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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와 백마
전진우
문학과행동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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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4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동아일보사에 입사, 동아방송 기자로 활동하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맞선 제작거부 운동에 참여, 강제 해직되었다. 1988년 동아일보사에 복직되어 월간 신동아 기자와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논설실장, 대기자 역임 후 2007년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한성대와 경원대(현 가천대), 단국대 등에서 미디어와 현대사 등을 강의했다. 해직기자 시절인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으로 등단하여 『하얀 행렬』(1989), 『서울의 땀』(1994) 등 소설
194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동아일보사에 입사, 동아방송 기자로 활동하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맞선 제작거부 운동에 참여, 강제 해직되었다. 1988년 동아일보사에 복직되어 월간 신동아 기자와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논설실장, 대기자 역임 후 2007년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한성대와 경원대(현 가천대), 단국대 등에서 미디어와 현대사 등을 강의했다.

해직기자 시절인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으로 등단하여 『하얀 행렬』(1989), 『서울의 땀』(1994) 등 소설집을 냈으며, 언론사 퇴직 후 장편역사소설 『동백』(2014)과 소설집 『유쾌한 인생』(2015)을 출간했다. 칼럼집으로 『역사에 대한 예의』(2007)가 있다. 장편소설 『그대의 강』(2020)으로 2021년 제17회 묵사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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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16g | 132*196*30mm
ISBN13
9791199922006

책 속으로

며칠 후 이승만이 하우스만을 경무대로 불렀다. 올드 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이보게. 하우스만. 나와 같이 평양에 가세. 임자가 채비를 좀 해 주겠나. 맥아더 사령관에게는 내가 직접 얘기할 것이니 따로 보고 할 건 없고. 부탁하네.”
“네. 각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이보게. 명령이 아니고 부탁일세. 하하하…….”
이승만이 모처럼 밝게 웃었다.

하우스만은 미 8군에 특별기를 요청하는 일에서부터 미 헌병대 경호팀 조직과 현지 차량 동원에 이르기까지 직접 챙겼다.
맥아더 원수의 사전 지시가 있었는지 도쿄 사령부 측에서 적극 협조해 준비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사령부에서 보낸 짤막한 비밀 전문이 있었는데 그 내용인즉 외국 기자들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들 손에 의해 좌우되는 사람이라든지, 미군의 주선으로 평양에 온 것으로 보이지 않게 하도록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하우스만에게는 이승만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하우스만은 도쿄 사령부가 자신을 ‘이승만의 사람’으로 의심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우스만이 입안으로 뇌까렸다.

“That’s a bit rich.(어처구니 없군)”
10월 30일, 이승만은 평양 시청에 모여든 시민에 연설했다.
“본인이 39년 만에 다시 한번 대동강을 건너 평양을 찾게 되니 감개무량하며 무한히 기쁩네다. 여러분,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셨습네까. ……우리는 유엔의 지원을 얻어 다시 통일되었습네다.
이제는 어떠한 나라일지라도 우리를 다시 분단시키지는 못할 것이 외다. ……여러분, 다시 한번 나와 같이 맹세합시다. 통일된 자유 조국을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싸워나갈 것을…….”
일흔다섯 살 노인은 놀라운 정력으로 30분 넘게 연설했다.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의 김일성을 맹렬히 비난하고 남북통일이 임박했다고 외쳤다.
--- pp.328-329

“오천수? 그라믄 길남이 아비 아낙?”
용화가 앉은 자세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다섯살 짜리 수복이 영문을 모른 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용화의 두 팔을 그러쥐었다.

“길남이 아비는 어디 있소? 길남이 아비는 어데 두고 댁에가 왔소?”
용화가 어느새 눈물이 그렁한 노인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
“어르신…… 지는 오천수 씨를 찾으러 왔습니더.”
입을 뗀 용화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노인이 용화의 두 팔을 놓고 뒤로 넘어질 듯했다. 와가 여인이 뒤에서 어머니의 어깨를 받쳤다. 노인이 신음했다.
“이게 무슨 곡절인고. 길남이 찾으러 간다고 나간 아비는 종무소식이더니, 아낙이 서방을 찾으러 왔다니 이게 먼 소리인고. ……

길남이는 어데 가고, 그 아비는 어데 갔나. 내 잘난 사위는 또 어데로 갔나. ……하이고, 내 먼 꼬라지를 보겄다고 죽지 않고 여태
살아 있나. 하이고…….”

