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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빈스 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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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 Vawter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지만 글쓰기를 잘해서 사십여 년간 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인디애나주 지역 신문 〈애번즈빌 커리어 앤 프레스〉를 펴내고 있다. 말 더듬는 걸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지만 당당히 극복을 하고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일을 하면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페이퍼보이》에 담아내었다. 이 책은 2014년에 뉴베리 아너 상을 받았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0*210*12mm
ISBN13
9791194028758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품명 및 모델명
페이퍼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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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중량
140*12*210mm | 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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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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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하버트가 1396번지에 도착한 뒤, 현관문 앞에 신문을 막 내려놓으려고 할 때였다. 워싱턴 부인이 현관 유리문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을 열고 현관 테라스로 나왔는데, 밝은 녹색 가운에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 벨트를 두르고 있었다.
보통 때는 여자들이 뭘 입었는지 주의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치 몸을 둘로 나눈 것처럼 검은색 벨트로 허리를 꽉 졸라맨 워싱턴 부인의 옷차림이 하도 특이해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렀다. 부인을 처음 봤을 땐 엄마 나이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훨씬 더 젊은 듯했다. 얼핏 대학생인 래트네 누나 또래 같기도 했다.
워싱턴 부인은 입술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어서 살짝 미소만 지어도 크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눈가에는 옷 색깔과 맞추어 초록색으로 화장을 했는데, 뭔가 속눈썹을 길어 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부인이 말할 때마다 새빨간 입술이 움직이는 걸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다른 사람 입에서 말이 나오는 걸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 p.21

내 이름을 말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숨을 여러 번 내쉬어 보아도 입안에서 달싹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내 성과 이름이 똑같은 음절로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성과 이름을 모두 말하는 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싫었다, 쉼표보다도. 〔중략〕
이름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목구멍과 배 속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나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어떻게든 소리를 입 밖으로 밀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더 힘껏 밀어 보아도 여전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연필을 던진다고 생각하면서 오른손을 움직여 보았지만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른 뒤였다.
스피로 아저씨는 잠자코 서서 내 대답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맘처럼 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시 한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뱉어 내면서 어떻게든 소리를 내 보려고 애쓰는 것뿐이었다. 또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고 생각하자 목구멍이 더 바짝 조여 왔다. 나는 그동안 선생님이 가르쳐 준 수없이 많은 요령을 다 잊어버리고 그저 숨을 꾹 참은 채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스피로 아저씨네 현관등 주위에서 윙윙거리던 파리였다. 현관에 달린 등이 점점 밝아지자 파리도 덩달아 점점 커졌다. 급기야 아빠 비행기만 해진 파리가 그만큼 시끄럽게 윙윙거렸다. 그러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몰려온 것처럼 온 동네의 현관등과 불빛이 한꺼번에 훅 나가 버렸다.
--- p.33~34

자봉투 안에는 작은 종이가 들어 있었다. ‘출생증명서’라고 인쇄되어 있었는데, 이름 칸에는 손글씨로 ‘남자 아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적힌 날짜는 내 생일이었다. 엄마가 결혼하기 전에 쓰던 성이 왼쪽의 ‘엄마’ 칸 옆에 쓰여 있었다. 오른쪽의 ‘아빠’ 칸 옆에 있는 건 여태껏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단어였다.

신원 미상.

나는 서류들을 원래 있었던 대로 상자 안에 밀어 넣고는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엄마 차가 정원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차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불을 잘 끄고 문을 잘 닫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옷방으로 달려갔다.
옷방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데다 불도 켜져 있었다. 내가 옷방에 들어갔다 나온 걸 훤히 드러낸 셈이었다. 나는 얼른 불을 끄고 문을 원래대로 해 놓은 다음, 욕실로 달려가 욕조에 물을 틀었다. 원래 이렇게 이른 시각에는 샤워를 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몸에서 좀약 냄새가 풍길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 p.96~97

아라 티 아저씨의 은신처에 몰래 들어가 내 주머니칼이 있는지 뒤져 보고 싶었다. 그러자 은신처로 숨어들 생각만으로도 뭔가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 학교에서 발표 시간에 내 이름이 불릴 예정이란 걸 빤히 알면서 기다릴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왜 그런지 알면서도 어쩌지를 못하고 막무가내로 짓눌리는 기분이랄까.
나는 신문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하버트가로 되돌아갔다. 그러고는 골목 담벼락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아라 티 아저씨의 비밀 창고로 뛰어 들어갔다.
토요일에는 길가에 차나 버스가 평소처럼 많지 않았다. 쓰레기 수거 트럭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개 짖는 소리와 잔디 깎는 기계 소리 말고는 아주 고요했다. 아라 티 아저씨의 창고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동안, 맘이 말한 에비가 괜스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허름한 창고의 비밀 문은 꽉 잠겨 있어서 손으로 아무리 힘껏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아라 티 아저씨가 썼던 자동차 안테나 같은 것이 필요했다.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철사로 된 옷걸이를 찾아낸 뒤 무릎에 끼우고서 길게 쭉 폈다. 옷걸이가 안테나보다 가늘긴 했지만 문에 나 있는 구멍에 넣고 이리저리 몇 번 흔들자 안에서 뭔가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p.134

