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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증도가 언기주
깨달음의 노래 EPUB
불광출판사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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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역자 서(序)

해제

일러두기

언기 화상 주 증도가 병서(幷序)

증도가 언기주(證道歌 彦琪註)

원전대조표

부록 | 역대불조 전법게(歷代佛祖 傳法偈)

저자 소개

역자 : 제월
1940년 지리산 칠불사 인근 마을 의신에서 출생하였다. 1958년(18세) 지리산 연곡사 서굴암에서 한의학 공부를 하던 중 이종익 박사가 지은 소설 『사명대사』를 읽고 출가를 결심했고, 1959년 당시 서굴암에 주석하시던 여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어려서 한학자이자 한의학자이신 부친께 한학과 한의서를 공부했고, 출가 후에는 제방선원과 강원에서 수학·정진하였으며, 동국역경원을 수료했다. 오대산 월정사 탄허 대종사의 법을 이었다. 지리산 칠불사를 복원하였으며, 칠불사 주지,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 주지를 역임하였다. 현재 칠불사 회주, 쌍계사 강원 강주, 조계종 역경위원회 위원장으로 계시다. 저서에 『고봉화상 선요·어록』, 『초의다선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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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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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4.1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6만자, 약 3만 단어, A4 약 73쪽 ?
ISBN13
9788974792312

책 속으로

증도가(證道歌)는 산이 다하고 물이 다한 곳에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게 핀 경지를 노래한 것이다. 본분(本分)자리는 본래 청정하여 미오(迷悟)가 없거니 수증(修證)이 어찌 있겠는가? 그러나 무명(無明)이 곧 불성(佛性)이고 환신(幻身)이 바로 법신(法身)인 줄 확연히 깨달아 증득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불조(佛祖)의 방편문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요의교(了義敎)나 본분종사의 가르침에 의지해 여실히 참구하여 불각무명(不覺無明)의 미세망념까지 완전히 끊어져 구경각(究竟覺)을 성취할 때 진여묘용(眞如妙用)이 현현자재(顯現自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무문 혜개(無門慧開) 선사가 말씀하기를 “참선은 반드시 조사관을 투과해야 하고, 묘오(妙悟)는 심로(心路)가 끊어지는 데까지 궁구하여야 한다.”라고 하셨다.
본분사(本分事)를 밝히는 데 많은 영가 스님의 미묘한 법문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산승이 쌍계사 강원에서 『증도가』를 강의하는 여가에 『증도가』와 언기주를 현토 역주(懸吐譯註)하게 되었다.
『증도가』의 주석서에 여러 가지가 있으나, 언기(彦琪) 스님의 주석이 문장이 화려하면서 쉽고, 선리(禪理)로나 교리(敎理)로나 설명이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어 마음에 부합되었다.
현토 역주는 널리 알려져 있는 『만속장경(卍續藏經)』의 『증도가』 언기주를 대본으로 하였으나 번역하는 과정에 뜻이 통하지 않는 글자가 많아서 『선종전서(禪宗全書)』의 『증도가』 언기주를 참고하였다.
나름대로 영가 스님과 언기 스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번역하려고 노력하였으나 혹여 잘못된 곳이 있을까 염려된다. 눈 밝은 이의 질정(叱正)을 바라는 바이다. 이 책을 간행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 모든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붓을 던지니 금성(金聲)을 지어
묘음이 시방에 두루하네
보고 듣는 이 모두 도를 증득하여
기쁨에 넘쳐 무생(無生)을 노래하리.

불기(佛紀) 2552년(서기 2008년) 염하(炎夏)에
쌍계사 적묵당에서
제월 통광(霽月通光) 근지(勤識)

--- 역자 서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승선(大乘禪), 돈오선(頓悟禪)의 진수로 손꼽히는 증도가
선(禪)과 교(敎)를 겸비한 으뜸 주석서인
『증도가 언기주(證道歌 彦琪註)』
시대를 초월한 선가(禪家)의 고전을
제월 통광 스님(쌍계사 강원 강주, 조계종 역경위원장)이 최초 번역.

