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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블루스 1 - 지옥문 노크소리(Knockin’ on Hell’s Door) 생각하는 사람 1 - 분서갱유(焚書坑you)신파 블루스 2 - 병맛 본좌 생각하는 사람 2 - 존재와 무식신파 블루스 3 - 잉여류 게임 생각하는 사람 3 - 인생이 아름답냐 신파 블루스 4 - 오랜 축하 생각하는 사람 4 -밀명(密命)과 흉기신파 블루스 5 -돈키호테 간뎅이 생각하는 사람 5 -철권(鐵拳) 햄릿옛날 소품 1 - 야전병원의 1, 2, 3번 생각하는 사람 & 신파 블루스 - 일심이체(一心二體)의 독백과 기묘한 대화옛날 소품 2 - 기시감신파 블루스 6 - 당근과 롤빵, 그리고 하여가(何如歌)생각하는 사람 6 - “임무 완수했습니다!”옛날 소품 3 - 파운데이션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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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시면서 얘기를 좀 하지.”
이렇게 그는 ‘얘기를 좀’ 시작했다. 내게 설희 말고 자길 욕하라며 제 가슴을 탁탁 치기도 했고 (반창고를 두 개나 붙인 주먹으로) 아나운서가 되려는 그녀를 ‘우리 아빠’가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지네 아빠가 어느 종편 방송의 보도국장이라나. 공중파도 아니네, 뭐. 나는 차분히 내 앞의 생맥주잔을 비워갔다. 미꾸라지는 그 외에도 뭐라뭐라 얘기를 무지 많이 했는데 정확히 기억나는 건 없다. 삼포 세대가 어떻고, 너희들의 고충과 고민이 가슴 아프네, 했는데…, 나나 설희보다 적어도 스무 살은 많은 국회의원이나 교수인 양 했다. 제일 황당한 건 나더러 웬만하면 알바 때려치우라는 것이었다. 피 같은 청춘 한 시간이 어떻게 돈 5천 원하고 등가일 수 있느냐, 착취 안 당할 자유와 시간을 확보하라나? 그 와중에 난데없이 니체와 마르크스가 나와서 개고생을 하다 절룩거리며 들어가기도 했고……. --- p.37 그 타이핑비?A4 한 장 빽빽이 쳐주고 받는 1천 원 남짓의 돈을 맞춤법 까탈을 부려 떼먹는 놈들이 다 있었다. 그렇게 제 노력과 시간과 돈을 떼이고 나면 그녀는 한동안 삽질과 뻘짓에 빠져들었다. 스타크나 리니지, 혹은 실물은 감히 흘겨볼 수도 없는 명품가방 검색 따위로 또 밤을 새우는 것인데, 그런 어느 날인가 설희는 ‘피눈물이란 게 실제로 있는 거더라’고 말하며 뻘건 눈으로 웃었다. 그 비슷한 일들이 몇 번 되풀이되고 나자 설희는 치사한 먹물판에 안 들어간다고, 나도 폼 내며 살겠다고 선언했다. 아나운서로 진로를 바꾼 것이다. 세상에 대한 시각도 바꾼 것 같았다. “까짓거, 어떤 인간 말마따나 ‘다 줄 각오’ 하지, 뭐. 개새끼들, 그럼 될 거 아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리. 그녀에게 홧술을 받아주면서도 머릿속에선 안주 값과 주머니 사정의 밀당을 벌이던 내가. 그런 주제에 설희 같은 퀸카를 끝내 탐냈던 내 죄가 컸다. --- p.43 “명문대는 인마, 고대가 명문대냐?” “아주 배가 불렀네. 그럼 나 같은 건 대학생도, 아니 인간도 아니겠다.” “야, 솔직히 우리 학교 애들도 우울해.” “왜?” “설대 못 가서. 설대 다니는 사촌이나 동창한테 괜히 꿀려서. 물론 뭐 애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비위장이 틀렸다. 나는 노골적으로 반말을 했다. “너도 그러냐?” 곽은 입술을 비틀어 픽 웃었다. “난 꼭 설대 때문은 아니고…… 인마, 요즘은 고시 같은 거 붙어도 입에 금 숟가락 안 물고 태어났으면 다 마찬가지 아니냐. 잉여 잉여거리면서 사는 건 마찬가지라고.” “함부로 잉여 잉여 하지 마라. 진짜 잉여한테 죽는 수가 있다, 응?” --- pp.163~164 가야만 한다. 가기 싫다. 가서 이번엔 사람 형체도 없는 사람 하나를 죽여야 한다. 그러기 싫다. 인생은 '철권'처럼 단순하지 않은데 빌어먹게도 내겐 늘 철권 속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죽느냐 죽이느냐. --- p.240 나야 그렇다 쳐도 대체 이 자식은 왜 이리 죽자 살자 덤벼드는 거냐. 제놈도 나처럼 기절에서 깨어나 뭐가 뭔지 몽롱할 텐데도 깊이 옹이 박힌 어떤 스트레스, 그 엿같음으로 악을 부리고 있다. 이 자식도 나만큼이나 되는 일 없고 뭐 좀 잘해보려고 하면 하는 짓거리마다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병맛인 게 틀림없다. 아무튼 너, 싸움 좀 한다. 너나 나나 젊은 팔자 왜 이리 꼬이는지 젊은 게 한 재산이라는 개 엿 먹는 소린 어느 시러베새끼가 읊은 건지 어디 가서 한번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 나도 한땐 괜찮았는데 착하고 머리 좋단 소리도 들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삐끗한 걸까. 