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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격동의 시대를 읽는 아이 --------------- 9쪽부터 43
2. 소년, 이지직의 포부 ------------------44쪽부터 78 3. 아버지의 분노 --------------------- 79쪽부터 112 4. 신돈을 피해 영천으로 떠나다 -------- 113쪽부터 147 5. 불국사 생활 ---------------------- 148쪽부터 182 6. 길고 긴 은둔의 생활은 끝이 나고 ---- 183쪽부터 217 7.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다 ----- 218쪽부터 254 8. 평생의 스승을 만나다. -------------- 255쪽부터 288 9. 청렴한 관료의 생활 ---------------- 289쪽부터 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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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격동의 시대를 읽는 아이
때는 고려 말 공민왕 2년(1353년). 원나라의 극심한 내정 간섭과 때를 가리지 않는 왜구의 침략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을 무렵이다. 하지만 이런 난세와는 무관하게 현화리 용수산 아랫마을 현화리에는 만개한 꽃들과 함께 화창한 봄기운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곳, 원령의 집에는 장차 위대한 인물이 탄생할 것임을 알리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세상에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원령은 장남 지직을 얻기 전 희귀한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밤, 늦게까지 글공부에 몰두하다 깊은 잠에 빠진 원령은 눈이 부신 빛에 잠에서 깼다. 동쪽 창이 환하게 밝아오더니 커다란 해가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한 광경에 원령은 감탄하며 손을 뻗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놀란 원령은 잠에서 깨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환했던 동쪽 창의 빛은 온데간데없고 눈앞은 온통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아니, 동창이 환했었는데. 아직 캄캄한 밤이라니? 내가 너무 피곤해서 꿈꾸었나 보구나. “ 원령은 꿈꾸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튿날도 그다음 날도 원령은 똑같은 꿈을 자꾸 꾸었다. 똑같은 꿈이 반복되자 원령은 몸이 너무 허해져서 그런가 하며 부인 황 씨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부인 황 씨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저도 요즘 그 같은 꿈을 꾸곤 해요.” “아니! 부인까지 같은 꿈을 꾸었소?” ”요즘 우리가 몸이 허해진 탓에 꿈자리까지 뒤숭숭한 것 아닐까요?” “네! 앞으론 식사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어요.” “고맙소, 부인! 그렇게 해봅시다.” 그렇게 부인과 꿈 이야기를 나누고 난 그날도 원령은 여느 날과 같이 늦은 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동창(東窓)이 깨어지듯 밝아오더니, 집채만 한 붉은 해가 용수산 너머로 솟구쳤다. 그 빛이 너무도 강렬해 원령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동창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동쪽 산에 커다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한 원령은 “아” 하고 감탄하며 손을 번쩍 들어 해를 향하려 했다. 그러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애쓰다가 눈을 떴다. 원령이 눈을 떴을 땐 아직 사방이 캄캄한 밤이었다. 원령은 그때야 자신이 본 것들이 범상치 않은 꿈이라는 것에 놀란다. "부인도 그 빛을 보았소. 방 안 가득 들어찬 그 햇살을요. “ ”네! 저도 꿈에서 그 빛을 보며 손을 뻗었어요. “ "어젯밤 꿈에는 동창을 열어 보았더니 커다란 해가 생시처럼 동쪽 산에서 솟아오르고 있었소,” 곁에 누운 아내 황 씨도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꿈이 범상치 않은 것 같소.” ‘필시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징조가 틀림없어요.’ 두 사람의 꿈이 하나로 합쳐지던 그 날, 고려의 도성 개경에는 실로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혼인하자 곧 딸 지수를 낳은 후 7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둘째 아이는 그렇게 빛의 예언을 품고 세상에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는 그날 이후 그런 꿈은 다시는 꾸지 않았다. 그런데 부부가 그런 꿈을 꾼 지 한 보름쯤 지났을 때, 부인 황 씨가 갑자기 몸에 오한과 체증을 호소했다. 부인이 몸살기가 있다는 소리에 원령은 방에 이불을 깔며 부인에게 말했다. “여보. 날씨가 스산해서 그런가 보오. 자 이리로 누워보시오.”