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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술가가 말하는 진심 마주하기
후회는 진심을 뒤늦게 깨달을 때 꼬리표처럼 붙는다. 작가는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기업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의뢰인들의 수많은 후회를 들여다 본다. 시각예술가의 작가노트이자, 시대의 고민이 담긴 책.
2026.08.21.
우솔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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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Ⅰ. Your Family Is Here 1. 가까이, 조금 멀리 있어줘 2. 좋은 딸 대행 3. 부모와 자식 사이, 수족과 손님 사이 4. I Need Somebody but Not Just Anybody 5. 효도란 무엇인가 6. 모든 불행한 집에는 가족의 일그러진 거울이 있다 Ⅱ. 세상 하나뿐인 나 1. 저 좀 빌려주세요 2. 손오공이 필요하다 3. 휴먼렌탈서비스 4. 저랑 얼마나 똑같을 수 있어요? 5. 유명해지고 싶어요! 6.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 7.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Ⅲ. 친구 대여? 당근 말고 퍼펙트패밀리! 1. 이런 친구가 필요해요 2. 친구를 무리해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 3. 인생친구 찾기 게임 4.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5. 가족을 내게 맞추다 6. 이제는 아니다 Ⅳ. 집 장례도 역시, 퍼펙트패밀리! 1. 나의 의뢰서 2. 장례식 조등은 걸지 않겠습니다 3. 집에서 늙을 권리 4. 마지막은 그들 뜻대로 5. 작별의 순간 6. 가짜였으면 하는 현실과 진짜였으면 하는 거짓 마치는 글 부록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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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도 내가 살던 집에서. 문제는 단 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 1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 조카들을 부르기도 싫고, 평소 ‘센 언니’로 소문난 탓에 늙으면 남은 인간관계도 얼마 없겠지. 남아 있다고 해도 그들 또한 그땐 노인, 내 뒤처리를 맡기기엔 너무 큰 부담이다.
결국 난 내 마지막 가는 길에 찾아와 준 고마운 지인들을 다정하게 맞이할 젊은(?) 사람을 고용하기로 마음먹는다. 형식적이지 않고, 의례적이지도 않고, 내가 사람들에게 남긴 편지를 나와는 다르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전달해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 사는 동안 말벗까지 해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그래서 필요한 사람을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오직 앞으로 닥쳐올 나의 노후와 장례식을 위해서. --- p.8, 본문「시작하는 글」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희생’을 정당화하는 불평등한 곳이 어디인가? 아니, 미화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희생이 강요되고 거기서 벗어나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곳, 바로 가족이다. 특히 어머니 역할에서 모성과 희생은 디폴트 값이다. 가족보다 자신을 먼저 위한다고 했을 때 쏟아질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불평과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자신으로 인해 가족까지 받게 될 비난이 두려워 억지 춘향으로 ‘화목한 가족’ ‘인자한 어머니’ ‘착한 자식’을 연기해야 하는 삶은, 그건 진짜인가? 자발적 희생이 아닌 어쩔 수 없던 희생의 결과는 대가를 바라게 되고 그것은 언젠가 예기치 않은 청구서로 돌아온다. --- p.44, 본문「Ⅰ. Your Family Is Here」중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를 위해 그들이 원하는 ‘누군가’가 돼야 했다. 일찍이 이 땅의 국민은 가난한 국가를 일으키기 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산업 일꾼이 돼야 했고, 부모들은 자식들의 자랑이 돼야 했으며, 자식들은 부모의 기쁨이 되어야 했다. ‘누군가’의 ‘무엇이’ 돼야 인정받을 수 있었고 자랑스러워들 했다. 게다가 좁은 땅덩이에 비슷하게 생긴 집들에서 비슷한 목표들을 갖다 보니 서로가 경쟁자였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친구이기보단 경쟁자에 가까웠고 그들과 비교하며 자신들의 삶을 구겨넣었다. 억지로 구겨넣었으니 언젠가 탈이 날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앞서 가정폭력을 일삼는 부모에게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자식을 빌려달라는 요청했던 사연처럼 자신의 상처를 보듬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해하며 자책했다. 무언가가 돼야만, 쓸모가 있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들여다보며 목표를 살피기 전에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옆에 사람이 뛰니 그저 같이 뛴다. 그리고 이제는 꼴찌만 안 됐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나만의 목표가 있었다면 과정이 조금 느리더라도 불안하지 않고, 설사 늦는다 해도 도착한다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며 기쁠 수 있을 테지만, 그게 없다 보니 과정은 괴롭고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란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일심동체라 구성원 한 명의 치부가 곧 가족 전체의 창피가 된다. 따라서 이 지겨운 경주를 모두가 멈출 수가 없다! --- p.126, 본문「II. 세상 하나뿐인 나」중에서 한국에서 가족이 되는 길은 단 세 가지, ‘혈연’, ‘혼인’ 그리고 ‘입양’뿐이다. 1인 가구와 비혈연 가구들이 법적 보호자(대리인)를 만들기 위해선 ‘입양’이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찾는 게 ‘가족 보호자’이다. 보호자 없이는 수술은 고사하고 입원도 불가한데, 위급할 때 멀리 사는 부모님이나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친척을 부를 수는 없다. 은행은 어떠한가? 대출이라도 받으려면 먼저 물어보는 게 담보 아니면 보증이다. 