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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신
이충진
소요서가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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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1장 고대 철학신 -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2장 중세 종교신 -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3장 근대 철학신 - 스피노자
4장 도덕신 - 칸트
5장 절대신 - 헤겔
6장 근대 종교신 - 키르케고르
7장 신의 부재 - 포이어바흐, 니체
8장 신을 기다림 - 하이데거
참고 문헌
상세 목차

저자 소개 1

성균관대학교에서 헤겔 철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독일 마부르크대학교에서 칸트 법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성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칸트학회의 회장직을 잠시 맡기도 했다. 주로 서양 근대 법철학과 정치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성과 권리』, 『독일 철학자들과의 대화』,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사회철학 이야기』, 『행복 철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정언명령 ― 쉽게 읽는 칸트』, 『법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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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40*205*10mm
ISBN13
9791199202665

책 속으로

역사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모두 신에 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겼다. 세계의 붕괴라는 지옥 속에서 신의 그림자라도 붙잡으려 했던 그들의 분투는 서양철학의 뼈대를 만들었으며 인류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 작은 책자는 철학자들이 자신의 시대와 싸우며 길어 올린 신의 모습에 대한 기록이다.
--- p.9

‘온 세상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 놀랍게도 최초의 철학자인 탈레스가 한 말이다. 그도 희랍인이었으니, 신화시대의 신에 대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며 이 문장은 그것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 p.17

범신론이란 ‘신은 모든 곳에, 모든 것에 존재한다’라는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취약한 주장인데, 신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나 순간이 하나만 있어도 그 주장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20세기 인류는 바로 그러한 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생생한 사례를 가지고 있었다. 아우슈비츠가 그것이다.
--- p.66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이다. 사유 주체로서 인간은 자기 자신 역시 사유한다. 즉 인간은 자신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상은 물론 인간 자신이다. 여기까지는 인간 사유가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종교적 사유가 등장한다. 종교적 사유는 자기 자신을 사유된 대상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사유된 대상이었던 자신을 주체이자 주인으로, 사유의 주체였던 자신을 그것의 대상으로 여긴다. 종교적 사유에 의해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이다.
--- p.119

P. 128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곳에서 자신다운 삶을 살아가는 자, 그가 초인이다. 그곳에선 그가 유일한 “척도”이며 유일한 ‘신’이다. 초인은 “새로운 신”이다. ‘망치의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망치로 먼저 신적인 세계를 부쉈고 그다음 신을 살해했다. 신은 사라졌고 부활할 신이 돌아올 세계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인간뿐이었다.
--- p.128

인류의 신 경험은 축적되어 다음 세대로 전승되며, 이 축적된 신 경험은 신적인 신이 존재-현상할 수 있는 공간, 즉 사방세계의 세 번째 영역인 신적인 것들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 시대의 신은 ‘현재’의 신으로, 다시 말해서 특정 시대로서의 ‘현재’에 도래하는 특정한 신으로 존재-현상한다. 또 그 신은 미래에 존재하는 신이기도 한데, 그는 각각의 모든 현재에 존재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그 신은 미래의 신이며 미래의 마지막 시점에 올 마지막의-궁극적 신이다.

--- p.143

출판사 리뷰

탈레스에서 하이데거까지,
철학자들이 시대와 분투하며 길어 올린 신의 역사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온 세상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정작 물은 것은 신이 아니라 자연 사물의 기원이었다. 신을 등진 듯한 이 질문을 따라간 끝에 희랍인들은 신화의 신들 곁에서 전혀 다른 신에 도달한다. 철학신의 탄생이다. 중세는 이 철학신이, 창조하고 구원하는 기독교의 신과 만난 시대였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는 이 만남을 화해로 이끄는 데 일생을 걸었고, 그 화해 위에 천 년의 질서가 세워진다. 근대는 그 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시대다.

그 균열은 뜻밖에도 신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한 철학자로부터 시작된다. 스피노자의 신은 창조의 신이 아니다. 세계 바깥에서 개입하고 심판하는 인격신 대신, 그는 세계와 구분되지 않는 신, 실체로서의 신을 세웠다.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이 주장은 신에 대한 가장 강한 긍정처럼 들리지만, 중세적 화해의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였다. 기도를 들어줄 신도, 구원을 약속할 신도 그 안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근대적 철학신은 어쩌면 무신론에 이르는 가장 짧은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한편, 칸트는 이성의 법정에서 전통적 신 존재 증명들이 성립할 수 없음을 보였다. 존재론적 증명도 우주론적 증명도 이성의 한계 안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칸트는 신을 폐기하는 대신 도덕의 요청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증명의 대상이던 신이 도덕의 전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후의 사유는 이 좁아진 자리를 두고 갈라진다. 헤겔은 신을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하는 절대 정신으로 사유하며 형이상학의 마지막 체계를 세웠고, 키르케고르는 반대 방향에서 체계가 아니라 단독자의 실존 앞에 서는 신을 붙들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신을 향한 물음은 방향을 바꾼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포이어바흐는 ‘신학은 인간학이다’라고 답했다. 인간이 자신의 결여를 지워 낸 형상을 사유의 주인 자리에 옮겨 놓은 것, 그것이 신이라는 것이다. 신적 본질의 술어들은 인간적 본질의 술어들과 다르지 않으며, 신학의 외양을 걷어 내면 그 아래에는 인간의 자기 이해가 있다. 니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독교를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라 부르며, 종교신과 철학신 모두를 폐기하고자 했다. 그가 향한 곳은 ‘위대한 정오’, 신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삶의 척도가 되는 시간이었다. 신을 살해한 자리에는 인간만이 남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하이데거는 죽은 신을 되살리려 하지 않는다. 그가 사유하는 것은 어떤 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라, 신적인 것이 다시 머물 수 있는 자리다. 인류가 시대마다 만나 온 서로 다른 신들의 경험은 소멸하지 않고 축적되며, 그 축적은 하늘과 땅, 신적인 것들과 죽을 자들이 얽혀 이루는 세계의 한 영역을 이룬다. 앞에서 걸어온 모든 길은 이 관점에서 다시 읽힐 수 있다. 무너진 신들의 계보는 폐허의 목록이 아니라, 도래할 신을 위해 마련되는 지층이 된다.

결국, 이 책이 걸어온 길의 끝에서 독자가 받아 드는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의 계보, 그리고 기다림이라는 자세다. 신은 매번 다른 얼굴로 죽었고, 매번 다른 얼굴로 되돌아왔다. 이 책은 그 얼굴들을 하나씩 되짚어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물음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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