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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1부 고향의 시간들 긴 여정의 첫걸음 새끼 오리와 나 고향의 사계절 1 고향의 사계절 2 제삿날의 풍경 손주 입학식 날, 작은 의자에 앉아 들녘에 남은 아버지의 땀방울 2부 청춘의 풍경들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군대 라면 장기판 위의 젊은 날 이발소 시다바리 체스판 위의 허세 현대판 문방사우 바둑과 함께한 세월 어머니의 한 표 반백 년의 동행 3부 사는 이야기들 노래 유감 명랑 골프의 추억 고마운 내 손가락 대리 헐라고요 예상 문제 무심결에 친 뻥의 대가 감색 양복 독수리 5남매 소리 없는 말 직장과 나 4부 세상을 보는 마음 마음의 뽀샵 스포일러 스마트폰 민폐 디지털 유감 교육열, 그 빛과 그림자 내 얼굴에 박힌 별 오십 개 개를 생각하다 지처지기(知妻知己) 행복의 설계도 구업(口業) 5부 세월이 들려준 이야기 내 마음의 감나무 심상(心相) 카파도키아에서 육하원칙 마누법전을 읽고 알 수 없는 미래 세월의 속도 미련을 내려놓는 일 두 번째 화살 삶의 겨울을 준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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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유난히 불안해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리 집이 양계장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가 외출하시려고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벌써 조바심이 났다. 어머니가 대문을 나서자, 나도 슬그머니 뒤따라 나섰다. 어머니가 “동호야, 들어가라.” 하시며 골목길로 접어들면, 나는 들키지 않게 가만가만 뒤를 따라갔다. 어머니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시면 나는 멈춰 섰고, 다시 걸음을 옮기시면 또 따라갔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 신작로 어귀까지 가다가 기어이 혼이 나고, 찔찔 울며 되돌아와서 아버지에게 또 혼이 났다.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어머니와 떨어지지 못했는지 몰랐다. 지금 돌이켜 보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어린 생명들이 가진 본능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의 뒤를 쫓던 내 모습은,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보았던 오리 새끼들과 닮아 있었다. 병아리들은 제각각 흩어져 마당에서 모이를 쪼며 놀고 있는데, 오리들은 사뭇 달랐다. 아침에 오리 집 문을 열어주면, 노란 오리 새끼들이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인 것처럼 줄을 나란히 맞춰 어미 뒤를 따라 나왔다. 뒤뚱거리는 어미를 따라 집 앞 논까지 한참을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신기해 나도 덩달아 뒤를 따라가곤 했다. 오리 새끼들은 늘 어미 곁을 벗어나지 않았다. 물가로 들어설 때면 더 바짝 붙어 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오리는 뱀 등이 나오는 위험한 물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는 냉정하다. 어리고 힘없을 때는 그렇게 부모를 찾다가도, 제 몸집이 다 자라면 말없이 훌쩍 떠나가 버린다. 오리 새끼들이 날갯짓을 시작하면 더 이상 어미 뒤를 따르지 않듯이, 나 역시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니까 어머니를 점점 뒷전으로 밀어놓고 살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고, 어느덧 내 나이도 칠십이 넘었다. 엄마 품을 떠나 할아버지 집에서 잠들어 있는 손주 얼굴이, 어머니 뒤를 따라 골목 끝까지 갔다가 멈춰 섰던 그날의 나와 겹쳐 보인다. 어머니 뒤를 따르던 그 아이는 이제 어머니가 남겨준 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다. ---「새끼 오리와 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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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CEO를 역임했다. 많은 경영인들이 회고록에서 인생사를 부풀리거나 성공 신화의 치적을 남기는 것이 흔한데, 이 책에서는 그런 흔적을 볼 수 없다. 저자가 이루어 놓은 일이 후배들 사이에 종종 감탄을 유발하고 있건만 그저 개인으로서의 실수와 약점, 실패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오직 겸손과 반성, 옆집의 친절한 아저씨 같은 소탈함을 책의 밑바닥에 두텁게 깔았다. 19금 영화를 몰래 보았다가 매질을 당했던 소년 시절,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에 가기 싫었던 청년기, 음치라서 전전긍긍하던 샐러리맨의 민낯을 그냥 툭 터놓았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동료, 친구와 이웃, 다양한 인연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웃음을 그려냈다. 60리 장터 가는 길을 할머니와 걷던 소년이 어느새 인생의 여정에서 고음에 치이면 때로는 한 소절쯤 조용히 넘어가도 괜찮다는 다독임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집밥처럼 소박하지만 든든한 위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음의 평온을 잃는 인생의 마지막 화살만은 피하고 싶다는 조그만 욕심을 털어놓았다. 겨울을 받아들이고 과함을 내려놓았을 때 우리 손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을 갖게 된다는 깨달음을 스치듯 전한다. 이런 마음으로 저자는 스스로를 단련해 가고 있다. 쉬워 보이지만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아니다. - 추천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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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쓰는 이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는다.