이렇게 따지다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가족 중심인지 알게 되는데 실제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이란 상상을 초월한 다고 한다. 그만큼 개인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국가가 성장했고 따라서 가족을 한 묶음, 운명공동체이자 복지의 최소 단위로 삼았다. --- p.189, 본문「III. 친구 대여? 당근 말고 퍼펙트패밀리」중에서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어느 것이 진짜고, 어디까지 가짜인지 헷갈릴 듯하다. 아마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이 회사가 진짜란 말인가?” “공언한 서비스들을 당장 받을 수 있다는 건가?” “대체 저자는 예술가인가, 회사 대표인가?” “왜 내 의뢰서는 매번 까이는가?” “서비스 비용은 얼마인가?” “서비스는 어디서, 언제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과연 예술인가?” 처음 ‘시작하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PF 프로젝트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시작한 작업이 아니다.(이 책도 계획에 없던 일이다) 처음엔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회사의 서비스 카탈로그와 광고물 정도로 관객들에게 지금의 가족제도의 불합리성을 경고하고 새로운 제도를 촉구하고 싶었을 뿐인데, 픽션이 점점 다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젠 나도 혼란스럽다. “진짜로 이걸 해야 하나….”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사람들과 메일로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을 대할 때마다 고민한다. “이 작품이 왜 실제가 되면 안 되는가?” --- p.269, 본문「IV. 집 장례도 역시, 퍼펙트패밀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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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을 빌리고 싶다면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에 연락하세요!
가짜라도 한 번쯤은 완벽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1장 “Your Family Is Here”에서는 ‘좋은 딸 대행’을 요청한 사연이 나온다. 신청자는 자신이 “좋은 딸도 아니고, 좋은 딸이 될 생각도 여력도 없”다면서, 부모와 자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가끔 방문해 폭력적인 말을 감내하며 가족들을 즐겁게 해줄 사람을 찾는다. 이 사연은 강연인 것처럼 포장되어 관객들 앞에 시연된다. 어떤 관객들은 사연을 보낸 신청자에게 이입해 좋은 딸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가족 대행이 나을 것이라 말하고, 어떤 관객은 자매의 입장에서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포기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 의견을 내놓는다. 가족 안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개인에게 족쇄가 된다는 입장과 타협이나 희생 없이 유지되는 가족 관계는 어렵다는 입장이 맞선다. 2장 “세상 하나뿐인 나”에 등장하는 ‘셀럽만들기’ 서비스에서는 인플루언서 시대 우리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신청자는 성공한 소설가가 되어 팬 사인회를 여는 서비스를 요청하고, 쇼핑몰에서 진행된 행사에서는 관객이 CEO가 되어 쇼핑몰 현장을 시찰하는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3장 “친구 대여? 당근 말고 퍼펙트패밀리!”에서는 대역을 빌려서 멀어진 친구와 옛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되새기게 해달라는 사연을 받는다. 그 서비스를 통해 신청자가 실제로 멀어진 친구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친구와 함께했던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박혜수 작가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었을 때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솔직하게 평가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실현되고 나서 현재의 삶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지만, 많은 고객은 “자신에 대해 좀 더 말해줄 걸 그랬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거나, 처음 보는 의심스러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지 못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메일로 진짜로 원하는 가짜를 의뢰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들여다보고 목표를 정하기보다, “옆에 사람이 뛰니 그저 같이 뛰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진단한다. 우리 대부분이 자신의 진심과 대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쓰인 이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황극에서 메타버스까지, 작가노트에서 사회학 리포트까지 다원예술 프로젝트와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 약 8년간 지속된〈퍼펙트패밀리〉는 다원예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사연을 받아 상황극을 연출하는가 하면, 특정한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배우를 빌려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사연을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그 대본을 가지고 90분짜리 공연을 구성하며, 공연을 편집해서 ‘라이브필름 퍼포먼스’ 영화로 만든다(드라마 대본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의 대본 일부가 책에 수록되어 있다). 오프라인 전시나 퍼포먼스로는 부족했는지 메타버스에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 본사를 만들어 고객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작가의 이런 성향은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구상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만났는지 풀어놓는 작가노트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경험을 다양한 책, 영화, 드라마, 때로는 유튜브에서 얻은 감상과 함께 엮어놓은 에세이기도 하다. 