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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중심으로 여기는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이 책에 나오는 부자 아저씨는 돈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그래서 돈으로는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커다란 나무까지도 돈으로 사겠다고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런 아저씨한테 변화가 생긴다. 커다란 나무를 뽑아가겠다고 사람들을 동원해 뿌리를 파헤칠 때는 언제고, 그 사람들을 다 보내고 혼자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파낸 흙을 도로 덮는 정성을 보인다. 작가는 부자 아저씨의 가치 변화를 통해 '삶의 가치'라는 어찌 보면 무거운 이야기를 '나무'라는 친숙한 소재로 접근해 유쾌하게 이끌었고, 커다란 책 속에 독특한 빛깔과 그림으로 잘 풀어냈다. 자연을 닮은 사람이 주는 따뜻함 이 책에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두 인물이 있다. 수영장이 있는 성에 살면서 개인 비행기와 비서를 둘 만큼 부자인 아저씨와 수백 년쯤 됐을 법한 작은 집에서 팔십 평생 아몬드 쿠키를 구우며 살아온 마음씨 따뜻한 할머니가 그 둘이다. 두 인물은 성격이나 배경, 생김새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부자 아저씨는 누구한테 공짜로 뭘 얻어 본 적도 없고, 뭘 해 주겠다고 얘기해 본 적도 없다. 이런 아저씨 모습을 작가는 짤따란 키와 굵게 새겨진 이마 위 세 줄 주름으로 나타냈다. 아저씨한테 개인 비행기와 수영장이 있는 커다란 집이 있다면 할머니한테는 작은 나무 하나로 그늘을 드리울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오래된 집이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버드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잘 여유가 있고, 자기가 손수 구운 아몬드 쿠키를 따뜻한 차와 함께 대접할 줄 아는 멋도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커다란 나무를 사이에 두고 직접 대면을 하게 된다. 부자 아저씨는 자기 생각대로 커다란 나무를 돈 주고 사겠다고 큰소리 치러 갔지만 결국 파헤쳐 놓은 흙을 다시 덮어 주기로 한다. 여기에서 부자 아저씨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설정이 인상 깊다. 먼저, 커다란 나무의 뿌리가 작은 나무의 뿌리와 단단히 얽혀 있어 쉽게 뽑아갈 수 없는 상황은 자연 스스로가 부자 아저씨의 욕심을 거부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할머니의 두 눈에 비친 나무와 그것들을 이어 주는 주름 가득한 얼굴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놓아 부자 아저씨가 감히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고 마음은 얼굴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작가는 책의 한 쪽 면을 가득 채운 할머니 얼굴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나무와 친구하기'라는 메시지 전달 부자 아저씨는 할머니의 소원대로 나무의 뿌리를 다 덮어 주고 그곳을 떠난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휴대 전화를 할머니의 생일 선물로 남기고 말이다. ≪커다란 나무≫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이 결말 부분에 있다. "그 부자 아저씨야, 널 바꿔 달래."라는 할머니의 말 한 마디로 작가는 '나무와 친구하기'라는 메시지를 재미있는 결말로 전달한다. 이런 설정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자유롭고 상식을 깨는, 그들만의 개성을 엿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독특한 빛깔 세계를 보여 주는 실크스크린 그림책 레미 쿠르종은 실크스크린 기법을 써서 이 기법이 보여 주는 독특한 색의 효과로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빛깔을 만들 때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섞고 또 만들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서로 포개지면서 새로운 빛깔이 탄생하는 뜻밖의 효과에서 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커다란 나무≫에서는 검정, 주황, 초록, 보라 이 네 가지 빛깔 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누가 보아도 평범하지 않지만 작가가 창조해 낸 빛깔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매우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