길남이 이모가 노인의 어깨를 안아 요 위에 눕혔다.
“엄마. 우째 이러신다요. 진정하시오. 지가 저 댁과 야그를 나누어보고 말씸 드릴 테니 쪼깨 누워 계시오.”
길남이 이모가 새삼스레 용화에게 목례를 했다.
“지는 길남이 이모입니다. 정신이 없어 놔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
--- p.344

전형적 양키인 하우스만은 때로 한국인의 정(情)을 말하기도 했지만, 그의 본심 속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더 야비한 자들”(1987년 영국 텔레비전 인터뷰)에 지나지 않았다.

하우스만은 학살의 기획자이자 집행자였다. 맹렬한 반공주의자이자 백인 우월주의자인 그는 제주와 여수 순천에서 잔혹한 ‘초토화 작전’을 지휘했으며, ‘빨갱이’에 대한 그의 증오는 총살당하는 공산주의자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을 정도였다. 하우스만은 오만한 양키였다. 그에게 미개한 황인종인 한국인의 민족주의는 이해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으며, 빈곤한 주변부 국가 한국에 민주주의는 어울리지 않는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하우스만은 한국과 한국인을 보는 미국, 미국인의 원형일지 모른다. 주한 미군의 ‘한국통’이었던 하우스만은 ‘혈맹’으로 윤색된 한미관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1968년 중령으로 예편하고도 1981년까지 CIA 한국지부장, 유엔군 사령관 특별고문 등으로 활동했던 하우스만은 본국으로 돌아간 지 15년이 지난 1996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죽었다

--- p.365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이 소설은 박수 오천수와 미 육군 대위 제임스 H. 하우스만의 이야기입니다.

오천수와 그와 관련된 이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하우스만과 그와 연관된 이들은 실존했던 인물입니다. 따라서 픽션과 논픽션이 교차되고, 혹은 중첩되어 전개됩니다. 전혀 다른 시공간이 무언가에 쫓기고 부대끼다가 어느 언저리에서 만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역사의 한 장(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당은 신내림을 통해 사설과 몸짓으로 액(厄)을 쫓고, 원(怨)을 풀며, 복(福)을 구하는 대리인이자 굿을 주관하는 사제입니다. 오천수는 일제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진 우리 현대사의 바닥에 서 있었습니다. 무당이 스스로 제 운명을 바꿀 수 없듯이 오천수는 삶의 현실에 내던져져 있었습니다. 오천수는 가혹한 시절, ‘산 사람은 살아야 해’ 살아온 이 땅 민초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미 육군 대위 하우스만은 해방 직후인 1946년 7월, 한국에 왔습니다.

그는 국방경비대 연대장으로 시작해 경비대사령관 참모장, 미 군사고문단 집행국장, 한국군 사령부 고문, 미 CIA 한국책임자,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 등을 지내며 이승만 정부에서 박정희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통’으로서 군 내외 및 권력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제주와 여수 순천의 ‘반란’(다른 관점으로는 ‘항쟁’)을 진압하고 한국군 내공산주의자들을 숙청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학살의 기획자, 집행자이자 379 방관자였습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으며 박정희 소장의 ‘5.16 쿠데타’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데에도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하우스만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참모이고 고문이자 ‘정보통’이었기에 그의 구체적 활동은 거의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대부분 그의 유일한 ‘증언록’ 『한국 대통령을 움직인 미군 대위』(하우스만·정일화 공저, 1995, 한국문원 발행)에 기대야 했습니다.

인터뷰를 토대로 한 증언록에서 객관적이라고 판단되는 내용에 약간의 살을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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