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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플랫폼 1
조건
미완성의 영역
사라지는 순간들
조각의 대상
좌대라는 문제
두 번의 제안

과정
능동과 수동
공간을 보는 눈
더블
화가의 발자국
조각가의 팔레트
색의 물성
미래와 현재
지탱하는 관계

현실
한 바퀴
짧은 대화

플랫폼 2
기록
전경
작품

저자 소개 2

편저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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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가 아닌 매개자로서 화가의 행위성을 탐구하는 미술가. 빛, 시간, 공간, 물질, 신체, 기억 등, 여러 조건들이 상호 작용하는 회화적 프로세스의 내부에서 그림을 지탱하는 현실을 되돌아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미술가의 현실을 조명하는 비평적 글쓰기와 협업으로서의 전시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전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2인전 『플랫폼 2』와 『돌다리』 등을 개최했고, 『스무고개』, 『오픈 코리더』(Open Corridor, 공동 기획), 『엑시트 엑시트』(Exit Exit), 『애즈 스몰 애즈 잇 웍스』(AS SMALL AS IT WORKS) 등을 기획했다. 제
창작자가 아닌 매개자로서 화가의 행위성을 탐구하는 미술가. 빛, 시간, 공간, 물질, 신체, 기억 등, 여러 조건들이 상호 작용하는 회화적 프로세스의 내부에서 그림을 지탱하는 현실을 되돌아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미술가의 현실을 조명하는 비평적 글쓰기와 협업으로서의 전시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전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2인전 『플랫폼 2』와 『돌다리』 등을 개최했고, 『스무고개』, 『오픈 코리더』(Open Corridor, 공동 기획), 『엑시트 엑시트』(Exit Exit), 『애즈 스몰 애즈 잇 웍스』(AS SMALL AS IT WORKS) 등을 기획했다. 제16회 두산연강예술상(시각 예술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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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저윤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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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의는 인체를 매개로 두 눈과 양손의 감각을 해체·재구성하는 분열적 조형 방법론을 탐구 중인 조각가다. 조각이 되는 인체와 인체가 되는 조각의 어긋남 속에서 드러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전 《분열》(2025, 피코)과 《모델》(2022, GCS), 2인전 《플랫폼 2》(2023?4, 인터럼), 《조소의 즐거움》(2022, 청년예술청) 등을 개최했고,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2026, 아트선재센터),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2025?6, 송은), 《큰 사과가 소리없이》(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138*210*20mm
ISBN13
9791198057570

책 속으로

“박정우: 조각의 대상으로서 손과 두상은 굉장히 다르지 않나요? 윤정의: 두상이 요구하는 시점과 거리와 손이 요구하는 시점과 거리가 다른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느껴져요. 당시에는 하나의 만들기 방식을 모든 부위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거리는 저와 모델, 조각의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바뀌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정우 씨의 말을 듣고 보니 하나의 인체 속에 여러 개의 시점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네요. 만약 한 형태 안에 여러 거리가 충돌하는 조각이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 「조각의 대상」 중에서

“윤정의: (…) 사실 포즈를 요청하는 입장과 그 포즈를 취하는 입장이 엄밀히 능동과 수동으로 나뉘어 있지 않잖아요. 오히려 새삼 둘이 맞물려 그 시간을 굴러가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 클릭되는 지점이 제가 정우 씨한테 적극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취해보라고 하는 거였고요. 예전에 모델을 썼을 때는 모델에게 입상이되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었거든요. 그렇게 저에게 포즈가 주어지면 거기서부터 조각의 형태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모델의 몸에서부터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니까 조각의 시작점이 바뀐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모델은 모델이고 조각은 조각이었다면, 이때부터 모델의 몸도 조각의 일부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능동과수동」 중에서

