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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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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숙
실천문학사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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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 9
아주 긴 배웅 39
당신의 해피 하우스 71
월남도화지 103
아내는 제주도에 갈 수 있을까? 135
목격자 173
너의 이름은 희망이다 203

해설 강희철 257
작가의 말 276

저자 소개 1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전태일 문학상에 소설 「너의 이름은 희망이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희망라면 세 봉지』, 『평화의 불꽃이 된 핵의 아 이 형률이』, 『김형률』, 시집으로 『새의 식사』가 있다. 장편소설 『식당사장 장만호』, 『흉터의 꽃』,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맘 마순영 씨』, 『배달의 천국』, 청소년 장편소설 『천사가 죽던 날』이 있다. 제14회 천강 문학상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2025년 부산문화재단 우수 예술작품에 선정돼 첫 단편집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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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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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31.0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6만자, 약 3.9만 단어, A4 약 73쪽 ?
ISBN13
9788939231979

출판사 리뷰

김옥숙의 소설집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작가가 직조해낸 소설의 세계와 그 안에 담긴 목소리가 가진 독특한 점은 스스로가 어떤 절대적인 권능을 통해 인간에게 불을 전달하려는 오래된 문학적 전통이 지닌 프로메테우스적 욕망보다는 인간에게 어떻게든 환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헤르메스’와 같은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

소파로 변하고 내 온몸 전체가 귀와 눈으로 변해 CCTV처럼 아내를 살폈다. 아내는 소파 위에 엎드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내는 지금 깔고 누운 소파가 남편이라곤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내의 핸드폰에는 온갖 이상한 이모티콘과 애교 가득한 멘트가 가득했다.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이 단편 소설집에서 가장 최근의 대표작인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은 사물과 인간을 동일화한 ‘괴물’, 즉 인간 영혼이 깃든 소파를 만들어 냈으면서도, 주인공의 육체는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결합과정을 어떤 설명도 없이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만들고, 이 환상을 믿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마치 카프카가 한 인간을 갑작스럽게 거대한 ‘벌레’로 마주하도록 하는 마법적인 변신의 과정처럼. 이 소설의 내용을 보면 인간의 어떤 결여된 욕망을 상징하는 ‘구멍’을 통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를 한 남성의 신체에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소파로 사물화된 주인공은 신체를 억압당하면서 자신이 욕망하는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내에 의해 자신의 위치가 옮겨지는 순간 또 다른 소파의 주인이 쓴 글들을 통해 그가 지닌 비참한 비밀도 저절로 알 수밖에 없게 된다.

남자는 책상이나 소파에서 뭔가를 쓰곤 했다. 소파에 누운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숨이 너무 진해 곰삭은 젓갈이나 묵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볼 때보다 새치가 늘어 남자는 부쩍 늙어 보였다. 남자는 소파에 드러누워 노트에 뭔가를 쓰다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일기를 쓰는 것 같았다. 남자는 쓰던 걸 멈추고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나는 남자가 무방비하게 펼쳐놓은 노트 위의 글자를 들여다보았다.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업 실패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가장이었지만, 이제 소파라는 것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타인의 삶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훌륭한 관찰자가 된다. 하지만 아내의 불륜을 누구에게도 알릴 수가 없고, 자신의 소파에서 죽게 된 남성이 부패하더라도 아무 대처를 할 수 없다. 정말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의 극대화된 상태를 보여주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당신은 방수 공사를 해준 업체를 다시 불렀다. 사다리차까지 불러 옥상 난간벽 벽돌을 다 걷어냈다. 난간벽 외벽 방수를 한 다음 페인트를 발라 마무리했다. 수리비로 3백만 원의 돈이 또 들어갔다. 이러다 보증금으로 받은 돈 전부를 수리비로 홀랑 다 날릴 것 같았다. 그 집은 밑 빠진 독처럼 돈 먹는 블랙홀이었다. 당신은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다. -「당신의 해피 하우스 」에서

「당신의 해피 하우스 」는 이 단편집에서 유일하게 ‘당신’이라는 표현으로 2인칭을 지향하는 소설이지만, 사실 이 소설 또한 2인칭 자체를 실험적으로 쓰고 있기보다는 1인칭의 또 다른 변형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김옥숙 작가의 소설은 모든 소설이 1인칭의 시점을 쓰거나 그 시점의 다양한 ‘변용’적 관점을 쓰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왜 이렇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는 그의 소설 중 가장 인간의 부조리함을 잘 들어낸 소설, 「아내는 제주도에 갈 수 있을까?」와 「목격자」를 통해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데, 같이 운동하던 동지와 결혼했으니 민주적인 가정을 꿈꾸었겠죠. 민주? 민주적인 결혼 생활? 완전 개뿔이지. 예전에 우린 조직 상부에서 지침을 내리면 그게 불합리하든 말든 무조건 상명하복이었잖아요? -「아내는 제주도에 갈 수 있을까?」에서

