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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현시
8분의 9박 드로잉―무화하는 무로서 리듬 가장 오래된 포털 두 발움직이면 세 발 따라붙는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면 변성 해설 | 다른 서사_김나영 발문 | 가억과 망각 사이를 떠도는 존재를 ‘읻는’ 문장들_이제니 작가의 말 |
윤해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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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우리는 망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으려는 언어의 심연을,
그리고 언어를 넘어서는 생의 울림을 만나게 된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의 문장은 우리 안에서 모종의 질문으로 부풀어 오른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이미 지나간 듯 스며들고, 이미 잊힌 과거가 다시 되살아나며, 현재는 늘 의심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응시한다. 윤해서의 소설은 그 날카로운 응시의 시선으로 현재의 균열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학이다. ―이제니 발문, 「기억과 망각 사이를 떠도는 존재를 ‘ㅤㅇㅣㄷ는’ 문장들」에서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윤해서 소설 속 배경과 인물과 사건 들이 어딘가 닮아 있다고 지적하며 첫 소설집에서 보여주었던 인물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모티프가 되어 두번째 소설집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데뷔작 「최초의 자살」이 있다. 출근길에 느닷없이 미지의 시공간으로 이동한 세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만 충실한 사람들이 있는 태초의 세계에 닿지만,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어떤 힘이나 운동을 계속 작용시키면서 끝까지 가보는 것은 이후 윤해서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고,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러한 움직임의 과정에서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요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윤해서 소설의 역할이며, 『물은 끓고, 영원에 가까워진다』에 이르러 이 질문은 삶과 죽음에 필요한 조건에 관한 것으로 좀더 확장된다. 그렇게 이번 소설집의 수록작에서 “말과 글과 비언어적 형식으로 떠도는 삶과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답해보려는 시도를 발견할 때마나 윤해서 소설 속에서 ‘최초의 자살’은 여전히 살아 있는 형식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그것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할 수밖에 없는 ‘끼니’로 나타나기도 하고(「8분의 9박 드로잉―무화無化하는 무無로서」), 풀을 베고 자루에 담는 묘 관리원들의 반복되는 노동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변성」). 또한 넛이라는 가상의 대상을 계속해서 부수는 일과도 겹쳐지며(「재현과 현시」), 행위가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의 반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리듬」). 한편 「두 발 움직이면 세 발 따라붙는」에서는 매일 비슷한 일과를 반복하는 행위와 거듭 들려오는 소리가 함께 반복되기도 한다. 이러한 반복은 윤해서의 소설에서 무의미와 허무를 낳는데, 작가는 소설 속에서 거듭하여 반복을 드러내며 경계를 무화시키고 허무와 무의미를 길어 올리면서 역설적으로 허무와 무의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여기 없는 존재를 기억으로 불러들여 그 의미를 확인하는 것처럼(「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책의 발문을 쓴 시인 이제니는 이번 소설집이 윤해서 문학의 근원적 물음을 다시 불러낸다고 보았다. “잊는 것과 잇는 것 사이에서 언어와 존재는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윤해서의 문장은 기존의 언어에 기대지 않고, 의미의 결락을 품어 안는 말들을 고안해냄으로써 기억과 상실,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설파한 이제니는 “윤해서는 언어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의미의 파편을 더듬고, 시간과 감각 속에 남겨진 삶의 불확실한 층위를 탐색한다. 그렇게 ‘잊는 것과 잇는 것’ 사이의 불완전한 간극을 자기만의 문체로 재구성한다”는 말로 작가가 근원적 물음에 다가가고 있음을 역설한다. 강렬하게 끓는 물은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되어 연통을 통과하며 연통을 울린다. 그리고 『물은 끓고, 영원에 가까워진다』에서 윤해서의 강렬한 언어는 독자들의 심연에서 무수한 목소리로 질문을 남기며 마음을 울린다. 그것은 영원에 가까운 진동으로 저마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