“박정우: (…) 그러니까 초기 형태가 어떤 모델로부터 비롯되었더라도 내재적인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준자율적인 결과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더 윤리적인 태도인 것 같아요. 근데 이게 그림이랑은 또 얼마나 다를까? 확실히 사진이랑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도랑 상관없이 사진으로 찍혀서 전시될 때에는 박제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그보다는 회화가 좀 더 거리가 멀겠죠. 근데 조각은 회화보다 더 즉물적이고 구체적인데도 모델과 구별되는 존재 같단 말이에요? 그 차이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해 봤었던 것 같아요.”
--- 「더블」 중에서

“박정우: 정의 씨가 유약 쓰는 방식은 아직까지도 흥미로워요. 유약을 쓸 때 진짜 섬세하고 복잡하게 써서 심지어 회화적이기까지 하단 말이에요? 엄청 센 발색의 유약으로 회화적 표면이 만들어졌다면 조각의 형태와 분리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조각의 형태와 표면이 맺고 있는 관계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어요. 말하자면 반투명한 유약 레이어가 형태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느낌으로. 그래서 형태를 보는 동시에 다른 차원의 시간축을 감지하게 돼서 신기한 것 같아요. 형식에 대한 정보 처리가 잘 안된다고 그래야 되나. 윤정의: 유약을 바르면 보통 형태의 모서리나 면을 다 덮잖아요. 그런 표면을 경계했던 것도 있어요. 유약이 점토를 다 덮어서 몸체를 무시하게 되어버리거나 혹은 반대로 완전히 투명해져 버린다거나… 결국 조각에서 표면은 몸체와 긴밀한 관계여야 한다는 점을 항상 느껴요. 그런데 도예 작품을 보면 많은 경우 흙 위에 유약이라는 구조를 고수한단 말이에요. 흙과 유약, 그 관계를 좀 더 복잡하게 구현할 수는 없는 걸까? 궁금하더라고요.”
--- 「미래와 현재」 중에서

“윤정의: 제 조각을 정우 씨의 회화에 올리는 건 저희 전시 처음 준비할 때부터 있었던 아이디어잖아요. 맨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가장 긴 생각이네요. 박정우: 회화가 장소가 될 수는 없을까…? 장소로서의 회화란 무엇일까, 장소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조각처럼 장소와 상호작용 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나, 그런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제 회화가 정의 씨 조각의 좌대가 되는 상황은 그런 욕망이나 고민을 흥미롭게 끌어안으면서 그 한계를 인정하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좌대를 경계하는 것도 그것이 특수한 공간을 딱 프레이밍 해버린다는 맥락이 있었던 거잖아요. 근데 회화는 원래부터 좀 특수한 공간성을 내포하고 있는 형식이라서, 회화가 좌대가 될 때는 동어 반복적이면서도 이상한 방식으로 그걸 초과하는… 그런 가능성을 상상해 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 「지탱하는 관계」 중에서

“윤정의: 제가 회화를 보며 흠모하게 되는 순간이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손짓이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데, 그게 중요하다고 느껴질 때인 것 같아요. 그 가까운 부분의 ‘그리기’가 전체와 공명할 때, 회화의 영역이 조각이 잊고 있는 스펙트럼의 앞부분까지 뻗어있다고 느껴요. 그런 관점에서 예전에는 조각이 점유하는 인식의 스펙트럼 속에서 ‘만들기’가 뭉개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는 그 부분을 짚는 일에 집중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실제 모델을 두고 작업을 하면서 ‘만들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세상과의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 「한 바퀴」 중에서

“박정우: 좋은 작가들의 작업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기면 모든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돼요. 모든 선택과 결정이 다 작가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그게 우연의 산물이라고 해도 나름의 필연성을 유추할 수 있어요. 그런… 경험 속에서 이게 단순히 예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며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고, 아주 사소한 차이에도 풍부한 가능성과 미적인 가치가 깃들게 된다는 생각까지 나아가게 돼요.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제 작업으로 돌아오면, 막막하지만 용기를 내서 한 발짝 더 내디뎌 보는 거고…”