목격자라고 밝힌 후 감당해야 할 상황들이 눈앞에 훤하게 그려졌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 분명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것이다. 가해자 편을 드는 경찰에 맞서 진실을 밝힐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굴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검은 박쥐와 구렁이, 천 길 낭떠러지를 상상하는 피해망상 환자 같은 내 모습이 한심했다. -「목격자」에서

이 두 소설은 남성 화자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지닌 근원적 문제를 살피게 한다. 바로 파시즘적인 사회질서에 잠식된 인간의 부조리다. 과거 진보 운동권에 있었음에도 현실의 어려움을 내세워 가정 내에서 아내를 착취하는 남편의 이야기인 「아내는 제주도에 갈 수 있을까?」와 어린 시절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진술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여전히 침묵하며 가족과 자신의 평안만을 지키려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목격자」를 통해, 작가가 지닌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비판적으로 잘 드러낸다.

김옥숙 작가의 단편 소설에서 수많은 화자가 등장하지만,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체험으로 형상화되지만, 그가 오히려 가장 잘 다루고 있는 것은 ‘남성’ 화자라는 특이한 1인칭 시점의 구조이다. 작가는 여성으로서 말하기 힘든 사회 부조리의 가장 큰 문제들을 부조리한 ‘남성’을 앞세움으로써 더 면밀히 보여줄 조건을 형성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옥숙 작가는 가장 ‘지식인’적이고 ‘문학가’적인 목소리를 흉내 내기보다 현실을 가장 잘 조망하고 가장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의 ‘화법’을 강점으로 1인칭이란 시점을 계속해서 실험해 온 독특한 소설가다. 겉으로는 같은 ‘직구’만 던지지만 빠르기가 다양하고 회전수도 다양한 그런 구종을 장착한 노련한 투수처럼 그의 소설은 계속 같은 방향성을 지니지만 미세하게 다른 방법론들을 실험하고 있다.

작가의 말

몇 달 전, 동사무소 무인 발급기에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았다. 서른 번이 넘는 이사의 이력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초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젊었을 땐 내가 이토록 이사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올가을, 또다시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다. 내가 살았던 집, 지금 사는 집,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집을 떠올려 본다. 내가 살았던 수많은 집들 중에서, 유독 변두리 아파트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파트였음에도 문을 활짝 열어두고 살았다. 옆집 아이들, 아랫집 아이들이 밤낮없이 우리 집에 몰려와 웃음꽃을 피웠다. 나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집과 옆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하천가에 자리한 변두리 아파트였기에 넓은 하천부지에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러 텃밭에 나가 채소와 들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홀린 듯 바라보곤 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이사를 다니게 될지도 모르고 이 동네에서 오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거짓말처럼 숭례문이 불 타던 그 해, 정들었던 그 집을 잃고 급하게 이사를 했다. 그 집을 떠나와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를 더욱 깊은 우울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은 바로 한 배우의 죽음이었다. 텔레비전만 틀면 환하게 웃던 그녀, 요정처럼 해맑았던 그녀가 두 아이를 남겨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다음 해에는, 큰 산 같았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 두 사람의 죽음이 이상하게도 혈육의 죽음처럼 느껴져 오랫동안 무력감에 시달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삶이었다.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져도, 끝없이 넘어지고 엎어지더라도,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삶을 끌어안고 살아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했다.

때때로 소설가란 활자로 삶의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 때로는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불완전성과 불가해한 삶을 헤아려보기 위해 시지프스의 바위를 굴리는 일. 바로 활자로 집을 짓고,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소설을 쓰는 일이 아닐까. 솜씨가 모자라 외풍이 심하고 비가 들이치고 물이 새는 집을 짓기도 하지만, 더 단단한 집을 지으려 했던 시간들이 이 첫 소설집에 담겨 있다.

너무 늦은 첫 소설집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준 실천문학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삶이기에 나의 미래는 바로 지금, 소설의 집을 짓고 있는 지금의 나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또 쓸 것이다.

2025년 가을
김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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