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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철거撤去’ 표식이 없어도 무성하게 자란 덩쿨이 여기엔 더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걸 말해줬다.
· 오동나무는 바람에 씨를 퍼트려 아무데서나 뿌리를 내리고 잡초처럼 잘 자란다. 동네의 사정事情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러니하게도 철거라는 글자 위, 벽돌 틈새에 짧게 끝날 제 삶을 틔웠다. · 이주 종료일이 가까워질 즈음 폐가구와 쓰레기들이 동네에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냉장고, TV, 이불, 서랍장, 장난감, 옷, 모든 세간살이가 내팽겨쳐지는 광경光景이었다. 말 그대로 ‘다 내다버렸다’. 폐기물 수거 업체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거리에 쏟아진 폐기물들과 건물 곳곳에 남겨진 물건들을 쓸어갔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 같았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