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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문 풍경
박춘 수필집
박춘 저
bookin(북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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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사람으로 생긴 슬픔을 적겠다 · 5

제1부 성찰, 그리고
해찰하다‥13 | 문학, 빤한 거짓 그러나 그 아름다운 위안‥17
비명‥29 | 어느 새벽에‥32 | 성찰, 그리고‥36
무더위를 탓하다‥39 | 모년 모월 모일‥44 | 일방통행‥47
신생(新生)에 대하여‥51

제2부 자유, 그 동어반복
가을은 말이시‥55 | 인연에 대하여‥58 | 몰락의 에티카‥64
사랑, 그 우문(愚問)에 대하여‥67 | 사랑타령‥72
죽음, 그것‥77 | 자유, 그 동어반복‥83 | 감꽃 지다‥88
메타세쿼이아 길‥90 | 옛적 장자가‥92

제3부 아이러니
황금시대‥97 | 김훈의 문체 이야기‥100
오월 고향, 떠도는 생각‥111 | 형제‥116 | 어느 산문 풍경‥119
아이러니‥124 | 오금공원에서 1‥128 | 오금공원에서 2 ‥132
정이‥135 | 맨발‥140

제4부 서울역을 지나가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147 | 열네 살의 여름 그리고 여수‥156
숨비 소리‥159 | 서울역을 지나가며‥162 | 너 자신을 알라‥165
눈 깜짝할시‥169 | 세한도(歲寒圖)‥172 | 바우‥174 | 비는 내리고‥179

제5부 언어에서 읽히는 것
역사산책, 방원의 변(辯)‥185 | 어떤 구분‥191
내친김에 떠들다‥194 | 새해 벽두에‥198 | 장생이‥202
산책길에‥205 | 언어에서 읽히는 것‥209 | 무제 1‥214
횡설수설하다 2‥217 | 귀거래사(歸去來辭)‥221

저자 소개 1

1952년 전남 보성 새재 출생. 2015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24년 수필집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출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5년 문학나눔 도서선정. 2026년 『The 수필 2026, 빛나는 수필가 60』에 수필 「해찰하다」 선정. 인간·철학·수필(철수회(哲隨會)) 동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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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8*210*20mm
ISBN13
9791165125240

책 속으로

· 대부분 신인 작가는 기억으로부터 돌아봄이라는 공간에 오늘을 삼투시켜 글을 연다. 단순한 하나의 사물을 빌려 글을 여는 경우는 매우 귀하다. 김양숙은 금잔화라는 사물을 빌려 글을 열고 닫는다. 인간 호명으로 탄생하는 꽃보다, 그 인식질서보다, 꽃의 사물성, 본성을 사유 속에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글은 그렇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이 무언지 모를, 어떤 것이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가만히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한 기억이 오늘에 겹쳐지고 꼬물거리며 오늘 이 약간 슬퍼지거나 외로워지거나 분노하게 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약간 예민해야 할 터다. 세상 문학은 그곳에서 출발한다. 그의 저절로 근원이 되어지는 세계를 찾아내는 시선이 야무지다.
--- 「어느 산문 풍경」 중에서

· 옛사람이 『시경(詩經)』에 이렇게 말해놓았다. “풍경과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이 시경이다. 개념이나 해설, 정의를 이용할 경우 사물의 깊은 곳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사성에 의거한 경계를 이용하면 사물의 내면 깊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 말해서는 안 되고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했다.
문학은 문학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과 삶을 새겨 우리로 하여금 아름다운 위안에 감동받게 만든다. 그러니 문학을 외면하는 삶은 생의 한쪽을 의미 없이 소비하고 마는 셈이다. 요즈음은 이런다. 문명의 온갖 이기들이 쏟아놓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문학이 없었다면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충분히 위악에 찬 생을 무엇으로 건너갈 것인가다. 나의 노년은 살고 싶지 않을 만큼 의미 없을 수도 있다. 문학이 있어 참 다행이다.
--- 「문학, 빤한 거짓 그러나 그 아름다운 위안」 중에서

