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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화성의 붉은 먼지 속에서 들려온 웃음소리
1장·별들 사이에서 만난 소년 - 우주과학과 인간의 첫 번째 질문 1. 붉은 행성에서 온 여행자 2. 우주선 안에서 나눈 이야기 - 지구를 향해 날아가며 3. 소년의 몸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4. 문명의 속도가 아닌, 마음의 온도 5. 별과 별 사이에 우정이 태어나는 순간 2장·마음이라는 미지의 우주 - 신경과학과 인간의 내면 1. 뇌와 마음을 잇는 다리 2. 지우고 싶은 기억, 지워서는 안 되는 기억 3. 꿈속의 화성, 꿈속의 지구 4. 인지 능력 확장과 포스트 휴먼의 탄생 5. 신경질환의 종말과 기계적 치유의 한계 3장·영원한 소년의 꿈 - 생명과학과 지구의 미래 1. 유전자 가위와 설계된 생명 2. 노화의 종말과 생명의 시계 3. 생명의 본질 - 탄소와 실리콘 사이에서 4.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에 대하여 5. 과학 기술의 윤리적 나침반 에필로그: 별이 된 금잔화, 그리고 우리들의 약속 용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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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면서 나는 몇 번이나 망설였다. ‘과학자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밀한 데이터도 없고, 재현 가능한 실험도 없는 이 이야기가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 학문의 세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경험담은 증거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기로 했다. 왜냐하면 소년이 내게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 증명할 수 없어도 진실인 것들이 있어요. 해가 아름답다는 것, 꽃이 향기롭다는 것, 누군가가 그리워진다는 것. 이것들은 방정식으로 쓸 수 없어도 분명히 존재해요.”
--- p.11 그런데 소년이 먼저 말했다. “아저씨들은 항상 어딘가로 가려고만 하네요. 지금 있는 곳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내 금잔화는 가시가 네 개뿐이라서 내가 지켜 주지 않으면 안 돼요. 하지만 지구에는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동물도 있잖아요. 그걸 두고 떠나려는 건, 조금 무책임한 것 같기도 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의당 맞는 말이어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 p.36 “아저씨, 저 불꽃이 아름다워요. 마찰이 빛이 되는 거잖아요. 부딪히는 것들이 꼭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나는 소년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지구를 떠나기 전의 나는 마찰을 두려워했다. 논쟁, 감정,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 하지만 화성에서 이 소년을 만난 것도, 지금 이 우주선 안에서 나누는 이 이야기들도, 모두 예측하지 못했던 마찰이었다. 그리고 그 마찰들이 지금 내 안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 p.54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짜 하늘을 처음 보는 것처럼 보면 되겠네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어, 오늘도 하늘이 있네!’ 하고 신기하게 여기면 되는 거잖아요.” 나는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신경과학적으로 말하면, 뇌는 익숙한 자극에는 반응을 줄인다. 새로운 것에는 집중하지만 반복되는 것은 배경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보는 하늘을, 날마다 숨 쉬는 공기를, 날마다 만나는 사람을 점점 보지 못하게 된다. 소년이 제안한 방법은 그 익숙함을 거꾸로 뒤집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것처럼, 매번 새롭게. --- p.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