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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생각에 관하여 2. 관계에 대하여 3. 뉴스와 여론에 관하여 4. 민주주의에 관하여 나가며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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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군중’의 정의는 ‘디지털을 지배적 미디어로 이용함으로써 혼돈과 무질서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던 대중을 그렇게 만든 것은 디지털, 즉 디지털미디어이다. 대중과 디지털의 결합이 디지털 군중이라는 문제 집단을 만들어냈다. 따라서 전방위적 퇴행의 시발점이자 뿌리는 어디까지나 디지털미디어이다.
--- p.7 디지털은 21세기의 지배자이다. 모두의 삶에 광범위하고 교묘하게 개입하면서 나를 조종하고 집단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군중은 기술의 편리함에 취해 일방적으로 끌려갈 뿐이다. 맹목과 마비의 상태에 빠져 있다.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망하고 평가할 능력도, 관심도 없다.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이다. 숨 가쁘게 진화하는 신기술을 친절히 해설하며 소비를 북돋우기에 바쁘다. --- p.8 프랑스 혁명기라는 특수 상황이 사람들을 군중으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디지털이 배후가 되고 있다. --- p.9 디지털의 파고(波高)가 둑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최첨단 기술 기반 위에서 정치가, 민주주의가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역설을 목도하고 있다. --- p.14 이랬던 TV가 혁명적으로 진화했다는 건 공포스러운 일이다.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TV의 위력은 디지털미디어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디지털미디어에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TV에서 볼 수 있던 게 뉴스, 스포츠, 영화 정도였다면 이제는 게임, 웹툰, 쇼핑, 소셜 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다 연결된다. 다양성과 양에서 비교 불가이고, 무엇보다 콘텐츠가 훨씬 자극적, 말초적이다. 비판론자들은 이 공간을 “광활한 쓰레기장”으로 규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 p.16 디지털의 진화는 여전히 숨 가쁘게 진행 중이어서 우리의 삶을 어디로 끌고 갈지 끝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에 한해서는 더 나빠질 게 확실하다. 결국 치명적 퇴행이다. 생각의 능력을 잃어버린 피폐한 자아, 무질서하며 폭력적인 군중, 상업주의에 찌든 뉴스와 질 낮은 담론, 망가지는 민주주의이다. --- p.17 스마트폰 중독은 도박과 기저(基底)가 비슷하다. 반복하면 내성이 생기고 이후 같은 쾌감을 맛보려면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 마약과 다른 것은 들고 다니며 아무 때나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즉시 접속의 편리함과 쾌감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무너뜨린다. 병증이 당장 나타나는 것도 아니어서 심적 부담이나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 중독은 그래서 다른 중독보다 지독한 난치병이다. --- p.25 디지털 중독은 ‘나’의 상실을 부른다. ‘나’는 자아라고도 하고, 정체성이라고도 한다. 이걸 만드는 에너지는 이 장의 주제인 생각이다. 생각의 힘이 강할수록 건강한 정체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정체성의 필요조건인 생각은 디지털 콘텐츠 더미에 밀려 속절없이 떠내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실종된다. --- p.25 사람은 원래 생각을 싫어하는 게으른 존재이다. 읽기를 제대로 해야 하는 신문을 쥐여 주었다면 중독이 생겨났을 리 없다. 디지털 기업은 이런 수준의 입맛에 딱 막는 콘텐츠들을 떠 먹여주고, 사람들은 이 중에서도 더 쉽고, 흥분되고, 자극적인 것을 골라 먹었다. 둘의 상호 작용이 끝 모를 수렁을 파고 있다. --- p.28 그렇다면 혼자 있는 시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바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누구나 오롯이 혼자가 되면 적나라한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무리와 떨어져 있으면 그냥 흘려보냈던 감정과 나의 모습이 줄지어 떠오른다. 이때가 나를 정확히 알게 하고 성장시키는 출발점이다. 게으름, 무지, 이기심, 잘하는 일, 못하는 일, 좋은 성격, 못된 성격, 부모님과 친구 관계, 중요한 일과 급한 일, 존재와 죽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리를 복잡하게 할 것이다. 모두가 마주 서기를 미루거나 회피했던, 민감하거나 뼈아픈 테마들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이와 같은 직면의 두려움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거의 본능적 선택과 연결돼 있을지 모른다. --- p.37 디지털의 지배를 받는 뉴스와 여론은 그나마 오늘이 제일 괜찮은 날일지 모른다.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 p.88 그런데 왜 ‘기성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산할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웃돌 만큼 많을까.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관성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이에 대해서는 정파적, 이념적으로 극단화한 대중의 편파적 기준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 생각과 다른 보도 = 가짜뉴스’라는 흑백 논리가 강하다. 따라서 반대편 또는 중도적 입장에 서 있는 언론에 대한 과도한 증오 또는 의도적 폄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 p.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