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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침묵으로의 여행
내 안의 수도원을 찾아
진동선
문예중앙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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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엥겔베르크 수도원으로
견유, 온전한 마음
셀 수 없는 날을 혼자였다
환상교향곡
모나쿠스 옴니버스
작은 인생
02 성 마리아 프란체스카 수도원
무제크성벽
03 호프 베네딕트 수도원
루체른을 떠나며
로버트 프랭크와 의탁
04 베른 대성당
05 니데크 교회
베른을 떠나며
06 묘지 교회, 신을 믿지 않는 자
로잔의 그림 같은 풍경
라사라즈의 풍경화 속으로
07 엑스레뱅의 아무 수도원
08 엑스레뱅의 노트르담 교회
갈리아의 도시 그르노블
09 옛 수도원의 부활, 생탕드레 교회
기억의 기억
프로방스 가는 길
좁은 문
10 고요의 샘, 생모리셍트리베 교회
세레스의 빛과 그림자
11 플랑도르곤의 노트르담
12 플랑도르곤의 산상 수도원
수도사의 성격
생레미드프로방스 가는 길
13 고독과 싸운 고독, 생폴 수도원과 반 고흐
노스트라다무스와 사드
아를의 푸른빛
14 아를의 생트로핌 수도원 교회
세잔의 아틀리에
디터 모젤트
15 생소뵈르 대성당
16 푸보의 생미셸 수도원 교회
푸보의 프로방스풍
17 아비뇽의 생마르티아르 수도원
18 아비뇽의 교황청
프로방스의 진주, 에즈
19 신의 도시 친퀘테레, 몬테로소 성당
20 레반토의 성 프란체스카 수도원
첸퀘테레의 두 번째 마을, 베르나차
아득한 당신
마나롤라와 리오마지오레
21 산지아코모 수도원 교회
22 코모 대성당
코모 거리에서
코모 호수
베네치아의 빛과 그림자
23 두칼레 궁전과 산마르코 대성당
24 산조반니 에 파올로 교회
베네치아의 골목길
베네치아를 떠나며
25 뮈스테어의 성 요한 베네딕트 수도원
뮈스테어의 마더 테레사
성 요한 수도원의 어둠과 고요
제의祭衣
뮈스테어를 떠나며
26 장크트갈렌 수도원
장크트갈렌을 떠나며
에필로그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58g | 138*205*30mm
ISBN13
9788927803812

책 속으로

눈에 보이는 육체와 분에 넘치는 물질을 뒤로 할 수 없는 것은 욕망 때문인가 본능 때문인가. 눈에 잡히는 이기심과 눈에 이끌려 나오는 질투심은 인간이기 때문인가 자연이기 때문인가. 저 길…… 나는 조금 전 저 길의 끝을 보았고 그 길의 끝을 향해 천천히, 똑바로 걸어갔다. 그러나 갈수록 그 길은 왼쪽으로 굽어지고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하다가 끝내는 두 갈래로 나뉜다. 이때 나는 절대자인 신에게 묻는다.

한 길만 온전한 마음입니까?
두 길도 온전한 마음입니까? --- p.22

수도원을 반 바퀴 돌았는데 어느새 날이 어둑하다.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하늘을 향하고 늘 찍던 대로 하늘과 구름과 첨탑을 동시에 넣어보기도 하고, 이제 막 물러간 빛의 자리에 어느덧 성큼 다가서는 어둠의 자태를 좇기도 하면서 거닌다. 그리고 남은 절반을 돌았을 때 한 번 더 마음 밑바닥에서 이런 소리가 울려온다.

그래, 내가 수도원을 그토록 간구한 것은 어둠 때문이지.
소리를 덮는 고요 때문이지. --- p.63

생폴 정신병원에서 내가 보고자 했던 것은 고독의 근원이자 본질이었고, 그 원형질이었다. 수도원도 정신병원도, 어떤 것도 고흐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대신 150점이라는 그림이 남았다. 반 고흐는 1889년 5월 3일에 이곳 생폴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해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로 떠난다. 근 일 년의 시간 동안 고흐를 지킨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도 빛과 희망이 되어준 그림이다. 어둠 속의 그림이, 그의 존재를 버티게 해주었던 고독의 마지막 보루였다.

--- p.174

출판사 리뷰

홀로 수도자의 길을 가만히 걷다

수도원 여행은 단지 수도원을 찾아가는 공간 탐색의 여정이 아니다. 수도원이라는 공간은 하나의 목표이고 좌표일 뿐 수도원 자체가 목적이나 의미인 것은 아니다. 매일 부딪히는 낯선 삶에서 아파하고 상처받고 위로받는 과정, 그리고 여행 속에서 내 안으로 품게 되는 성찰과 참회 속에 수도원이라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여행을 다시 돌아보니 ‘수도원을 찾아간’ 여행이었다기보다는 ‘수행’이 되어버린 여행이었다.
―베른을 떠나며

단 며칠 수도원에 간다고 해서 수도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수도자와 같은 마음을 느껴보는 것, 번잡스러운 세속의 삶에서 잠시 떨어져보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는 것. 수도원 여행은 그런 순간에야말로 다른 여행과 구별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삶을 지치게 했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대로 따라가는 여행인 것이다.

저자는 발길이 닿는 대로 수도원 표지를 따라갔고, 그 수도원이 특별한 곳이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과 그 장소와 자신의 운명적인 발걸음이 만났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했음을, 빛과 어둠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사진과 사색이 녹아 있는 문장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비록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수도원 여행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만나고, 온몸을 훑는 전율과 성스러운 순간 또한 만났음을 고백한다. 그러한 순간들은 수도원이라는 곳이 종교적인 장소라는 사실을 떠나, 한없이 여린 영혼을 따스하게 품어주고 위안을 주는 장소임을 증명한다.

작은 마을 수도원에서부터
세계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천년의 시공에 전율했고, 아무도 없다는 데서 편안함을 느꼈고,
오직 사랑하는 것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이 밀려왔다.
그리하여 지금껏 한 번도 주님을 찾은 적 없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그분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 문을 찾게 해주셔서, 어둠으로 안내해주셔서,
그리고 이 깊은 고요를 느끼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성 요한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침묵으로의 여행』은 스위스의 엥겔베르크 수도원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엑스레뱅의 아무 수도원, 플랑도르곤의 산상 수도원, 고흐가 머물렀던 생폴 정신병원(생폴 수도원이었다)을 거쳐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다섯 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요한 베네딕도 수도원과 장크트갈렌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스무 곳이 넘는 수도원과 교회, 성당의 숨은 풍경을 찾아간다. 저자가 방문한 수도원 중에는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져오는 곳도 있지만, 아무도 거처하지 않는, 흔적만 고스란히 남은 곳도 있고, 교회나 성당으로 변모한 곳도 있다. 또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마을회관 같은 수도원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는 쉽게 발길이 닿지 않았을,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봉쇄수도원도 있다.

수도원과 교회, 성당 들은 각각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인다. 어둠의 표정이, 빛의 궤적이, 건축의 미학을 비롯해 신자들을 품는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그 위로의 몸짓은 그렇게 매번 마음을 무장해제시켰고, 다음 수도원으로의 발길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저자가 수도원과 수도원을 잇는 풍경들까지 빠짐없이 기록한 것은, 수도원을 찾아가는 이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정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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