이 책 『증도가 언기주』는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 대한 언기 스님의 주석을 제월 통광 스님이 현토역주한 책이다.
육조 혜능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은 당나라 영가 현각 스님이 깨달음의 경지를 노래한 『증도가』는 대승선(大乘禪), 돈오선(頓悟禪)의 진수로 손꼽는 선가(禪家)의 고전이다. 수많은 선사들이 증도가의 가르침으로 바른 견해를 삼고, 수행을 점검하였으며, 법문이나 저술 등에 자주 인용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께 깨달음의 세계를 펼쳐 보인 『화엄경』이 있다면 영가 스님에게는 증도가가 있다고 할 정도로 수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진리는 언어도단(言語道斷)한 것이지만, 또한 언어문자가 아니면 그 자리를 나타낼 수 없다. 영가 스님의 『증도가』는 우리를 진리의 세계로 이끌지만, 그 참뜻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여러 주석서가 나왔다.
그 중에서 송나라 때 범천 언기 스님이 지은 주석서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범천 언기 스님의 『증도가』 주석은 4언구와 남북조 시대의 화려하면서도 쉬운 문체인 변려체(騈儷體)로 되어있으며, 선리(禪理)를 교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증도가 언기주가 탄생한 지 어언 천여 년이 지난 오늘 제월 통광 스님이 4년여 심혈을 기울여 『증도가 언기주』를 현토 역주하고, 불광출판사에서 펴냄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고 깨달음의 길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 책의 의미

『증도가 언기주』가 증도가의 주석서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은 영가 스님의 『증도가』와 언기 스님의 주석이 수어지교(水魚之交)와 침선지합(針線之合)처럼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언기 스님의 주석이 없다면 영가 스님의 증도(證道)의 경지는 오히려 반감(半減)했을 것이며, 영가 스님의 『증도가』가 없다면 언기 스님의 종지(宗旨)와 견지(見地)를 그 어느 곳에 드러냈을지 의문이다. 영가 스님은 언기 스님의 주해에 의해 보다 돋보이게 되고, 언기 스님은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 의해 그의 종지가 더욱 빛났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해제 중에서

첫째, 지금까지 『증도가』의 주석서가 번역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증도가』에 대한 해석을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증도가 언기주』는 『증도가』와 언기 스님의 주의 원문에 현토하고 직역함으로써 원전 해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증도가 언기주』는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선리(禪理)와 교리(敎理)가 겸비되어 일반인들이 불교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역대 조사들의 전법게를 수록하여 주옥 같은 게송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했다.

『증도가』를 지은 당나라 영가 현각 스님

영가 스님은 법호는 현각(玄覺), 법명은 도명(道明), 속성은 대씨(戴氏)이며, 시호(諡號)는 무상(無相), 탑호(塔號)는 정광(淨光)이다. 절강성(浙江省) 온주부(溫州府) 영가현(永嘉縣)에서 살았으므로 법명을 영가(永嘉)라 했다.
영가 스님은 어린 시절에 출가하여 천태종 제7조 천궁 혜위(天宮彗威) 선사로부터 천태의 교의와 지관을 익혔고, 『열반경』을 보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육조 혜능(638~713) 스님의 제자 현책(玄策) 선사의 권유로 육조 스님을 찾아뵙고 인가를 받았다. 인가를 받은 후 곧바로 떠나겠다고 말씀드리니 조사께서 하룻밤이라도 머무르라고 만류한 까닭에 법호를 일숙각(一宿覺)이라 하였다. 영가 스님은 49세 되던 713년(先天 2) 10월 17일에 열반에 들었다. 저술에 『증도가』와 『영가집』이 있다.

『증도가』에 주석을 붙인 송나라 범천 언기 스님

범천 언기 스님에 대해서는 송나라 승려라는 것 외에 다른 행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증도가』의 주석으로 미루어 볼 때 선지가 밝을 뿐만 아니라 교학에도 해박하며, 특히 증도가 주석에 각종 경과 전(傳), 고덕(古德)의 명언(名言)과 경구(警句) 그리고 시를 35차례 인용하였고, 그 가운데 게송은 11회에 걸쳐 인용한 것으로 보아 조사의 어록과 선시에 뛰어난 안목을 갖춘 분으로 짐작된다.