--- 「한 바퀴」 중에서

출판사 리뷰

- 회화 작가와 조각 작가, 두 예술가의 만들기 실천에 관한 사유와 대화
- 타자가 가능하게 하는 픽션과 사후성의 힘

· 서로의 존재를 창작의 조건으로 - 타자와의 협업 속에서 길어 올려진 만들기의 화두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전시 『플랫폼 2』는 ‘좌대’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박정우의 회화가 윤정의의 조각을 위한 좌대가 되는 상상으로부터 시작했다. 이후 두 작가의 관계 자체가 창작의 조건으로 확장이 되면서, 윤정의는 박정우를 모델로 삼아 인체 조각을 제작하고, 박정우는 윤정의의 작업실을 회화의 조건으로 삼으며 상호 간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협업은 게임적인 상황 설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두 작가가 각자 걸어온 창작의 길 위에서 가졌던 ‘과정과 결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움튼 것이다.

두 작가가 공유한 것은 “과정과 조건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그리고 드러난 결과를 통해서 과정을 유추할 때 조형의 구조가 어떻게 감각되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45쪽)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물음과 주제에 천착하지는 않는다. 이를 계기로 수행된 만들기의 과정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되짚으며 만들기 자체에 관해 다채롭게 발견하고, 질문하고, 이해한다. “조형예술가로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이 ‘만들고 싶은 것’과 ‘만들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들을 하나로 응집하는 과정”(219쪽)이라면, 이 책은 두 예술가가 그 조건들을 서로 다른 관점 속에서 숙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타자와 함께한다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들 - 배움으로서의 협업

이 책이 전하는 울림 중 하나는 타자를 수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배움의 과정'의 아름다움다. “플랫폼”이라는 이름은 자기 자신만의 한계 안에서 탐구를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나 타자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의 시선, 호흡, 몸짓, 그가 받아들이는 물질과 도구까지와 교류하며 사물을 변형시켜나가는 실험을 지칭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정의와 박정우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조형 언어가 흔들리는 것을 기꺼이 허용하며, 그 흔들림 속에서 만들기의 세계를 넓혀 나간다. 나를 넘어선 타자와의 연결이 어떻게 새로운 픽션을 가능하게 하는지 엿볼수 있는 대화의 기록은 지식을 넘어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 되돌아보기의 힘 - 사후성 속에서만 가능한 것들

이 대화가 갖는 힘의 상당 부분은 그것이 모든 만들기가 끝난 뒤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 온다. 전시가 마무리된 2024년 초부터 2026년 초까지 이어진 이 대화에서, 두 작가는 이미 완성된 작품과 이미 닫힌 전시를 다시 꺼내 들고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물으며 되짚는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것에 대해 지금의 언어로 사유한다. 이 사후성의 거리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서문에서 두 예술가는 스스로 이렇게 질문한다. “그런데 박정우와 윤정의는 왜 『플랫폼 2』가 끝난 지 한참 후에서야 과정에 관한 대화를 작업으로 제시하려는 것일까.”(7쪽) 이는 두 예술가가 가진 사물에 대한 독특하고 의미심장한 관점에서 기인한다.

둘에게 사물이란 하나의 꼴을 갖추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되돌아오는 존재다. “과정의 파편으로 물러나 있던 마케트의 존재가 완결된 형태로 여겨지던 조각을 미완성의 시공간으로 끌어당김으로써 운동을 창출”(7쪽)한다. 이는 만들기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데, 만들기란 물질적 변형의 과정을 넘어 끊임없이 사물음 움직이게 만드는 역량의 집합이라고 말이다. 물론 여기서 움직임이란 물리적인 이동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존재의 양태와 의미의 출렁임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사유하고 다시 쓰는 행위, 즉 되돌아보기를 통해 정지된 것을 다시 운동하게 만드는 일 까지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조각이자 회화이고 예술적 만들기의 시공간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예술적 관점과 사물에 대한 이해 속에서 비로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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