고 승리한 이종수의 스토리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째선지 이 이야기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가족과 이웃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저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 송수근 (前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제도의 허점을 극복한 숭고한 여정
저는 보건과 복지 정책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행정가로서,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사실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국가 시스템은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때로는 평범한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불의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이종수’ 씨가 감당해내야 했던 시련도 제도의 허점이 초래한 결과였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송 투쟁기가 아닙니다. 아파트 분양사기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 시련을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극복해내는 숭고한 여정기입니다. 국가 정책의 온기가 사회 구석구석 닿기를 바랐던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커다란 희망을 느꼈습니다. 공공기관과 거대 자본이 얽힌 불투명한 시스템에 맞서 진실을 증명해낸 저자의 과정은 우리 시대의 공적 안전망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정책은 서류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서 구상되어야 합니다.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시민에게, 더욱 튼튼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국민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정의가 살아있음을 몸소 증명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책이 한국 사회의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소중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태한 (前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서민의 꿈을 짓밟은 건설 카르텔의 놀라운 실체
새로운 악당이 끝없이 등장하는 한 편의 액션 드라마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읽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장 15년의 싸움 끝에 마지막 재판에서 승리하는 장면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20년간 부동산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시민이 나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 책은 그들에게 들었던 파편적인 이야기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저자가 겪은 시련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라면 언제든 겪을 수 있을 만큼 흔하다. 이 현실이 실로 비극적이다. 심지어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악당 대다수가 지방자치단체, 국세청, 법원, 검찰 같은 국가권력이었다. 시민들의 삶을 지켜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꿈꾸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라는 달콤한 상품이 어떻게 거대한 카르텔과 구조적으로 엮이는지, 건설 카르텔이 어떻게 서민의 주머니를 강탈하는지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주택 공급량을 급격히 늘리고자 설계된 낡은 제도가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할 만큼 취약하다는 사실을, 공급자 편의를 우선하는 불평등한 제도가 시민들에게 위험을 전가한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달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로 ‘아파트 공급 확대’ 담론을 신봉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 담론의 핵심에 ‘시민의 주거권’은 흔적조차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을 것이다. 저자는 5,475일 동안 투쟁하며 몇 푼의 돈이 아니라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자존심’을 지켰다. 이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승리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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