해 제

Ⅰ. 『증도가』의 저자 영가 현각 대사

『증도가』는 당나라 승려 영가 현각(永嘉玄覺, 665~713) 스님이 증도한 경지를 1,815자 267구로 읊은 노래다. 영가 스님은 법호는 현각(玄覺), 법명은 도명(道明), 속성은 대씨(戴氏)이며, 시호(諡號)는 무상(無相), 탑호(塔號)는 정광(淨光)이다. 절강성(浙江省) 온주부(溫州府) 영가현(永嘉縣)에서 살았으므로 법명을 영가(永嘉)라 했다.
영가 스님은 어린 시절에 출가하여 천태종 제7조 천궁 혜위(天宮彗威) 선사로부터 천태의 교의와 지관을 익혔고, 『열반경』을 보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육조 혜능(638~713) 스님의 제자 현책(玄策) 선사의 권유로 육조 스님을 찾아뵙고 인가를 받았는데, 그 장면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대사께서 그곳에 도착하던 날, 때마침 육조 스님께서 앉아계셨다. 대사께서 육조 스님의 선상(禪床)을 세 바퀴 돌고 석장을 들어 한 번 내려치고 우뚝 섰다. 육조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승려란 삼천 가지 위의(威儀)와 팔만 가지 세행(細行)을 갖추어야 모든 행실에 잘못이 없는 법인데, 대덕(大德)은 어디에서 왔기에 이처럼 큰 아만심을 내는가.”
“생사의 일이 크고 무상(無常)이 빠릅니다.”
“어찌하여 생사가 없음을 체달하지 않으며, 신속함이 없음을 요달하지 않는가?”
“체달[體]하니 곧 생사가 없고, 요달하니 본래 빠름이 없습니다.”
“그렇다, 그렇다.” 하셨다.
잠시 후에 절을 올리고 떠나가려고 하자, 육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무 빠르지 않은가.”
“본래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
“누가 움직이지 않은 것을 아는가.”
“스님께서 스스로 분별을 내십니다.”
“그대는 무생의 뜻을 크게 얻었도다.”
“무생이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
“만일 뜻이 없다면 누가 분별을 내겠는가.”
“분별도 역시 뜻이 아닙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와 같이 영가 스님은 육조 스님으로부터 “그렇다, 그렇다.” “그대는 무생의 뜻을 크게 얻었도다.” “훌륭하고 훌륭하다.”라고 하는 세 번에 걸친 인가를 받았다. 그 후 곧바로 떠나겠다고 말씀드리니 조사께서 하룻밤이라도 머무르라고 만류한 까닭에 법호를 일숙각(一宿覺)이라 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가 스님은 처음에는 천태의 교의와 지관을 익혔고, 『열반경』 등의 경전에 바탕하여 깨달음을 얻었으며, 육조 스님을 친견하여 구경의 증오(證悟)를 인가받았다. 영가 스님은 49세 되던 713년(先天 2) 10월 17일에 열반에 들었다. 저술에 『증도가』와 『영가집』이 있다.

Ⅱ. 『증도가』의 체제

『증도가』의 문학 형식은 악부(樂府)의 장편 가행체(歌行體)이다. 명나라 서사증(徐師曾)의 『시체명변(詩體明辯)』에 의하면 가(歌)는 “감정을 발산하여 가사를 길게 뽑아 이것저것 일정한 것이 없이 뒤섞어 놓은 것(放情長言 雜而無方者曰歌)”이다. 영가 스님은 이백(701~762), 두보(712~770)보다 조금 이전의 사람으로, 근체(近體) 율시(律詩)가 가장 성행했던 성당(盛唐) 시대에 살았다. 따라서 『증도가』가 운문으로 된 것은 자연스런 시대 현상의 하나이기도 하다.
『증도가』는 일설에는 267구(句) 134연(聯)이라 하기도 하고, 또는 266구 133연이라 하기도 한다. 이는 첫머리의 “군불견(君不見)” 세 자를 한 구절로 보는가 보지 않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증도가』는 운문문학(韻文文學)이므로, 반드시 운자와 대구(對句)가 있어야 한다. 이런 형식면에서 살펴보면 “君不見” 세 자는 운자를 찾아볼 수 없고, 그에 대칭되는 구절 또한 없다. 그러므로 이를 하나의 구절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君不見”이라는 구절은 고시(古詩)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구절이다. 그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將進酒」

君不見?河之水天上來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세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음을.

