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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발견의 사랑
1장. 무엇을 사랑이라 부를까: ‘썸’과 연애 연애하거나, 안 하거나, 못하거나 만남에서 썸, 썸에서 고백으로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할까 2장. 우리만의 공간도 필요해: 또래 집단과 SNS Girls’ Talk 설렘의 순간 친해짐의 법칙 눈길을 끌고 싶어 인스타그램, 우리만의 공간 3장. 우리의 시선은 너무나도 다르다: 성적 대상화 ‘예쁜 여자를 보고 싶다’ 나를 판단하는 시선들 ‘남성적 시선’이 만든 ‘여자 이미지’ 4장. 사랑에는 동의가 필요하다: 관계 맺기에서의 위계와 동의 누군가의 ‘트로피’가 되는 건 싫어 어쩐지 눈치를 보게 된다면 어른과 데이트해도 될까? 5장. 디지털 성폭력의 위험 앞에서: 디지털 성폭력과 기술 매개 폭력 “사진 좀 보내 줄래?” 디지털 성폭력? 그루밍 성폭력? ‘야동’이 아니라 ‘불법 촬영물’이다 6장. 첫 경험의 순간 *** 월경, 첫사랑, 섹스 초경의 순간 아픈 첫사랑 ‘첫 경험’에 대한 환상 ‘순수한 몸’은 없다 7장. 괜찮은 여자, 괜찮은 남자: 자기 상품화와 꾸밈 노동 나의 잘생긴 밴드부 남자 친구 온·오프라인에서 ‘사회적 가면’ 쓰기 누가 봐도 잘 나온 셀카 찍기 8장. 상품이 되는 몸과 얼굴들: 성 상품화와 타자화의 문제 이 아름다움을 사세요 당신은 우리가 아닙니다 누가 성형을 원했을까 9장. 꾸미고, 꾸미고, 꾸미고: 화장하기와 옷 입기 날마다 적당한 화장의 기술 교복 예쁘게 입기의 기술 제가 알아서 꾸밀게요 10장. 나 여자 진짜 좋아하는데?: 여성 혐오와 ‘페미 논란’ 여성 혐오는 감정이 아닌 행동이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사회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나가는 글. 사랑의 발견 미주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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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은 때로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단어라 오히려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랑의 정의를 고심하는 것보다는 사랑의 경험을 떠올리는 편이 더 쉬울 듯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또는 누구와의 만남에서 사랑을 느끼는지 돌아보는 것이지요.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다가 웃음이 나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일들이 그렇지요. 꼭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힘이 되거나 웃게 되는 관계들이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러한 관계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p.4 “저희 집은 엄마랑 아빠가 항상 그랬어요. 학생 때 연애하지 마라. 정말로 항상 그래요. 근데 저는 엄청 ‘착한 아이 병’이 있어요. 학생 때는 말 잘 들어야 된다, 스스로 그런 게 있어 가지고 비밀 같은 건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연애에 관심이 없어진 거 같고…….” 민주는 부모님의 당부 때문에 연애를 생각지 않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감시를 피하려 거짓말하는 건 퍽 양심에 찔리는 일이겠지요. 주변 친구들도 공부에 집중하라며 연애를 단속하는 부모님 때문에 몰래 연애를 하거든요. 이처럼 학생의 연애에는 보는 눈이 너무나 많습니다. --- p.15 “선후배끼리 사귀면, 그 위에 있는 사람이 고등학교 입학하면 이제 거의 끝나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가면 이제 더 좋은 사람 많잖아요. 그러고선 그냥 보통 ‘나 공부할 거다.’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죠. 평범해요. 그리고 만약에 중3이 중1이랑 사귀다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면 상대방은 중2밖에 안 되잖아요. 그럼 약간 초등학생 느낌도 있으니까 그 위랑 사귀고 싶다는 마음도 들죠.” 더 성숙한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 이기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학년이 오르며 달라진 나의 관점에 걸맞은 더 좋은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지요. 지수가 인정했듯이 이런 마음은 꽤 평범합니다.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 없지요. _ --- p.29 누군가를 대상화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고유한 성격이나 특성을 지닌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고, 내가 즐길 수 있는 흥밋거리나 물건으로 바라보거나 취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물건처럼 보고 있다고 느낀 적 있나요?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사람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고 편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의 시선조차 낯설게 느끼지요. 길 가다 우연히 만난 모르는 사람들의 ‘묘한’ 눈길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 p.54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 있나요? 친구나 연인이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인들에게 자랑할 트로피처럼 여긴다는 느낌이요.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사람의 지인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미라가 그랬듯, 바쁜 중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는 식으로요. 그러다 의문이 들기도 하지요. 이 사람이 원하는 건 나와의 관계가 아니라 자기의 우월함을 증명해 보여 줄 무엇이라는 생각이요. 그럴 때면 나는 친구 또는 연인과 동등한 사람이 아닌, 그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물건이 된 것만 같습니다. 내 의견과 기분은 우리의 관계에서 중요치 않은 사소한 부분이 되어 버리고요. --- p.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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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SNS부터 알아내는 요즘 청소년의 현실 연애 이야기를 인류학자가 탐구했다 누군가에게 설레고, 좋아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다시 용기 내 사랑하는 과정은 인간은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만 바라보고, ‘사랑하는 존재’로는 좀처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순수’하고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하기를 바란다는 응원과 ‘허튼짓’ 말고 착실히 공부해 대학이나 가라는 핀잔 사이에서, 요즘 10대는 과연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문화 인류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청소년을 인터뷰하며 오늘의 10대가 경험하는 사랑과 관계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연애에 관심 없는 청소년부터 부모님이 연애를 반대하는 청소년,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하는 청소년까지,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오늘 10대가 직접 연애에 관해 말한다. 