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강일권의 다른 상품
|
곡을 부른 이는 슈거힐 갱의 멤버였지만, 사실상 곡의 주인은 실비아 로빈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곡을 구상하고 프로덕션을 구축하는 것부터 부를 래퍼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것은 물론, 녹음 과정을 주도하고 발매와 마케팅까지 전부 책임졌다. 한 번도 스튜디오 녹음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는 멤버들을 위해 실비아 로빈슨이 직접 랩을 해야 할 때에 맞춰 일일이 손으로 신호해 가며 녹음했다는 비화는 유명하다.
---p.13 길버트 오설리반은 본인의 곡이 샘플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비즈 마키 측(Cold Chillin’ Records)을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고, 법정은 오설리반의 손을 들어준다. 획기적인 판결이었다. 곡이 수록된『 I Need a Haircut』의 유통은 바로 중단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추후 샘플링으로 만들어진 모든 곡은 발매 전에 원저작권자와 퍼블리싱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티스트와 레이블 관계자에게 샘플 클리어에 대한 중요성과 의무감을 강조한 것이다. 막 상업적으로 성장하던 힙합 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p.57 리드 싱글이었던「 Dear Mama」의 인기는 대단했다. 거리의 삶, 마약,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애정 결핍, 동료의 비참한 죽음, 총격, 감옥 생활, 각종 악성 루머까지,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고통 대부분을 겪은 투팍이 가장 사랑한 인물 어머니에 대한 헌사를 담은 곡이다. 힙합사를 통틀어 부모를 소재로 삼은 가사의 곡은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가정을 버리거나 범죄의 늪에 빠져 사망한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라는 래퍼들은 어머니에 관한 곡, 또는 라인을 많이 써 왔다. ---p.97 제목「 Stan」은 가상 인물의 이름이다. 문제는 스탠의 팬심이 광기에 가깝다는 점이다. 스탠은 에미넴에게 여러 번 팬레터를 썼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자 분노를 드러내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한 끝에 파국을 맞는다. 에미넴은 이 섬찟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구성한 다음, 자아를 완벽하게 분리해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p.143 |
|
시대의 공기를 머금은 100개의 사건!
과거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음악이 품고 있는 시대와 간접적으로 호흡하는 일이다. ‘말’을 가공해내는 힙합은 더 그렇다. 이 책은 단순한 팩트의 나열을 넘어, 100곡의 싱글을 통해 힙합이 흑인 공동체의 삶을 대변했던 음악에서 어떻게 전 세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악이 되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N.W.A가 1988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의 수록곡 「Fuck Tha Police」가 부조리한 공권력에 맞선 거친 르포였다면, 켄드릭 라마가 2015년 명반 「To Pimp a Butterfly」를 통해 발표한 「Alright」은 흑인 생명 존중 운동의 상징적인 찬가로 거리에 울려 퍼졌다. 나아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맞서 평등의 연대를 외친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Same Love」에 이르기까지, 힙합이 시대의 모순에 맞서며 증명해온 사회적 비판과 연대의 가치를 깊이 있게 짚어낸다. 장벽을 허물고 경계를 확장한 음악적 쾌감 서로 다른 음악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때의 쾌감은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다. 투박한 드럼 머신의 리듬에서 시작해 록, 일렉트로닉, 재즈, 컨트리에 이르기까지 힙합이 시도한 끝없는 이종 교배의 역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데뷔 앨범 「Hand on the Torch」의 리드 싱글 「Cantaloop (Flip Fantasia)」로 재즈와 힙합의 완벽한 퓨전을 보여준 어스 스리(US3), 틱톡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영토에서 컨트리와 힙합을 결합해 빌보드 19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 등 대중의 리듬으로 자리 잡은 힙합의 무한한 확장성이 담겨 있다. 각 곡 말미에 자리한 깨알 같은 비화(Trivia)들은 읽는 맛을 한층 돋울 뿐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곱씹게 만든다. 상처를 치유하고 주체성을 선언한 긍정적 유산 우리가 흔히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힙합의 과시와 폭력성 뒤에 가려져 있던 내밀한 감정과 주체성의 회복 또한 이 책이 주목하는 긍정적 유산이며 존재 가치다.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이 우울과 슬픔을 솔직하게 고백한 히트곡 「SAD!」는 상처입은 세대를 치유하는 공감의 언어가 되었고, 솔트앤페파가 세 번째 정규 앨범 「Blacks' Magic」의 수록곡 「Let's Talk About Sex」로 성적 금기를 깬 이래 카디 비와 메건 디 스탤리언이 「WAP」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거침없이 선언하기까지의 궤적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힙합이 세대를 넘어 인류에게 남긴 가장 솔직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통해, 독자들은 힙합이라는 매혹적인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
힙합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싱글’을 중심으로 기술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살짝 설렜다. 몇 편의 원고를 받아 읽으면서 저절로 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거지!” 내가 원했던 게 이런 거다. 역사란 늘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진화해 나간다. 장르의 발생 시간과 장소가 명확하게 특정되는 이 장르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해당 음악과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더불어 힙합사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지니는 뚜렷한 강점이다. 단순한 백과사전식 정보와 팩트의 나열이라면 그 무미건조함에 지칠 수도 있을 테지만,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한 사실을 기반으로 깊은 통찰이 담긴 밀도 높은 글은 강한 흡인력을 지닌다. - 김경진 (대중음악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