또한 꽤나 진지한 사회학 리포트로 읽을 수도 있는데, 특히 책의 후반부인 3장과 4장에서 그런 성격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자신이 죽고 나서 어떻게 장례를 치를지 걱정하는데, 이는 고독사를 조사하며 쪽방촌을 취재했을 때 목격한 현실과 이어진다. 쪽방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웃인 터줏대감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무연고자로 등록해 겨우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만, 무연고자로 등록된 유골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 동안 가족을 기다리며 강제로 봉안된다. 이미 1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지만 제도와 정책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저자는 작품 활동의 일환으로 어떤 형태로 가족을 이루고 싶은지 웹서베이를 시행하고 참여자들이 원하는 가족 형태를 조사한다. 표와 영상으로 정리된 통계를 보고 있자면 이게 예술인지 사회학 연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특히 이 나라에서는 ‘복지의 최소 단위’가 가족이며, 그 가족을 이루는 방법이 너무도 제한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날카롭다.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던 가족’의 형태는 이제 많이 해체되어 여러 종류의 가구․가족 형식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국가는 이를 알면서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려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기업)가 출현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미래를 〈퍼펙트패밀리〉라는 형식으로 경고하는 것이다. 두 추천사 필자가 지적했듯, 이 책은 예술적 영감은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싹튼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마치는 글’에서 예술이 ‘거짓’을 보여주는 일이고, “진짜인 척하는 거짓”을 드러냄으로써 오래전 포기한 ‘나’를 건드린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나’를 힘겹게 하고, 진심을 마주하게 만든다. 사회적 현실에서 출발해 예술적 처방을 거쳐 독자의 진심과 만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작업 방식처럼 분야와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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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심오한 말투였지만 나는 즉답했다. “허공 말고 땅바닥(현실)에 붙어 있는 예술이요. 보고 나서 읽고 나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예술이요.” 박혜수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예술을 보고 싶었다고요!’라는 아우성을 감출 수 없었다. 하나의 개념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설명되지 않는 작품은 관객을 자유롭게 한다. 퍼펙트패밀리주식회사의 지분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몹시도 탐난다.
이 작업 노트는 예술서를 넘어 인문서를 넘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든다. 경계를 뛰어넘는 창작자의 작업은 집요하면서도 때론 유머러스하다. 이 지독하게 흥미로운 작업 노트를 읽은 당신은 책장을 덮는 순간, 자신만의 질문을 갖게 될 것이다. 예술은 사회 속에서 출발한다는 진실을 이 책은 증명한다. - 엄지혜 (작가,『태도의 말들』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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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별것 아닌 농담처럼 툭 질문을 던져 책을 펼치게 하고선, 쓱쓱 읽히는 글을 따라가다 보면 끝내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하는 박혜수 작가의 수법! 이번에 당한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가족이 내 마지막을 지켜줄까?” 몸도 정신도 약해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내 옆에 누가 있을까. 나는 고독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그래서 돌아보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크게 느껴질 몸과 마음의 약함, 가깝기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가족과 친구 관계들….
박혜수 작가의 두 번째 단행본『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는 이처럼 평범한데 너무 아픈, 흔한데 너무 내 얘기인 것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꿈꾸는 가족을 빌려드립니다”라는 말에 일부러 속으며, 진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그 과정이 무겁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감정들을 시원하게 터트린다. ‘Your Family is Here’에서는 가족이, ‘세상 하나뿐인 나’에서는 내가, ‘친구 대여? 당근 말고 퍼펙트패밀리!’에서는 친구가, ‘집 장례도 역시, 퍼펙트패밀리!’에서는 임종 순간의 나와 내 주변의 관계가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소한 것에 마음을 쓰고 때로 치졸하고 때로 비루하고 때로 애처롭고 애달다. 내 입맛에 맞는 대답만 해주는 AI가 아니라 현실을 자각하고 대면하게 하는『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에게 기꺼이 고객으로 선택당해, 이 현실에 발 딛고 설 힘을 예술을 통해 얻고 싶다. 기쁨과 존엄과 자유의 이면인 고통과 차별과 불편함을 오롯이 경험하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가 몸도 마음도 약해질 노후를 향해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제안하는 예술적 존재론이다. - 신지영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 교수, 동아시아 소수자·유민의 비교문학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