저자가 만난 청소년들은 통상적인 연애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학생다운 ‘풋풋한’ 사랑을 꿈꾸기도, 어차피 어른이 되면 헤어질 한시적인 관계라며 일찍부터 체념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어보는 것으로 호감을 표현하고, 나를 잘 아는 친구의 소개로 ‘첫사랑과 결혼하는 로망’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데이트 비용과 지각 문제로 결국 이별을 결심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학생 연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썸에서 데이트, 고백에서 연애로 이어지는 익숙한 규범적 사랑의 클리셰에 의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고유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는 10대가 연애에서 느끼는 기쁨과 어려움은 사실 어른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를 읽는 10대 독자들은 자신이 무심코 따라온 사랑의 클리셰를 비판적으로 마주하고, 나만의 사랑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어른들의 감시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우리들의 진짜 사회생활 위계와 코드를 넘나드는 촘촘한 관계의 기술 저자는 관계 맺기 방식에 있어, 또래 집단과 SNS라는 공간 안에서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관계의 코드를 예민하게 포착해 낸다. 인터뷰이들은 어른들의 감시가 닿지 않는 비공식적인 온라인 공간을 십분 활용해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여학생들은 서로 챙겨주고, 둥글둥글한 말을 건네며 친해지는 반면, 남학생들은 서로 장난치며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인터뷰이들은 같은 학생이더라도 선후배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위계를 감지하기도 했다. 나이 차이가 있는 상대와 연애했던 한 인터뷰이는 자신을 가치를 높여 주는 ‘트로피’처럼 여겼던 연인과 만났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연상 연하 커플이었던 친구의 연애를 지켜봤던 인터뷰이 역시 후배 쪽이 상대의 요구에 더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관계의 위계를 지적했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기대되는 모습이 서로 다른 관계의 ‘코드’를 만들 때, 10대는 그런 코드에 맞추기도, 전복하기도 하며 교실 안팎에서 말투와 표정, 장난의 수위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며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저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마주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저마다 애써 만들어 가는 관계의 모습을 새롭고도 생생한 언어로 들려준다. 똑같은 교복도 조금 더 ‘예쁘게’ 입고 싶은 10대가 자기 몸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 디지털 성범죄까지 몸은 평생에 걸쳐 변화하지만, 청소년기에 겪는 변화는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몸을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여기게 되었는지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살피는 데서 출발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꾸미는 일이 즐거우면서도 때로 답답한 이유부터 디지털 성범죄와 여성 혐오 문제까지 차근차근 나아간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 인식과 문화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몸을 물건처럼 여기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는 몸을 상품성 좋게 관리·통제하도록 부추기고, 전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몸을 비정상적으로 낙인찍는다. 오랜 역사에서 시선의 대상이었던 여성의 몸은 이런 문화 속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오프라인의 성폭력은 물론 온라인의 그루밍 성 착취와 딥페이크 성범죄 역시,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을 물건처럼 바라보았기에 일어난다. 매개하는 기술만 달라졌을 뿐, 성 인식의 불평등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가 있는 그대로 자기 몸을 긍정하고, 모든 사람의 몸을 편견과 부끄러움 없이 마주하도록 돕는다. 우리의 몸은 ‘첫 경험’으로 손상되지 않고, 늘 보기 좋게 가꿔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외로움과 고립, 단절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그럼에도 ‘사랑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는 이제껏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말하는 10대 스스로도 몰랐던 ‘리얼 틴 로맨스’이자, 오늘의 청소년이 통과하는 연애·몸·시선에 관한 알싸한 인류학 보고서다. 이 책은 청소년이 자신의 몸과 감정을 부끄러움 없이 이해하고, 편견 없이 타인과 관계 맺으며, 더 건강한 사랑을 상상하도록 돕는다. 동시에 이 안에는 10대만의 특수한 세계가 아니라, 몸과 시선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반복되는 우리 사회 전체의 풍경이 담겨 있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는 지겹도록 보아 온 ‘성과 사랑’에 대한 낡은 이야기도, 하나 마나 한 ‘성교육 교과서’도 아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청소년을 사랑 밖으로 쫓아내는 대신, 무엇을 사랑이라 말할지 함께 이야기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오늘의 청소년을 위한 알싸한 인류학 보고서이자 새로운 사랑의 언어가 우리에게 지금 막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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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이들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적으로 10대 초반으로 조사된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에 놀라지만, 내가 더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나는 여학생들은 10대 초반부터 외모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경험하고 화장하고 등교하는 일이 많지만, 남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이 훨씬 우려스럽다. 성별화된 사회화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10대의 섹슈얼리티만큼 현실과 담론의 간극이 큰 주제도 드물다. 훈련된 인류학자가 10대와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썼다는 것이 느껴지는 이 책은, 청소년의 관점에서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는 법을 보여 준 훌륭한 지침서다. 청소년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문화를 해석할 언어를, 교사와 부모에게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와 용기를 건네주리라 기대한다. 청소년뿐 아니라 그들과 관계 맺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 주는 책을 만난 것이 반갑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청소년의 성과 사랑을 ‘문제’가 아닌 ‘문화’로 바라보는 저자의 성숙한 태도를 배운다. - 정희진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