君不見?堂明鏡悲白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당의 거울 앞에 백발을 슬퍼하며
朝如?絲暮成雪아침엔 검푸른 실처럼, 저녁엔 하얀 눈처럼 되는 것을.

이백의 시에서 이런 유(類)는 10여 군데가 있다. 이런 용법은 이백의 시에 그치지 않고,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杜甫)의 시에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貧交行」

君不見管鮑貧時交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가 가난할 적 사귀던 것을.
此道今人棄如土.이런 도리를 요즘 사람은 흙덩이 버리듯한다.

이처럼 “君不見” 세 자는 고시에 적지 않게 인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승려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나라 승려 습득(拾得)의 시는 다음과 같다.

君不見三界之中紛擾擾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삼계 속에 어지러이 오가는 것은
只?無明不自了다만 무명으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一念不生心路絶한 생각 일어나지 않아 마음 길이 끊어지면
無去無來不生滅.오고 감도, 생하고 멸함도 없으리.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인의 시에서나 승려의 시에서나 “君不見” 세 자는 반문강조형의 시구(詩句)로 통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 구로 볼 수 없는 다른 이유는 3?3의 6언(言) 구절이 있지만 단 세 글자로 된 자구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도 “君不見” 세 자는 하나의 구절을 형성할 수 없다.
그러나 『증도가』에서는 “君不見”의 ‘君’을 일물(一物)의 개념, 즉 본래면목으로 인식하여 한 구절로 설정한 것이니, 이는 분명 고시(古詩)와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한 구절을 더함으로써 266구에서 267구가 된 것이다.
『증도가』 형식의 또 다른 특징은 3?3의 6언구(言句)가 기구(起句)에만 있고 문체는 대체로 대우(對偶)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다. 기구(起句)는 시작하는 첫 구절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앞 구절에는 운자가 없고 뒤 구절에 운자가 있는데, 운자가 없는 첫 구절을 기구(起句)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證實相 無人法실상을 증득함에 아[人]와 법(法)이 없음이여,
刹那滅却阿鼻業찰나에 아비지옥의 업을 없애 버렸다.

이는 『증도가』에 처음 등장하는 3?3의 6언구이다. 이처럼 증(證)과 무(無), 실상(實相)과 인법(人法)이 대우(對偶)를 이루고 있다.

無罪福 無損益 죄와 복도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으니
寂滅性中莫問覓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묻거나 찾지 말라.

이 또한 위와 같은 대우 형식이다. 이처럼 3?3의 6언구는 첫 구절에서 대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장단구(長短句)의 고체(古體)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증도가』는 운문(韻文)이므로 이의 운자(韻字)는 고체시의 형식에 따라 격구환운(隔句換韻)이다. 격구(隔句)는 한 구절씩 건너뛰어 운자를 쓰는 것이며, 환운(換韻)이란 운자를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증도가』는 근체시(近體詩)와는 달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시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君不見그대 보지 못했는가.
絶學無爲閒道(眞韻)배움을 끊고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不除妄想不求(眞韻)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는다.
無明實性卽佛性무명의 실성이 바로 불성이요,
幻化空身卽法(眞韻)허깨비 같은 공(空)한 몸이 곧 법신이로다.
法身覺了無一物 법신을 깨달으매 한 물건도 없음이여,
本源自性天眞(物韻)본원 자성이 천진불이라
五陰浮雲空去來오음의 뜬 구름, 부질없이 오가고
三毒水泡空出(月韻) 삼독의 물거품, 헛되이 출몰하도다.
證實相無人法 실상을 증득함에 아[人]와 법(法)이 없음이여,
刹那滅却阿鼻(葉韻)찰나에 아비지옥의 업을 없애 버렸다.
若將妄語?衆生만일 거짓말로 중생을 속인다면
自招拔舌塵沙(葉韻)진사겁 동안 발설지옥 스스로 부르리라.

