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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프롤로그
1부 귀 안에 종소리 016 오래된 가을을 보았습니다 019 울음을 그치고 020 미명은 021 똑똑한 인간미 023 귀 안에 종소리 025 소풍 같은 인생이라! 026 천상 시인의 반열 028 허구일까요? 029 두꺼운 이불을 덮듯 030 늙다와 익다 031 호모 마스크쿠스 032 충분히 영롱한 034 어느새와 이만큼 036 공휴일 037 벅찬 쿠폰 038 잠을 떼어두다 039 과유불급 040 왼손 검지에 낀 반지 2부 키스는 그렇게 태어나요 042 주머니 속 잔전(残銭)을 세듯 044 여행은 046 오늘 할 일을 048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 050 그릇명상 051 자랑스러운 동생 유박사 052 오름과 어울 054 가방싸기 056 어떤 기투들 057 내겐 너무 소중한 너 058 시 059 그 밤 060 오늘의 과업 061 사실과 진실 062 단풍 시절 063 불금 064 일출 065 키스는 그렇게 태어나요 066 푸르른 국면 3부 긴 이야기 기차 068 마법의 합주 069 발자국 소리를 세던 070 작가는 071 버킷리스트 073 어머니 074 긴 이야기 기차 075 아르망 076 바운스 바운스-조용필 버전으로 077 나와 나 078 쓰다만 감정 079 무용하게 놀다 080 처음이라는 것 081 맛있는 사람 되기 082 세밑 083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084 계획을 향해 가요 085 요즘, 뭐하고 지내요? 086 혼술 087 독보적인 088 엄마 이야기 094 겨울나기 095 퇴로 4부 부디 흐르세요 098 추위를 만지다 099 마녀라 하시니 100 과한 손 101 밤에 손톱을 깎다 102 아직은 103 감쪽 104 어이없다 106 옛말을 놀다 108 청소 생각 109 생각을 일으키다 110 행복한 남자 111 비감한 마음 한 켤레 112 서해랑길 걷는 사람 113 그리움이 담긴 우산 114 최측근 115 우편함에 남은 추위 116 부디 흐르세요 117 없는 내가 거기에 있기를 118 커서가 빵빵 5부 당신과 나 이렇게 피어 있어요 120 다이어트에 돌입한 아들에게 123 우량한 진보를 믿어요 126 시인의 집에 들다 127 명자나무 푸른 그늘에게 129 친구 만들기 130 가을 근육 131 불가근불가원 132 상고머리 생각 133 어떤 뉴런 134 사물 다이어트 135 누옥에 모시다 136 바이킹 타기 137 진중한 우주 138 당신과 나 이렇게 피어 있어요 141 아침에 클래식 142 수만의 고마움을 틀다 145 유행가 가사처럼 144 꿀모닝에 감사해요 146 벚꽃 하르르 147 발목의 시간-병상일기 153 철쭉명상 154 추억의 교무실 6부 서재의 신음 158 언제까지 주인공 할래? 159 불안하다는 것 160 꿈은 반대라고요? 161 어린이 날 해먹을 타고 162 자꾸 열어보고 싶은 163 여차하면 164 메아리 165 같이 살아요 166 작가는 호랑이와 같아요 167 회한으로도 환희로도 168 게으른 맛 169 웃음을 향해 가요 170 파업 171 관계망 172 가뭄 173 비소식 174 서재의 신음 175 낙심이란 176 신념 177 귀가-멀고도 깊은 집 178 플러그드 라이프 7부 비첨벙 시첨벙 180 사주팔자 자랑-서정자 교수 생각 181 그런 날 182 세 걸음 184 등산과 등반 185 태산이 높다하되 186 비첨벙 시첨벙 187 책이 책이 되는 188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189 지금 여기 있는 사람 190 마침내 192 익어가는 과육으로 193 제목 달기 194 때늦은 후회들 196 익어가는 동안 197 역시나 198 행과 불행이 199 옛날 극장에 가다 203 변화와 변모 그리고 변형 205 약속 207 기록적인 8부 나는 파랑의 반대말 210 멍 때리다 212 십 년이라는 마디 214 지금, 여기, 오늘 215 카르페 디엠(Carpe diem) 217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219 아모레 파티(Amor fati) 221 말보다도 223 제니스 조플린 225 나는 파랑의 반대말 226 바닥의 경제학 227 글을 씁시다 228 과도한 가을비 230 질병의 발명 232 행복에 항복합시다 233 웃는 일 234 소리를 맡다니요 235 더도 덜도 236 떠오르다 237 단위값 238 가을이란 239 입술에 벌건 고춧가루를 묻히고 9부 계절을 제조하다 242 핑퐁(Ping Pong) 243 향기 244 오색초설 245 광화문 246 영토 248 여행, 너 이전의 국경 249 사랑학 250 내내, 더러, 줄곧, 가끔 251 퀼트잠 253 계절을 제조하다 254 안개가 길을 막아요 255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요 257 맛있는 시간 258 핑크, 핑크 261 길의 발명 263 흐린 하늘 264 아껴둔다는 것 265 유행어 267 변덕스런 애인이 보이는 268 단풍지절 유정이 론 270 우아하고도 위험한 탈주 보고서/ 조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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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와 수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문학적 실험