나 이제 어떡하냐. 살고 싶은데……. 이제 나 어떡하지? --- pp.253~254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모든 면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겨봤다는 것이다. 젠장, 페어플레이 하다가 결국 기절하고 신세한탄이나 하게 되는 패배보단 찜찜한 승리가 백배 낫다. 자고로 성공한 반칙은 위대한 전략으로 기억되는 법이니까. 어떻게든 이겨본 놈이 또 이기는 법이니까. 우리도 이같이 하여…… 한 100년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반칙에의 초대’?'하여가'는 나온 지 600년도 더 된 영원한 유행가 아닌가. 그러니까 그 좋은 반칙, 나도 좀 해봤다, 왜. --- p.273~274 “우리 인간적으로… 어떻게 안 될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병원으로 가는 게 맞잖아. 아니 지금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뭐 아쉬워서 유부남 깡패새끼 애를 낳을려고 그래요. 예? 나랑 지금 병원에 가면 나도 살고 댁도 살고 우리 회장님도 살고 세상이 편한 거거덩. 안 그래?” “대신에 아기가 죽잖아. 그리고, 얘가 지금 누구더러 새파랗대? 너야말로 새파란 청춘이 왜 이러고 사는데?” --- p.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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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면 ‘막장’, 다시 보면 ‘막 짠한’ 청춘들의 이야기뜨겁다. 무더운 여름 대낮, 아스팔트는 땡볕에 눅진눅진해져 있었다. 그 위에서 싸움은 순식간에, 스파크가 튀듯 벌어졌다. 군인과 조폭, 두 남자는 대체 어떤 사연으로 서로에게 죽자 살자 덤벼들어 싸우게 된 걸까?사고 치고 탈영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복수하러 가는 군바리, 사고 친 회장님의 명령에 따라 비열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조폭 똘마니.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던 두 청춘이 맞붙었다. 삶의 밑바닥에서 맞닥뜨린 두 남자의 사생결단 길바닥 혈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장면들이 생생하다. 한편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중년의 한 남자. 한때 치열하게 이십대를 보냈지만 지금은 지긋지긋한 인생사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그도 자신의 속에 잠들어 있던 열정을 발견한다. 엿 같은 세상, 꽃 같은 인생.이제, 우리도 이겨봐야 하지 않을까돈이 없어 휴학을 일삼으며 알바를 두세 탕씩 뛰는 지방 분교 대학생, 작가의 꿈을 버리고 누구 말마따나 ‘다 줄 각오’ 한다며 아나운서로 진로를 변경한 여대생, 스스로 천생 건달 체질이라고 생각하며 조폭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사는 똘마니, 대대로 최고의 싸움꾼이었던 깡패 집안의 자손답게 큰 덩치를 지녔지만 얼굴은 조그맣고 곱상해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특A급 깡패, 집에서 가출해 파이터 클럽에서 생활하는 십대 청소년, 웬만한 남자애 정도는 거뜬히 이겨먹는 일진 여고생……. 최수영 장편소설 『하여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강대한 적 앞에서 언제까지 무기력하게 질 수만은 없는 법. 지리멸렬한 삶을 뛰어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침내 경쾌한 반칙으로 적을 무너뜨리며 부르는 하여가(何如歌). 그들이 결국 찾아내고야 마는 각자의 진짜 목적지가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다양한 희곡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비속어와 사투리, 유행어가 난무하는데, 맛깔스러운 대사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특히 곳곳에서 시대정신이 녹아 있는 유머가 반짝인다. 이 유쾌하고 통쾌한 청춘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가의 등장을 반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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