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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 거야.”
숲은 멀리 북쪽으로 산맥과 경계를 이루고 대양처럼 드넓은 호수에 에워싸여 있다. 숲 한복판에 깊이가 7미터 정도 되는 우물이 보인다. 우물은 사방이 축축한 흙과 뿌리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벽이 위쪽은 비좁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흡사 꼭대기가 잘려나간 피라미드 형태다. 우물 바닥에는 먼 발원지에서 수맥을 따라 여과되며 강으로 흘러드는 시커먼 물이 고이고, 그렇게 생긴 웅덩이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품과 함께 유칼리나무 향기를 내뿜는다. 우물 안은 대륙판의 압력 탓인지, 우물 속을 휘감는 바람이 이는 탓인지 흙에서 삐져나온 잔뿌리들이 지상이 그리워 비탄의 춤을 추듯 사방으로 흔들리거나 빙빙 돌고 있다. --- p.8 두 번째는 평정이야. 너는 너의 내부에서 표출하는 비밀을 지키면서 하루 더도 아니고 하루 덜도 아닌 딱 사흘을 견뎌야 해. 사흘 동안은 땅을 밟지 않는 새처럼 움직이며 마치 풀잎을 깨우지 않고 싶은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해야 해. 아무하고도 접촉하지 않고 곧바로 잠드는 거야. 그리고 잊지 마. 너는 항상 네가 간직했던 그 작은 열병의 방울을 기억한다는 것을. 네 몸에서 끔찍한 형태를 취하는 그것이 더 동그랗고 더 커질 때까지 말이지. --- p.55 형은 무거운 현실에 짓눌려 있다. 그들에게 딱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 것임을, 그리고 그 기회에 그들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 등줄기를 타고 얼음 전갈이 기어간다. 실패하면, 그렇게 무수하게 연습한 동작 중 하나만 어긋나면, 동생은 죽을 것이다. 우물 속에서 보낸 시간 동안 그는 강해지고, 죽은 몸이나 다름없는 동생은 돌풍만 일어도 허공으로 뜰 만큼 가벼워져 있다. 비행을 위한 자세와 회전, 저항 의지까지 숙지한 채. 이제 모든 것은 유일한, 다시 반복되지 않는 긍정적이고 대담한 순간에 의해 정당화될 것이다. --- p.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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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플라톤과 프로이트, 카뮈나 베케트를 떠올릴 것이다. 그중에서도 전술한 콘텍스트를 감안할 때, 이 소설을 ‘베케트풍의 잔혹한 우화’로 표현한 작가 호르헤 카리온의 정의가 적절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작가 이반 레필라가 데뷔작이자 화제작인 『악당 코미디』에 이어 이 작품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와 함께 에스파냐 현대 소설의 신선한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_[옭긴이의 말] 중
유럽 유수 언론의 격찬을 받은 에스파냐의 사무엘 베케트, ‘이반 레필라’의 문제작!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문체로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에스파냐의 신예 이반 레필라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우화처럼 쉽게 읽히면서 잔혹하면서도 리얼한 현실을 담고 있는 강렬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 거야.” 이야기의 시작은 우물 속에서 시작된다. 두 형제가 숲 속 외떨어진 마른 우물에 갇혀 버렸다. 손바닥이 다 까질 때까지 벽을 기어오르거나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물과 식량도, 구조 받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공간에서 점점 절망에 빠지는 두 형제. 형은 해가 뜨고 짐을 통해 우물 속 일상을 제어하는 규칙을 만들고 탈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반면 두려움과 배고픔에 지친 동생은 실어증과 섬망증상을 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악화 되는데… 악몽과 환각 때문에 헛소리를 하며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형은 마침내 최후의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에는 자신의 희생이 담겨있다. 그들은 왜 , 어떻게 우물에 빠지게 된 걸까? 소설의 첫 장부터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들이 소설 중반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향해 치닫는다. 일종의 ‘잔혹 동화’를 최소한의 암시만으로 끌고 가는 서스펜스 형태의 기법과 형제간에 주고받는 거칠고 섬뜩한 대화나 파격적인 상상력은 시적인 언어와 결합되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_[옭긴이의 말] 중 전통적인 유럽의 설화에 어두운 리얼리즘을 가미한 기묘한 소설 작가는 두 형제의 고난을 통해서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비판 같은 묵직한 주제도 잊지 않는다. 또한 작가는 훈족의 왕 아틸라에 관한 역사적인 내용을 은유로 녹여 소설의 깊이를 더했다. 극단의 절망에 놓인 형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잔혹 우화 같은 소설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때론 질식할 것 같고 때론 불편하지만 파괴적인 이 시대에 대한 거대한 은유 같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프랑스의 르 몽드 지는 “나도 두 형제와 함께 우물 아래에 갇혀서, 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동생은 운명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겪은 투쟁의 한가운데 함께 있었다.”라는 추천평을 남기기도 했다. 언론사 추천평 설화 같은 이야기. 정확하고 탄탄하면서도 불편한 이 소설은 지혜를 담고 있다. - 엘 파이스 나도 두 형제가 겪은 투쟁의 한가운데 함께 있었다. - 르 몽드 이토록 강렬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문장에 사로잡힌 감정에서 벗어나기 싫어 책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텐덴시아스21 많은 이들이 우리 시대의 용감하고 독창적인 풍자이며 희망에 대한 우리의 무한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 자체는 명확한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희망이 있다면 이는 불확실한 것이다. -가디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