에세이스트사에서 출간된 유정이 작가의 《요즘, 뭐하고 지내요?》는 정형화된 정통 시의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삶의 날것을 정직하게 담아낸 ‘시수필’이라는 독특한 장르적 실험을 선보인다. 저자는 시인이라는 엄격한 가면 뒤에 숨기보다, 비 오는 아침의 초코라떼처럼 누구나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독자에게 안부를 건넨다. 문장을 예술의 영역으로 박제하지 않고 여전히 펄떡이는 ‘심장’의 상태로 건네는 이 책은, 낡은 관습의 언어를 버리고 ‘날것의 생명력’을 복원해 나가는 한 시인의 숭고한 이동 경로를 담고 있다. 2. 남루한 일상을 구출하는 해학과 유머의 미학 총 9부로 촘촘하게 짜인 이 수필집은 삶의 비루함과 고단함을 결코 비장하게 다루지 않는다. 30년 전 첫 입맞춤의 순간 들렸던 성스러운 영혼의 종소리가 세월이 흘러 친구의 투박한 질문 앞에서 ‘교회 종소리’나 ‘두부 장수의 종소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자는 비탄에 잠기는 대신 “제대로 종쳤던 겁니다”라는 자조적인 유머로 상황을 경쾌하게 비튼다. 또한, 외국 여행에서 날짜를 착각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일화를 스스로 ‘헛똑똑이’라 부르며 가볍고 경쾌한 삶의 노정을 다시 그려낸다. 갑작스러운 우박에 구멍이 숭숭 나버린 김장 배추를 보며 고난을 견디는 생의 의지를 읽어내고, 비극이라는 상투적인 신화를 거부한 채 상처의 이면에서 기어이 눈부신 실존의 진주를 발굴해 내는 저자만의 섬세한 기호학적 시선은 사물과 삶을 대하는 저자만의 깊은 예의와 복원력을 보여준다. 3. 정적인 공간을 깨우는 사유의 축제, 그리고 존재론적 선언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조합하여 낡아가는 세계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문학적 마술에 있다. 엄숙한 규율과 침묵이 강요되는 도서관은 저자의 시선이 닿는 순간, 서고의 책들이 “팝콘처럼 제 몸을 뒤집어 향기로운 말을 낳는” 시끄러운 사유의 축제장으로 전복된다. “깜빡, 당신 생각을 켜 놓고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요”라는 단 열일곱 글자의 시를 통해 불면의 고통을 지극한 응시의 성소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나아가 저자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이라는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통장을 털어 크루즈 배에 올라타는 대담한 ‘실존적 망명’을 꿈꾼다. “뭐하고 지내요?”라는 동료의 평범한 질문에 “원고를 쓴다”는 기능적 답변 대신, “인생을 쓰며 지내요, 저 자신을 읽고 있어요”라는 저자의 답변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철저히 통제된 영지(領地)로부터 탈영시켜 자신의 삶이라는 영토를 개간하는 ‘존재의 경작자’로 거듭나겠다는 결연한 의지인 것이다. 4. ‘어느새’의 회한을 ‘이만큼’의 감사로 바꾸는 중년의 문학 가을을 한 해의 중년으로 바라보는 저자는 지나간 시간의 결을 더듬으며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해 ‘어느새 중년의 길목에 서서 흰머리를 헤아린다’는 진한 아쉬움과 회한을 고백하면서도, 이내 ‘이만큼 오면서 크게 다친 바 없고, 입 안의 이가 보이도록 활짝 웃은 적 많았으니 수고했다’며 스스로와 세상을 향해 넉넉한 이불을 덮어준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한 생을 ‘소풍’으로 바라보며, 위험할지라도 특별한 생의 축제를 포기하지 말고 김밥을 싸서 떠나자고 나긋하게 권유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독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규격화된 사회적 정답만을 강요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견고한 질서를 향해 던지는 가장 우아하고도 위험한 탈주 보고서.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 역시 지루하고 낡은 일상으로부터 기분 좋은 탈영을 감행하고 싶어질 것이다. 가을날 빗물 흐르는 유리창 카페에서 따뜻한 초코라떼를 마시듯, 이 다정하고도 치열한 문장들의 성찬을 기쁘게 음미해 보길 권한다 작가의 말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 그렇게 나긋하게 시작된 글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나 자신을 향하는 독백이었음을 안다. 실타래처럼 생각이 얽히고설켜 출구를 찾지 못하는 날에는 스스로를 구출하러 들어가는 일이 잦았다. 서두른 것은 아니다. 조용히 거기에 가 있었을 뿐이다. 서서히 날이 밝고 해가 걷히면 또다시 길을 나서듯 세상 모든 일은 떠나는 일에서 시작하였다. 바람 한 올에도 살갗이 베였다. 상처는 언제나 지나간 뒤에야 모양을 드러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제 몸에 스쳐 간 시간의 결을 더듬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 흐릿한 배경을 바라보며 문장을 적었다. 때론 조급하게 당신들을 부른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무엇을 붙잡고 싶어서라기보다, 끝내 다하지 못한 말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게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후면에 남았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껴안아야 했던 이야기들이 흘러들었다. 어떤 날의 침묵은 한 사람의 키보다 길었고, 어떤 마음은 두 계절을 건너서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누구나 제 몫의 그늘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끝내 같은 양의 빛과 한 짝, 한 패라는 것을 배웠다. 이 글들은 오가는 길 위에서 얻은 작은 숨결들이다. 나와 대면했던 나, 그대 그리고 당신의 전체는 거기서 나를 읽는 지금의 당신이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쳐버린 표정 하나, 오래 가슴에 남은 말 한마디가 오롯하다. 일렁이는 봄빛과 차마 다 건네지 못한 그리움까지 함께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사라지고 멀어지는, 순간들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