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운자는 ‘진(眞)’ ‘월(月[物])’ ‘엽(葉)’의 운(韻)으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격구환운(隔句換韻)이다. “絶學無爲閒道人”의 ‘인(人)’은 ‘眞’ 운에 속한다. 이는 시를 시작하는 첫 구절에서는 운자를 써도 되고 안 써는 되는 것이기에 여기에서는 예외이다. 한편 ‘月’과 ‘物’은 통운(通韻)이므로 호용(互用)될 수 있는 운자이다. 이처럼 『증도가』는 전통의 한시 체제에 따라 한 구절씩 건너뛰어 운자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도가』는 영가 스님이 살았던 성당(盛唐) 시대에 성행했던 운문 형식으로 증도의 내용을 읊어낸 광전절후(光前絶後)의 오도시(悟道詩)라 하겠다.

Ⅲ. 언기 주의 체제

『증도가』의 주석서는 영가 스님의 누이인 정거(淨居)의 주석서, 범천 언기(梵天彦琪) 스님의 주석서(1097), 송나라 묘공 지눌(妙空知訥) 스님의 주석서(1146), 송나라 남명 법전(南明法泉) 스님의 주석서(1248), 원나라 법혜 굉덕(法慧 宏德) 선사가 찬(撰)하고 덕홍(德弘)이 편(編)한 주석서(1340)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정거(淨居)의 주석서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주석서는 모두 범천 언기 스님의 주석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언기 스님에 대해서는 송나라 승려라는 것 외에 다른 행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증도가』의 주석으로 미루어 볼 때 언기 스님은 선지가 밝을 뿐 아니라 교학에도 해박하며, 특히 조사의 어록과 선시에 뛰어난 안목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수승(殊勝)한 경지에 있으면서도 그 행적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회광도적(晦光韜迹)하고 고봉독숙(孤峰獨宿)한 선사(禪師)였기 때문이리라 사료된다.
언기 스님의 『증도가』 주석은 4언구와 변려체(騈儷體)로 되어있고, 아울러 고덕(古德)의 명언(名言)과 경구(警句)가 인용되어 있다. 변려문은 남북조 시대의 화려한 문체로 고사의 인용과 대우의 형식을 갖춘 반문반운(半文半韻), 즉 산문과 운문이 조화를 이룬 문체이다.
변려체는 한유(韓愈, 768~824)와 유자후(柳子厚, 773~819)의 고문(古文) 부흥(復興) 이후, 일부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상량문(上梁文) 등에 쓰이는 문체이다. 예컨대 “絶學無爲閒道人”에 대한 주석의 경우 다음과 같다.

絶世間之學 非 小乘 有爲
↕ ↕ ↕ ↕ ↕
學無爲之學 入 大乘 無爲

目前 千差 看 月色 以 逍遙
↕ ↕ ↕ ↕ ↕ ↕
心閑 一境 聽 泉聲 而 自在

이처럼 7언 고시(古詩)의 경문과 화려한 반려문의 주해가 서로 어울리고 있다. 또 4언구로 된 주석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小乘有爲 非究竟也소승의 유위는 궁극의 경지가 아니다.
學般若菩薩 與法冥合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법과 명합(冥合)하여
於一切法 應無所住일체 법에 응당 머무른 바 없고,
心無?? 得大自在마음에 걸린 것이 없어 대자재를 얻으니
作而無作 爲而無爲짓되 지음이 없고 하되 함이 없다.