이 책은 따뜻하다. 컴퓨터 자판 앞에 앉은 필자의 온정을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아내와 자식에 대한 마음만 담지 않았다. 친구, 회사의 전직 동료, 그리고 이름 없이 스쳐 지나간 인연들에게 죄다 사랑스럽고 온화한 입김을 불어 넣었다. 따스할 뿐만 아니다. 솔직함과 정직성이 문장, 문단 곳곳에 초롱초롱 담겨 있다. 19금 영화를 몰래 보았다가 실컷 매질을 당했던 사춘기 소년,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에 가기 싫어했던 청년, 음치라는 고질병에 주눅 들었던 샐러리맨의 민낯들을 감추거나 분식하지 않은 채 툭 터놓았다. 어쩔 수 없이 뱉어내는 고해성사가 아니라,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라는 투다. 그래서 아무 부담 없이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글은 쓰는 이의 인격이자 인품이다. 필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CEO를 역임했고, 재벌 그룹에서 아무나 오르지 못하는 지위에 올랐다. 어르신이 따 주신 홍시를 최고 간식으로 맛보던 후진국에서 태어났지만, 회사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를 세계 10위권 선진국에 올려놓는 데 한몫을 했다. 웬만하면 마음 내킬 때 해외여행을 즐기는 나라에서 번듯하게 일어선 경영인이다. 그는 자신의 경영 비법이나 성공을 뒷받침해 준 처세술 같은 소재로 세간의 회식 자리에 맛난 밑반찬을 선물할 만한 자격을 너끈히 갖추었다. 이루어 놓은 일이 후배들 사이에 종종 감탄을 유발하고 있건만 필자는 그저 실수와 약점, 실패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밑바닥부터 갈고 닦은 칼로 어떻게 경쟁 상대를 제압했다거나 남들이 반대하는 프로젝트를 어떤 묘수로 만개시켰다거나 하는 그런 뽐내기를 하지 않았다. 많은 경영인들이 회고록이나 자서전에서 인생사를 부풀리거나 성형했을 뿐 아니라 실패 스토리는 다음 페이지에 등장할 성공 신화를 부각시키려는 양념쯤으로 덧붙이고 있지 않은가. 기실 이런 과대평가는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욕망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인품은 그런 욕심 대신 겸손과 반성, 회한을 책의 밑바닥에 두텁게 깔았다. 글은 쓰는 이의 깨달음을 무심한 듯 담는다. 깨달음이란 부처나 예수, 모하메드만이 독점하는 별난 보석이 아니다. 저널리스트는 잡다한 세상사를 지켜보며 얻은 깨달음을 칼럼에 담고, 소설가는 쓰라린 짝사랑의 순간에 벼락처럼 떨어진 깨달음을 한 편의 장편으로 풀어놓곤 한다. 필자는 단지 ‘마누라 심기 살피기’로 편안한 은퇴 후 일상을 지키겠다는 귀여운 깨달음만을 내놓지 않았다. 다짜고짜 면박을 주었던 직장 동료들에게 계면쩍고 미안한 마음을 대단한 깨달음인 양 포장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이태백의 직계 장손이나 된 듯 호기롭게 폭탄주를 들이키지도 못한다. 허전한 뒷머리를 헌팅캡으로 가린 채 산책길에 나섰다가 샛노란 야생화와 마주칠라치면 AI에게 그 이름을 묻는 연배다. 필자는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겠다며 무뎌진 방망이를 욕심껏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마음의 평온을 잃는 인생의 마지막 화살만은 피하고 싶다는 조그만 욕심을 털어놓았다. 찌그러진 냄비에 남겨진 라면 국물이 아직은 따스할 때 찬밥을 말아 먹고 싶은 마무리 국면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너무나 평범한 깨달음이다. 쉬워 보이지만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아니다. 작가란 흔히 언론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유명 문필가의 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단번에 베스트셀러를 남겨야 얻을 수 있는 라이선스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 인품, 그리고 깨달음의 마음을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채 맑은 글씨로 알알이 꿰놓는 이라면 누구든 작가로 대접해야 옳다. 경영인으로서의 지나간 삶을 담은 새내기 작가의 다음 글을 더 읽고 싶다. - 송희영 (前 조선일보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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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글이 있지만,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온기가 남아 마음을 붙드는 것은 결국 ‘진심’인 글들뿐입니다. 여기, 한 권의 뭉클한 기록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이 글들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일기가 아니라, 정직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빚어낸 맑은 영혼의 소리입니다.
8년 전 이동호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마음에는 대기업 부회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차갑고 엄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그는 그저 ‘옆집의 친절한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미소를 지닌 분이었습니다. 그 소박함이 참 좋았습니다. 그가 진짜 영혼이 맑은 사람으로 내 마음에 각인된 날은 따로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모두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넬 때, 그는 다가와 “이제 간장게장은 못 먹는 거죠?” 하고 물었습니다. 어머니의 생전 손맛을 기억해 주는 그 엉뚱하고도 순수한 마음. 이번 책의 글귀들 곳곳에는 바로 그때 나를 미소 짓게 했던 그의 맑은 영혼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일곱 살 꼬마 시절 할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걷던 영산포 장터의 60리 길, 군대 가기 싫어 체중을 줄이려 애쓰던 치기 어린 고백이나, ‘빈 잔’의 고음을 부르지 못해 노래학원을 찾던 순수한 청춘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우리네 삶이 언제나 고음처럼 찬란할 수만은 없다는 것, 때로는 한 소절쯤 조용히 넘어가도 괜찮다는 소박한 진리가 커다란 위로를 줍니다. 특히 ‘반백 년의 동행’ 편은 내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이었습니다. 에세이라는 수줍은 이름을 빌려 썼지만, 사실은 반평생을 묵묵히 함께 걸어와 준 아내에게 바치는 세상에서 가장 절절하고 따뜻한 연애편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제 ‘부회장’이 아니라 인생을 노래하는 진솔한 ‘작가’ 이동호로 우리 곁에 서 있습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모든 분이 이동호 작가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거닐며, 자신의 삶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기적이었는지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참으로 좋은 글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진숙 (드라마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