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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1부매물도13모래 위의 잠14정거장16그대는 먼 곳의 별17오래된 섬18나팔꽃20그대21가을 민들레 그려 놓았다22마지막 울음24소금25칼26그는27그 여자의 방·4528매29첫사랑31오월애愛32영화마을332부새37걸어온 섬38안민고개에서40실비아42슬픈 기억43소백산 돌44그대에게45능소화46첫사랑·247시 창작49나는 화가50도라지꽃·352빈 웃음 쓸어 올리며54사랑은 짧은 기억에 머문다55일기56큰고모네59야경613부문자 메시지·165문자 메시지·266문자 메시지·367문자 메시지·468문자 메시지·571문자 메시지·672문자 메시지·774문자 메시지·876문자 메시지·977문자 메시지·1078문자 메시지·1179문자 메시지·12804부바람이 분다83그녀는 거친 호흡에 젖가슴이 부어오른다85사랑 삼각구도87신발 찾기 놀이 하나, 둘, 셋89시간풀이·291그리움92이별93첫 눈94그대에게95섬, 외도·296바람 그리고 악수98야경·2100길꽃102사랑 한 페이지103우물104시105찻집 ‘행복한 사람들’1075부하이웨이111일기·2113하얀 찔레꽃115화진포, 가을116겨울, 가야마을117원동에서118고분 벽화119이별121숲123첫 눈 이야기124봄날125병동에 걸린 초상화126눈 먼 사랑·2128매물도 끝사랑129하늘이여131그대는 시132어머니·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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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의 시집 『사랑은 짧은 기억에 머문다』는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된 정서의 지도다. 1부는 매물도, 오래된 섬, 나팔꽃, 첫사랑 등 자연과 사물, 인물을 통해 사랑의 근원을 더듬는다. 바다와 섬은 이별과 귀환의 공간이 되고, 꽃과 별은 사라지는 빛의 은유가 된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편들에서는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의 리듬처럼, 사랑 또한 머물지 못하고 흩어지는 운명을 지녔음을 암시한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화자의 내면을 반사하는 거울로 기능한다.2부는 「사랑은 짧은 기억에 머문다」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일상과 관계 속에서 스미는 감정의 잔향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능소화, 소백산 돌, 안민고개 같은 구체적 장소들은 기억을 붙드는 닻이 된다. 사랑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반복되는 문장과 되새김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짧은 기억이라는 표현은 덧없음의 고백이면서도, 그만큼 강렬하게 남는 순간의 힘을 역설한다.3부의 「문자 메시지」 연작은 띄어쓰기조차 숨 가쁜 호흡으로 현대적 고독과 소통의 갈망을 드러내며, 디지털 시대의 사랑이 얼마나 위태로운 언어 위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문장은 단절과 연결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기도처럼 읽힌다. 사랑은 문자로 환원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육체의 떨림과 체온이 배어 있다.4부와 5부로 갈수록 사랑은 개인적 감정에서 삶 전체의 성찰로 확장된다. 이별, 병동, 어머니, 하늘이여 같은 제목들은 생의 끝과 근원을 동시에 응시한다. 가족과 죽음, 노년의 풍경까지 품으며 사랑은 기억을 넘어 존재의 질문으로 나아간다.개별 작품으로 보면 「모래 위의 잠」과 「오래된 섬」은 기억과 몸, 자연과 사랑을 포개며 시인의 대표적 정조를 형성한다. 「사랑은 짧은 기억에 머문다」는 반복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응축하고, 「문자메시지」 연작은 분절된 문장 속에서 더 절실한 그리움을 길어 올린다. 「그녀는 거친 호흡에 젖가슴이 부어오른다」와 「하이웨이」에서는 도시적 감각과 욕망, 생의 피로가 날것의 이미지로 드러난다.무엇보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유화 30여 점이 함께 실려 있어, 언어와 색채가 서로를 비춘다. 그림은 시의 여백을 확장하고, 시는 그림의 침묵을 해석한다. 색의 농담과 붓질의 흔적은 시 속 감정의 결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며, 독자는 한 권의 책 안에서 두 개의 예술을 동시에 마주한다. 결국 박숙희의 시는 사랑을 영원한 약속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기억의 빛이며, 그 짧은 체류 속에서 오히려 가장 진실한 온기를 남긴다. 이 시집은 그 온기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한 시인의 집요하고도 따뜻한 기록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빛의 스펙트럼으로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박숙희 시학의 중심에는 육체의 고통을 우주적 빛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헌신이 있다. 섬이 산달을 맞이하고 몸속에서 강물 소리를 듣는 그 경이로운 순간은, 아픔의 임계점을 넘어 새로운 생명을 밀어 올리는 시인의 환희를 보여준다. “몸살하는 봄을 끓였다”라는 고백은 자신의 생을 뜨겁게 달구어 낸 사랑의 증거이다. 육체의 고열(高熱)을 통과하며 슬픔의 찌꺼기는 증발하고, 그 자리에는 무지개색 빛의 정동(Affect)만이 찬란한 무늬로 남았다. 그녀의 가슴 안에서 묵묵히 발효된 시의 씨앗들은 이제 민들레 홀씨가 되어 경계를 허물고 도약한다. 시인의 방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낯선 풍경 속으로 흩어지는 그 여린 입자들은,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가장 따뜻한 초대장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편적인 빛으로 환원시켜 우리 모두를 위로하겠다는 다정한 약속이다. 바람과 악수할 수 없던 옛 안타까움은 이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환한 빛의 스펙트럼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문다. 이제 시인은 “아무 이유 없이 바람이 되어 웃는” 자유롭고 맑은 영혼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침묵하는 신의 곁에서 시인은 묵묵히 ‘시 밥’을 짓는다. 누구도 정답을 일러주지 않는 고독한 삶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끓여 따뜻하고 향기로운 시의 양식으로 내어놓는 것이다. 살아가는 이유가 곧 시 밥을 짓는 일이라 말하는 시인의 뒷모습은, 지극한 평범함 속에 감춰진 거룩한 성자의 그것과 닮아있다. 시 밥을 짓는 세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박숙희 시인의 앞날에 눈부신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고통의 갯벌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발걸음이 앞으로 더 넓은 빛의 지도를 그려내며, 한국 시단의 귀한 밀알로 발아하기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 이선애 수필가시인의 말어떤 저녁에는 사는 일 기웃거리다가 돌아가는 시무딘 시의 고집 오래된 시어들의 행렬형용사 나비를 만나고 싶었나 봅니다은유법 익으면 시의 길 반죽하여시 밥그릇을 만드는 날에는시 밥 짓는 세상을 알려주어야 시 밥을 지을 수 있어시어법 물이 필요한가요반어법 소금이 필요한가요시 문 닫는 소리 시 몸이 문 닫는 소리몸을 굽혀서 어떻게 시 사랑해야 하는지 속삭일 수 없으니자기 몸을 맡길 수 없으니이팝꽃 핀 낱장 모습이 시 밥이라고살아가는 이유는 시 밥을 짓는 일나는 아무 이유 없이 바람이 되어 웃고 시 밥 짓는 세상에 서 있다시의 신 한 말씀도 없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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