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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행과 오브제
미국 뉴욕 예술의 의미 프랑스 파리 일상의 변주, 그리고 아날로그의 힘 중국 홍콩 거스를 수 없는 변화와 수용에 대해서 포르투갈 포르투 그토록 충만했던 자유 말라위 릴롱궤 조금 특별한 한 달 살기 대만 지우펀 도시의 고유한 매력과 현실적인 상품성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 좋아하는 것을 복기하는 이유 몽골 바양작 영겁회귀 중국 다롄 이방인의 노스탤지어 이탈리아 토스카나 느린 삶의 미학 호주 시드니 아날로그-디지털 과도기 세대의 여행법 중국 상하이 조금은 천천히 변했으면 에필로그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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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모름지기 관객에게 적당한 여백을 제공하여 끝없이 상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맥락에서 사전트의 [마담 X]는 뛰어난 작품이다. 작가가 모델을 향해 품은 의도, ‘흑심’을 의심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으니까. 예술이 가진 상상의 힘은, 우리의 시선을 일상으로부터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로 돌려놓는다.
---p.19 서점에서는 영어로 쓰인 책과 엽서 따위의 기념품을 판매한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사람이 살고 있는 과거’이다. 낡은 책장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원목의 속살이 여실히 드러난다. 빽빽이 꽂힌 책들 사이에서 한 권을 고른다. 손때에 닳아 부드러워진 표지, 바느질로 정성껏 엮인 책등, 세월에 바래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금장 모서리. 빛바랜 페이지를 넘기면, 오래되고 그리운 ‘시간의 냄새’가 난다. ---p.26 여행과 별개로, 아날로그 오브제가 선물하는 감각적 자극이 좋다. 펜으로 편지를 쓸 때 귀를 간지럽히는 사각거리는 소리, 실링 왁스를 녹일 때 풍기는 인공적인 향기, 도장을 찍을 때 느껴지는 말랑한 촉감은 디지털 사진이 줄 수 없는 직접적인 경험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의식적인 행위를 통해 여행을 단순히 회상하는 게 아니라, 다시 ‘경험’할 수 있다.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고,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기억은 더 깊게 각인된다. ---p.29 예쁘고 색감이 좋아서 산 물건이기도 했지만, 농촌 여성 공예가의 자립을 돕는 방식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정말 이런 방식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샀다. 작은 소비라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p.65 기억 속 과거는 현재의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견디게 해준다. 불확실하고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익숙하고, 단순하며, 순수한 즐거움을 주었던 것을 다시 접하며 평안을 얻는다. 그것이 좋아하는 것을 복기하는 버릇의 힘인 것 같다. 무너질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즐거운지, 나라는 사람을 잊지 않게 해주는 어떤 장치. ---p.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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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무 살 일본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오세아니아를 오갔다. 중국의 만리장성,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도 보았지만, 결국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것은 압도적인 풍경보다 여행자의 감정과 사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포스터, 편지지, 인형, 마그넷, 소금통…. 여행지에서 사 모은 흔한 물건들은 어느 날 문득 책장과 서랍, 전자레인지 위에서 지난 여행을 다시 불러낸다.
이 책에는 저마다의 시간과 향기를 품은 도시들이 등장한다. 뉴욕, 파리, 홍콩 같은 대도시부터 어린 시절 겪었던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이 스며 있는 중국 다롄, 『빨간 머리 앤』을 사랑하던 소녀가 마침내 찾아간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 NGO 활동에 참여하며 한 달을 보낸 말라위 릴롱궤까지. 그곳에서 데려온 오브제들은 흔하기도 하고 흔치 않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든 단순한 기념품은 아니다. 여행지의 빛과 공기, 그날의 감정과 사유를 고스란히 품은 기억의 매개체다.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성실한 기록 이 책은 SNS 속 화려한 여행기의 반대편에 있다. 대단한 모험담도, 인증사진 모음집도 아니다. 대신 포르투에서 처음 실감한 자유, 파리에서 느낀 아날로그의 소중함, 타이중에서 마주한 뜻밖의 노스탤지어, 토스카나에서 배운 느린 삶처럼 어느 여행자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의 순간들이 진솔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여행과 오브제』의 매력은 사소함에 있다. 기념품이라 부르기엔 사적이고, 버리기엔 너무 많은 기억이 담긴 물건들. 저자는 작은 오브제에 봉인해 둔 지나간 여행과 그 시절의 자신을 기꺼이 꺼내 보인다. 이 책은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성실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애정,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치열했던 삶을 응시하며 길어 올린 사유가 그의 여정과 오브제에 녹아 독특한 색깔의 여행기가 되었다. 『여행과 오브제』는 여행을 다녀온, 또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의 당신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당신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