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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가장 사소한 애도
우리는 연민을 거부하는 단호한 이성 덕분에 살아남겠지만 그 때문에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만들고, 다만 살아남기 위해 끝없는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민은 우리가 우리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사소한 애도’다. 하지만 사소한 그것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부 - 찰나라는 우연한 걸작 모두의 삶은 ‘찰나라는 우연한 걸작’이다. 다만 우리가 켜켜이 쌓인 무언가에 갇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3부 - 함부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물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이 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우리 삶을 썼느냐겠지. ‘함부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물’같은 삶을.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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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일이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자기 삶에 가능성이 많지 않았던 사람은 그 조건 속에서 자신이 시도했던 가능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어쩌면 사는 일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가능성을 믿었던 착각을 깨닫는 것. 그것을 혼자서, 절실하게.
세상에는 당당히 사표 쓰고 세계 일주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현실과 주어진 의무를 감내한 채 살아야 하는 보통의 삶들이 더 많다. 나는 전자의 용기를 평가절하하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유별나지 못한 후자의 타협을 더 주목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질 수 없는 삶들을 이해하려 할 때 나의 노력에 비해 과하게 취했을지도 모를 성취를 지나치게 자부하거나 과장하지 않게 되고, 나눔을 실천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함부로 살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당신의 위로가 나를 걷게 한다고. 당신의 격려가 나를 날게 한다고. 당신의 관심이 나를 살게 한다고. 우리는 안다, 어설픈 위로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걸. 우리가 자주 마음에서 기인한 문제로 고통을 겪지만, 어떤 옮음과 지혜가 우리를 아픔 없는 길로 인도했다는 예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힘주어 말하는 지식이 아니라, 서로를 근본적인 차이가 없는 사람으로 보려는 실천적 의지일 것이다. 경험이 부재한 이에게 기대할 것은 적기에, 어떤 강요보다는 ‘그래, 그런 날도 있었지’라는 공감이 있기를. 어쩌면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만큼의 노력을, 타인이 거둔 성공과 자신이 이룬 하찮은 성취 사이의 간극으 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 마음에, 다시 한번 쏟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삶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면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기로 해요. 필요없는 것들까지 충분히 가져버린 우리가 더는 무언가를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는 서로에게 선물이니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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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다. 삶이 스산하게 느껴지는 날,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날, 속시원하게 통곡을 뽑아내고 싶은 날… 어쩌면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런 날들 중 어느 하루 이 책을 펼쳐든다면, 다정한 위로는 바로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고통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사랑이 슬며시 우리 곁을 떠나갔듯이." 저자는 여행하며 ‘사람’ 사진을 찍는다. 공동묘지를 향해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 까르르 웃음보 터지는 아이들, 어딘가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사내, 유명한 사진 작가도 아니고, 유명한 시인도 아닌 저자는 누구의 사진보다 감각적이고 누구의 시보다 감동적인 글로 울림을 준다.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말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사람과 살아가는 일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가 가슴에 사무쳐온다. “사진 안에서 사람들은 우두커니 있다. 다만 거기에서 주목 없이 슬퍼하고, 변명하며, 격려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조용히 늙어간다. 그 모습은 어떤 결핍과 화해하며 의연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사소함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 사소한 것들을 애도하고, 사소한 것들에 연민을 보낸다. ‘사소한 최선을 하나하나 누적시키며’ 살아가고, 찰나의 어느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얼굴색을 가진 양 두 마리가 어떻게 한 앵글에 포착될 수 있는 것인지, 방금 지나간 비행기가 그린 하얀 포말 위로 다음 비행기가 겹쳐 지나가는 광경은 또 어떻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인지 “사진을 찍고자 일부러 기다리거나 연출하지 않았다”는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사소한 최선을 누적시키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 사진 속에 녹아 있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사람을, 새를, 일렁이는 바다물결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토닥토닥 등 두드려 주고 싶어진다. 가만히, 안아주고 싶어진다. "웃어요, 당신도. 삶이 언젠가는 또 새로운 눈물을 요구할 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