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만물의 아버지
마법의 성 대위 거지 교수형을 당한 자의 집 개 잃어버린 아들 생각하는 동물 난쟁이 왕국 군인의 신부 안나 눈사람 작품 해설 외덴 폰 호르바트 연보 |
Odon von Horvath
|
나는 군인이다.
그리고 나는 군인인 게 좋다. --- p.7 인간은 다 자존심이 있는 법이다. 일자리가 없는 놈조차도. --- p.9 지금은 모든 게 확고하다. 마침내 질서가 잡혔다. --- p.11 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규율을 사랑한다. 규율은 일자리가 없던 젊은 시절의 온갖 불안을 겪은 후에 우리에게 찾아온 천국이다. --- p.12 앞으로 있을 전쟁은 지난날의 세계대전과는 완전히 딴판일 것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거대하고, 가혹할 거다. 여하간에 섬멸전이 될 것이다! --- p.20 개인은 대오 속에서야 비로소 뭔가가 된다. --- p.23 여자들은 필요악이다. (…) 나는 차라리 남자들하고 어울리고 말겠다. --- p.25 안 돼, 그만둬! 그냥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할수록 불건전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우리 지도자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 p.30 우리는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청소를 할 뿐이다. --- p.42 갑자기 기분이 아주 묘해진다. 한 여자 때문에 조국을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자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주면 더는 조국을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 같아서. --- p.79 이따금 우리는 대오를 지어 서 있는데도 정말 고독하다고 느낀다. 마치 위험이 닥칠 것 같은 밤에 속수무책으로 있는데 우리를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곁에 없는 것처럼. --- p.88 신문에는 더는 실업자가 없다고 씌어 있지만, 그건 전부 거짓말이다. (…) 정의는 없다. 이제 나는 그 정도는 안다. --- p.109 내게 달리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후로 나는 더는 생각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 p.111 아니면, 나도 더는 시대에 맞지 않는 건가? --- p.124 당신네 지도자들, 정복한 저 나라를 누가 차지하게 되지? (…) 당신들이 도둑질을 하려고 할 때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 마! --- pp.153-154 그렇다고 날 욕하지는 마.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어. 나는 바로 우리 시대의 아이였거든. 부디 이 점만은 알아주기를……. --- p.173 |
|
동원된 후 버려지는 남성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잔혹한 파시즘 체제의 폭력성을 고발하다! 나치에게 박해받은 요절한 천재 작가가 남긴 최후의 역작 외덴 폰 호르바트는 1901년에 태어나 1938년에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독일어권 작가다. 외교관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오가며 생활했고, 국가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을 쓰면서는 독일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상연 금지 처분을 받아 일정한 주거 없이 떠도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 대신 호르바트는 고달픈 민중의 삶, 개인과 사회의 갈등, 파시즘의 대두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고, 늘 핵심을 파고들어 파시즘과 그에 기생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호르바트가 “내 조국은 민중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그의 대표작인 《우리 시대의 아이》는 한 좌절한 청년 남성이 파시즘에 동원되어 자아를 부풀리다 버려진 후 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전 세계에서 극우 파시즘이 또다시 대두하고 있는 바로 지금, 작품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다가온다. “내 조국은 민중이다” 그 누구보다 파시즘을 날카롭게 파고든 작가의 대표작 바이마르 공화국이 붕괴되고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시절, 주인공 청년은 말한다. “나는 군인이다. 그리고 나는 군인인 게 좋다.” 그는 자존감이 짓밟힌 실업자의 삶에 괴로워했으나 군인이 된 후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청년은 질서와 규율이 자신, 나아가 사회에 가져다준 변화에 전율한다. 군인이 되고 난 이후 청년의 어깨는 높이 솟고, 그의 걸음걸이는 이전과 달리 자신감이 묻어난다. 위축된 채 움츠렸던 과거는 어느새 사라져버린 듯하다. 이제 그는 낡아빠진 평화를 운운하는, 아버지로 대변되는 이전 세대가 가소롭기만 하다. 물론 자부심이 넘치는 와중에도 멈칫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고민이 들 때면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하면 그뿐이다. 그는 영광스럽고 창창한 미래만 생각하기로 한다. 조만간 유원지에서 만난 어느 아름다운 여성에게 제대로 말도 걸어보고 싶고, 으스대기만 하는 공군보다 더 멋있는 일을 해내고도 싶다. 그러나 남자는 전쟁터에서 한 사건을 맞닥뜨린 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그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대위가 죽기 전 아내에게 남긴 편지를 읽고 난 후부터다. 편지의 내용은 그간 그를 고양한 모든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대위를 구하려다 부상을 당한 그는 편지를 들고 대위의 아내를 찾는다. 그리고 조금씩, 편지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을 자기 삶의 극적인 추락과 함께 비참하게 체감한다. 이렇게, 파시즘이 남성 주체를 어떻게 동원하고 부풀리다가 끝내는 내다 버리는지가 폭로된다. 또다시 도래한 파시즘의 국면 우리가 호르바트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 시대의 아이》는 호르바트의 대표작으로, 파시즘의 작동 방식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호르바트가 남긴 최후의 소설인 이 작품은 출간 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정작 독일에서는 출간되지 못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간되었다. 호르바트 사후에는 한동안 묻혔다가 1960년대 이후 재발굴되었고,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호르바트가 생을 걸고 비판한 파시즘이 시대를 건너뛰어 새로이 횡행하는 지금, 작가와 운명을 함께해 짧은 기간만 읽히다 사장되었을지도 모를 이 이야기가 여전히 읽히고 있다는 데서 우리는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