언기 스님의 주석은 이처럼 4언과 변려문으로 주해를 붙임으로써 운문의 경문을 돋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종지를 천명함에 있어서도 명쾌함을 더하고 있다.
언기 스님의 주석에는 각종 경과 전(傳), 고덕(古德)의 명언(名言)과 경구(警句) 그리고 시를 35차례 인용했고, 그 가운데 게송은 11회에 걸쳐 인용했다. 이처럼 경문과 고덕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는 것은 언기 스님이 수많은 스님의 의견을 참조한 집주(集註)의 형태로 저술했음을 의미한다.
영가 스님의 『증도가』와 언기 스님의 주석은 수어지교(水魚之交)와 침선지합(針線之合)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언기 스님의 주가 없다면 영가 스님의 증도(證道)의 경지는 오히려 반감(半減)했을 것이며, 영가 스님의 『증도가』가 없다면 언기 스님의 종지(宗旨)와 견지(見地)는 그 어느 곳에 드러냈을지 의문이다. 영가 스님은 언기 스님의 주해에 의해 보다 돋보이게 되고, 언기 스님은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 의해 그의 종지가 더욱 빛났다고 말할 수 있겠다.


Ⅳ. ?증도가』의 사상체계

『증도가』에서는 인연 따라 깨달음을 얻은 것을 증(證)이라 하고, 수많은 성인이 밟아나가는 것을 도(道)라 한다고 하였다. 영가 스님이 깨달은 증오(證悟)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언기 스님의 주석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깨달음의 경지
언기 스님은 『증도가 언기주(註)』 서문에서 영가 스님의 깨달음의 내용은 ‘무생법인(無生法忍)’으로서, 바른 종지의 증득, 원만하게 법에 계합한 증득, 구경의 증득, 이로움을 베풀어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증득, 도는 그 속성이 으레 그러한 증득, 요의의 증득이라고 했다. 증득은 증오(證悟)와 같은 말로 해오(解悟)가 아닌 진여본성(眞如本性)을 확철대오(廓徹大悟)한 구경각(究竟覺)을 말한다.
『증도가』 첫 구절에 보이는 “君不見” 세 자의 첫 자인 ‘君’이 바로 진여본성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이다. 언기스님은 이 ‘君’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군(君:그대)’이라는 한 글자는 ‘가리켜 결정짓는 말’ 「즉 지시대명사」이니, 이것[君]을 깨달으면 총지문(總持門)이 열리어 조사의 본래 면목을 친히 보게 되며, 백천 가지 삼매(三昧)와 한량없는 오묘한 뜻이 다 이곳에서 나온다.
이백과 두보, 그리고 습득의 시에서 말한 ‘君不見’의 ‘君’은 제2인칭으로 쓰였으나, 여기에서의 ‘君’은 지시대명사로, 본래면목의 근본자리를 가리킨다.

깨달음의 인가
『증도가 언기주』에서 언기 스님은 반드시 인가를 받은 것만이 증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조사법맥(祖師法脈)의 친전(親傳)을 의미한 것이니, 부처와 부처가 주고 받고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하는 것(佛佛授受 祖祖相傳)을 말한다.

깨달은 바를 스승에게 인가를 받아야 비로소 깨달아 증득했다고 할 수 있다. 위음왕불 이전에는 「인가를 받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위음왕불 이후에는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것은 모두 천연외도(天然外道)에 속한다. 그러므로 25보살[大士]들은 증득한 원통(圓通)을 부처님께 인증 받았고, 선재(善財)는 53위(位)의 선지식을 친견하여 선지식에게 인증 받았으며, 인도와 중국의 여러 조사들은 서로 서로 인증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른바 부처와 부처가 서로 전수하고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수한 것이다.
언기 스님은 “만일 세간의 문자로 깨달음을 얻은 문자법사(法師)와 크게 깨닫지 못한 암증선인은 불법(佛法)에 큰 걱정거리[世間文字法師, 暗證禪人, 爲佛法大患]”라고 말하였다. 만일 영가 스님도 『열반경』을 보다가 깨달음을 얻은 데 그치고 육조 스님을 친견하지 못했다면 문자법사(文字法師)와 암증선인(暗證禪人)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로 보면 영가 스님의 증도는 육조 스님을 친견함으로써 ‘君(그대)’을 정등각하여 증오를 완성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것을 불조(佛祖)의 상전법맥(相傳法脈)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인의 경지를 언어문자로써 논한다는 것은 마치 당하(堂下)에서 입실(入室)의 경지를 바라보는 것이나 뱁새가 붕조의 뜻을 헤아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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