· 옛날 옛날 콧물 흘리던 어린 날, 나는 겨울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감기를 한번은 앓았다. 엄마는 늙은 찔레나무 뿌리에 달린 자색이 짙어져 거의 검정이 된 찔레버섯을 구해 생강 한 조각과 달였다. 그 달인 쓴물을 먹으면 희한하게 감기가 나았다. 어른이 되어 어느 날 감기에 걸려 그 쓰디쓴 물을 떠올리며 엄마의 마음과 찔레버섯과 내 몸과 감기바이러스는 원래 연결된 무엇이 있어서 서로 서로 상보작용을 일으켜 감기가 나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저들과 같은 유기체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찔레버섯처럼, 나와 초록잎 저것들도 아득한 생명 원형질 하나가 교통해 수억 년 세월을 어루만져 그래 편안해지는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혹시 흙에서 왔을 것이다. 아니 물일 수도 있겠다. 별생각은 아니다. 현재를 이룬 생태는 시원에 대해 무엇인가 흔적을 품고 있을 터이니 하는 생각에서다. 물을 먹고 흙 위에서 사니 그런 것 아닌가 한다. 우리는 어느 틈에 사자(死者)가 흙으로 돌려줄 육신을 단지에 모신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그리한다. 세속편리에 가볍게 따른다. 이 가벼움은 이미 지배문화가 되었다. 맨발에 멍때리는데 떠오르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중구난방이다. 맨발은 시리다. 부끄러움을 가릴 것이 없으니 시리다.
--- 「맨발」 중에서

· 얼떨결에 첫 번째 수필집을 내고 많이 부끄러웠다. 두 번째인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누구는 세상을 떠날 때 글을 전부 없애달라고 했다지만 미련한 나는 글을 남기려고 한다. 무엇엔가 쫓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두 해 전 짧은 시간 기억을 잃은 사태(?)를 당한 후부터다. 이런저런 것들에 버틸 수 있었던 건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생생함 때문이었다. 최소한 그것이 가치 없는 일은 아니라는 위안이다. 엇나가기만 한 이 미련한 아들을 내색하지 않으신 아버님 영전에 엎드려 울며 이 책을 올린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1부 ‘성찰, 그리고’에서는 「해찰하다」를 통해 무심한 일탈의 즐거움을, 「문학, 빤한 거짓 그러나 그 아름다운 위안」을 통해 허구가 주는 감동을 이야기한다. 일상적 언어를 시적 이미지로 확장하며 “해찰은 목적이 없어야 한다”라는 철학적 사유를 담으면서도 아이의 하교길, 봄날의 풀꽃 등 구체적 풍경을 통해 감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삶은 반드시 생산적일 필요가 없으며, 무심한 일탈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회복한다는 통찰을 담았다.

제2부 ‘자유, 그 동어반복’에서는 사랑, 죽음, 자유 같은 인간의 근원적 주제를 탐구한다. 「사랑타령」과 「죽음, 그것」은 삶의 아이러니와 불가피한 운명을 성찰하며 단문과 반복을 통해 죽음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죽음은 인간 존재의 필연이며, 자유와 사랑조차 죽음 앞에서 아이러니하게 무력해진다는 성찰을 설명보다 감각적 이미지로, 무겁지만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제3부 ‘아이러니’에서는 「황금시대」, 「형제」, 「아이러니」 등의 작품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적 모순을 드러낸다. 특히 「오월 고향, 떠도는 생각」은 역사적 기억과 개인적 체험을 교차시켜 서술한다. 개인의 삶은 사회적 역사와 분리될 수 없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 집단적 슬픔이 스며 있다는 인식을 병치하며, 서정과 사회적 기억을 동시에 담아냈다.

제4부 ‘서울역을 지나가며’에서는 도시 풍경 속에서 떠남과 만남, 삶의 무상함을 그렸다. 「서울역을 지나가며」는 떠남과 만남, 삶의 무상함을 담고 있으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세계를 거론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고 도시의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 인간의 떠남과 만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짧은 문장과 반복적 리듬이 ‘흘러감’을 강조한다. 삶은 끊임없는 이동과 이별의 연속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기 존재의 무상함을 깨닫게 한다.

제5부 ‘언어에서 읽히는 것’에서는 언어와 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며 풍경과 이미지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강조한다. 「역사산책, 방원의 변」은 역사와 언어의 관계를, 「언어에서 읽히는 것」은 말과 글이 지닌 힘을 다룬다. 언어는 단순한 전달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창이며, 문학은 그 언어를 통해 삶의 깊은 곳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언어 자체를 성찰 대상으로 삼으면서 개념적 설명보다 이미지와 은유를 통해 작품의 힘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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