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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이 일생 동안 지속되기를
“나와 한 집에 사는 이 남자는 내가 결혼했던 그 사람이 아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남편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솔직하고 성찰적인 기록. 병과 더불어 살아갈 때 열리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우리 눈 앞에 가감없이 펼쳐 보이며, 나이듦, 건강, 가족,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
2016.10.28.
에세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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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이야기 - 60초마다 한 명의 환자 Every 68 Seconds
첫번째 이야기- 초기 신호 Earl Signs 두번째 이야기- 달라진 현실 A Different Reality 세번째 이야기- 두 세계 사이 Two Uncertain Worlds 네번째 이야기- 소통 불가 Out of Reach 다섯번째 이야기- 다루기 힘든 환자 A Difficult Patient 여섯번째 이야기- 달라진 풍경 Changing Landscape 일곱번째 이야기- 검은 옷만 입다 Dressed in Black 여덟번째 이야기-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We Are Not Available Right Now 아홉번째 이야기- 공개되지 않은 실상 Behind Closed Doors 열번째 이야기- 메일이 전송되었습니다 The Message Has Been Sent 열한번째 이야기- 신체가 뇌보다 오래 살다 Outlasting the Brain 열두번째 이야기- 나도 반복하게 될까 Repeating Myself 감사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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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자도 신경과 전문의도 아니지만, 거의 이십 년 세월을 남편의 머릿속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렇게도 똑똑했던 남편이, 두뇌 회로에 이상이 생기고 서서히 회로가 망가지면서, 지성과 독립성을 잃어간다니 얼마나 부당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지. --- p.14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잔해 더미를 뒤져서 손상된 낡은 사진이나 감정 어린 소중한 물건들을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환자의 과거 기억 중에서 남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짜맞추어서 미래하는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 p.15 알츠하이머병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병에 직면하기 전에 피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즉 발병을 늦추거나, 사고 능력을 파괴하기 전에 흐름을 되돌려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는 정상적인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p.19 그이는 과거에 살아왔던 인격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인격 사이의 경계에 서 있었다. 한동안은 두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가능했다. 어떤 날에는 지성이 넘치고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그러다가는 갑자기 그의 눈빛이 거슴츠레해졌다. 무표정해지면서 마치 멀리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는 저 멀리 뭔가를 보는 듯했고, 마치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70 어느날 밤에는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있던 하비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왜 자기 침실에 내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하비는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희생을 인정했다. “당신이 정말 내 아내라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당신에게 너무 가혹하네요.” --- p.98 예전에는 그를 진정시켰던 방법들이 이제는 효력을 잃었다. 약물도 듣지 않았고, 내가 친밀한 손길을 내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그의 정신에는 어두운 면만 남은 듯했다. 하비는 병원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이상하고 음험한 병에 갇혀버렸다. --- p.126 친구들이 던진 솔직한 의문 하나가,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힘든 순간마다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하비도 너처럼 그렇게 했을까? 너를 보살피려고 모든 걸 포기했을 거 같니?”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는 반복해서 곱씹어 보았다......하비는 자기 환자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카퍼릿지에 하비를 데려가는 건 그를 떼놓는 일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진실은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것이다. --- p.163 “널 정말 좋아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누군가가 생겼을 때, 그 설레는 느낌 기억나?” 친구의 말을 듣자 갑자기 내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억나지 않아. 아무도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지 않아. 아무도 내 팔을 만져 주지 않아. 아무도 내가 잘 지내는지 전화하지 않아. 나는 친구의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p.205 가끔씩 지금은 잃어버린 그의 활기찬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전화 자동응답기의 녹음 메시지 버튼을 눌렀고, 같은 메시지를 듣고 또 들었다. “안녕하세요. 메릴과 나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안녕하세요. 메릴과 나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 p.224 내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어머니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것이어야 했다. 나는 다른 환자보호자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견디는지 궁금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도 자식의 기대와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극도의 피로감이 죄의식보다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조언은, 각자가 처한 생활환경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보호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 라고 포기하게 되는 걸까? --- p.238-239 우리는 직장일과 간병을 곡예하듯 병행하다가, 경력을 포기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찾고, 어쩔 수 없이 조기에 퇴직을 하고, 스스로의 노후 준비를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 중 누구도 자기자신을 순교자나 이타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가 돌보고 있는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 p.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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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이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 아닐까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은 사랑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배우자나 부모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느 선까지 돌볼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내가 남편과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겪었던 모든 일들을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 다음으로 두려워하는 일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아파하고, 혹시 나도 그처럼 기억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고는 한다. 그들 곁에서 그들만큼이나, 어쩌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그들보다도 더 힘들어하는 간병인들을 두고 우리는 치매의 직접적인 영향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치매의 사회적 비용이 10조를 넘어선 지금, 알츠하이머병은 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다. 우리가 무심히 넘기는 일상의 순간순간 도처에 알츠하이머병은 모습을 감춘 채 도사리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바로 마주하는 것이 이 병을 극복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