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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야마시타는 1998년 카메라 4대와 렌즈 12개, 수천 롤의 필름, 그리고 <동방견문록>을 들고 700여 년 전 마르코 폴로가 지나갔던 길을 찾아 나섰다. 마르코 폴로의 출생지인 베네치아에서부터 이라크와 이란의 산악 지대와 사막을 지나 아프카니스탄의 전선을 거쳐 마르코 폴로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른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에 이르게 된다. 실크로드를 택해 카슈가르와 허톈이라는 오아시스 마을들을 지나 모래 바다가 펼쳐지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불교 미술의 보고인 둔황, 그리고 내몽고 자치구를 거쳐 상두에 도달한다. 마르코 폴로 당대 세계 최대의 도시였던 양저우와 항저우에도 머물렀고, 배로 대운하를 타고 양쯔강으로 내려갔다. 그의 여행은 무려 1998년에서 2000년까지 3년 여 시간이 걸렸는데 촬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르코 폴로 열병'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르코가 언급했거나 기록한 모든 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민하고 기다리고 발견해나가는 과정에서의 희열일 것이다. 마이클 야마시타는 극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가였기에 필연적으로 마르코 폴로가 다닌 길을 자주 다닐 수 있었고, 또한 그가 아시아계였기에 그 길을 더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는 축복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와 부활의 땅, 실크로드 베네치아에서 베이징까지, 마이클 야마시타가 카메라에 담은 3년 동안의 풍경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전쟁과 빈곤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현장,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 있다. 마이클 야마시타는 두 번째 여행지 이라크에서 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을 만나게 된다. 계속되는 분쟁이 초래한 골칫거리 중의 하나가 쿠르디스탄 도처에 깔려있는 지뢰다. 먼 산들이 굽어보고 있는 약간 구릉진 초원지대로 공기는 맑고 상쾌하지만, 그곳엔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들 때문에 비옥한 초원과 목초지는 거의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하려면 목숨을 담보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중국 간쑤성에 있는 석면 공장을 찾아갔었는데 그곳에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로자들의 노동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석면은 발암성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보호 조치라고는 거즈 마스크를 쓴 것이 고작이었고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석면 먼지를 들이마시며 일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르코가 중국에 머물던 당시에 취안저우는 세계 최대의 항구였으나 700년이 지난 지금은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강어귀에 토사가 쌓이면서 해안선이 더 아래쪽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조수의 간만 때문에 계절과 시간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하지만 최대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끊임없이 바뀌면서도 과거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새들이 날아올 때와 크루즈 선박이 항구로 들어올 때를 기다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촬영하는 마이클 야마시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파미르 고원지대에서 가장 오지에 속한다는 칼리쿨리호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모습, 카슈카르로 가는 길에서 만난 신장의 웨이우얼 자치구 주민이 낙타와 나귀를 타고 함박눈 내리는 광야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이 다툼 없이 조화롭게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특히 쑤져우의 석양이 대 운하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장면은 오랜 여행에 지친 나그네를 휴식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야마시타의 렌즈에 포착된 이미지들은 이렇게 분쟁의 역사로 피폐해진 환경과 원시의 순수를 고이 간직한 자연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소중히 여긴다면 지구는 다시금 새로운 생명력으로 꿈틀거릴 것이며, 우리가 소홀히 여긴다면 지구의 모습은 분쟁과 빈곤으로 얼룩진 황무지가 되리라는 사실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700년 후 지구의 모습을 우리가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지, 마이클 야마시타의 <마르코 폴로> 사진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저절로 그 답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