출판사 리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며

수금하러 다닌 첫날 밤은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어떤 집은 수금 봉투에 신문값을 넣어 놓아 내가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되었고, 또 어떤 집은 미처 생각지 못한 팁까지 챙겨 주었다. 마지막 차례인 스피로 아저씨도 신문값 95센트를 정확히 맞추어 준비해 두었다. 굳이 입을 열 필요 없어서 기쁜 마음으로 돈을 받아 나오려는데, 스피로 아저씨가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뭐냐고 물은 것! 내 이름은 발음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거의 공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나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문 채 어떻게든 소리를 내 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은 기절을 하고 말았다. 아저씨는 내가 깨어날 때까지 정성껏 돌봐주고는, 내가 말을 더듬어도 비웃지 않고 말을 다 마칠 때까지 웃음 띤 얼굴로 기다려 주었다. 심지어 어이없는 질문을 던져도 항상 멋진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 스피로 아저씨를 만나러 갈 때는 질문거리가 머릿속을 맴맴 돌아서 행복감에 빠지곤 했다.

한편, 신문 뭉치를 묶은 끈을 자르려는데 주머니칼이 너무 무디어져서 영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물 장수 아라 티 아저씨에게 미리 돈을 주고 칼을 갈아 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받을 때만 해도 굽실대던 아라 티 아저씨가 며칠이 지나도록 주머니칼을 돌려주지 않을뿐더러, ‘칼’이라고 똑바로 발음하지 않으면 영영 돌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를 말 더듬는 머저리로 본 것 같아서 화가 치민 나머지, 맘에게 그간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맘은 평소에 아라 티 아저씨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기 때문에 야단을 칠 줄 알았지만, 주머니칼을 직접 찾아다 주겠노라고 하고선 휴가를 내고 집을 비웠다. 며칠 후 맘은 누구한테 흠씬 두드려 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나타났으며, 설상가상으로 아라 티 아저씨가 내 방에 몰래 침입해 지갑과 시계를 훔쳐 가면서 큰 사달이 벌어지게 된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

신문 배달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말더듬증 때문에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에만 매몰되어 있던 ‘나’가 차츰차츰 주변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 것은 사회로부터, 그리고 제도로부터 자신만큼이나 소외되고 상처받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버스 좌석이나 동물원 입장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일에서마저도 차별을 받는 맘, 남편과의 소통 부재로 외로움을 오로지 술로 달래며 우울증을 앓는 워싱턴 부인,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말뜻을 읽어 내는 연습을 하느라 온종일 텔레비전만 보는 청각 장애인 폴…….

‘나’는 피부색 때문에 겪게 되는 사회적 제약을 묵묵히 감내하는 맘을 대신해 겉모습에 따라 차등을 두는 그릇된 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늘 술에 절어 사는 워싱턴 부인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가슴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연민의 마음을 품는다. 그리고 말을 하지도 듣지 못해서 홀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폴에게는 기꺼이 친구가 되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비로소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말더듬이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깨우친 채 타인의 삶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제 더는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해 타자기로 쳐서 전하던 지난날의 어수룩한 말더듬이가 아니다. 엄청 느리고 발음이 웃겨도, 그리고 수없이 더듬거려도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다 하는 당찬 소년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렇듯 〈페이퍼보이〉는 온 가족이 눈물겨운 노력을 한 끝에 어렵사리 말더듬증을 고쳤다는 식의 뻔한 교훈을 담고 있지 않다. 자신이 가진 장애를 비록 고치지는 못하지만 순순히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가 있건 없건, 자기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하면 그 무엇도 나를 막아서지 못한다는 보편적인 인생의 진리를 진중하게 일깨운다.

교과 연계

국어 4-1 1. 깊이 있게 읽어요
국어 4-2 6. 상상의 날개
국어 5-2 2.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해요
국어 6-2 1. 작품 속 인물과 나

추천평

주인공 ‘작은 신사’가 단지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삐뚜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경계하면서도, 작은 신사를 언제나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맘과 아빠, 스피로 아저씨를 통해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일깨운다. - 워싱턴 포스트
입에 착 붙는 문체와 개성이 반짝이는 등장인물, 그리고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스토리가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작품. 불가항력적 고통과 슬픔을 건너 희망을 낚아 올리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불러온다. - 커커스 리뷰
말더듬증 때문에 날마다 당혹스런 일들과 맞닥뜨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가정부 맘의 상황 등을 덧대어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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