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아니,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체한 건 아닐 테고?” “조금 누워있으면 괜찮아지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요. 더 심하기 전에 의원이라도 불러와야겠소.” 원령은 이불을 펴, 부인을 눕게 하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나 부인의 증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원령은 부인이 걱정되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때 막내. 동생 천령이, 긴장함이 영역한 형 원령을 바라보며 별일 아니라는 듯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형님. 드디어 저에게도 남자 조카가 생기려나, 봅니다.” “천령아, 그게 무슨 소리냐? 조카라니. 그럼 혹시.” “네! 형님, 형수님께서 아이를 잉태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겠느냐.” “하하. 형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가서 의원을 모셔 오겠습니다.” “아! 그게 좋겠구나. 부탁한다. 천령아.” 동생 천령은 어느새 한약방으로 달려가 의원을 데리고 왔다. 천령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던 의원은 어느새 집안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진맥도 짚기 전에 너스레부터 쏟아낸다. “산기가 틀림없소이다. 자, 한 번 봅시다.” 의원은 자리를 잡고 앉으며 부인 영주 황 씨의 손목에 맥을 짚어 본다. “ 맥을 짚어 보지 않고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걸, 사람은 왜 부르시고,” 의원이 진맥을 해보니 과연 회임이었다. “오랜만에 겪는 일이라서 걱정이 되어 그랬지요.” “네! 이런 일은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은 방법이지요.” “내가 이 집 어른의 병환으로 약은 많이 지어드렸지만, 이번에는 약을 드릴 수가 없으니, 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구려. 회임을 축하하오.” 진맥을 끝낸 의원은 원령과 식구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혼인하고 첫 아이로 여자아이를 낳고, 7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하던 원령은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아내의 손등을 쓸어내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소식이 들려오니 어두웠던 방안이 다 환해지는 기분이다. 이때 원령의 나이가 27세였으니 고려 말 혼인 풍습으로는 첫 아이에 이어 둘째가 좀 늦은 편이었다. “부인 고맙소. 이게 얼마 만에 얻게 된 경사요,” 원령은 조금 흥분이 된 어투로 부인 황 씨 곁으로 앉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 집안에도 서광이 비치려나 보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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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심사평〉 한국소설창작연구회가 시행한 제3회 한국소설창작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출품작 『청백리 탄천 이지직』은 실화 역사 소설로서, 고려 말 공민왕 3년(1354년) 지직(之直)이 태어나는 과정부터 이지직의 일대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태몽부터가 범상치 않은 조짐으로 시작하여, 태어나자마자 지방 관리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고향(개경)을 떠났다가 7살 때 종5품 판전교시사가 된 아버지를 따라 고향(개경)으로 돌아와, 1369년 15세 때 아버지가 신돈을 피해 은둔하게 되자, 또다시 고향을 떠나 불국사로 피신하게 되어 그곳에서 공부와 호신술을 익히게 되었으며, 1372년 18세 때 아버지의 도피 생활이 풀려 불국사를 떠나 고향(개경)으로 돌아와 초시에 합격하였다. 우왕 4년(1378년) 25세 때는 성균관에 입학하여 아버지의 부탁으로 포은 정몽주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았으며, 우왕 6년(1380년) 27세 때는 대과에 ‘사마서승’(문과 2등)으로 급제하여 왕으로부터 어사화와 교지를 받고 대궐에 첫 출근을 하였다. 그때부터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을 겪으며 한 시대를 풍미하며, 한 집안의 대들보이자 한 시대의 스승으로 성장하고 변모해가는 청백리의 삶을 사실적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이에 작가는 주인공인 이지직이 겪는 그 일대기의 내면적 갈등과 성취를 흥미롭게 그려내었다고 보며, 본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으며, 성장의 지침서로 흥미롭게 읽어 볼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물들의 관계 묘사가 흥미롭다. 장황한 설명이나 묘사 없이 깔끔하게 전개되는 서사가 매우 좋다. 청소년 소설 분위기에 매우 적합한 작품이며, 요즘 보기 드문 고전적, 교훈적 소설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주인공인 이지직이 처한 역경과 역사적 상황을 잘 유화(宥和)되도록 그려낸 능력의 탁월함을 인정하여, 이지직의 일대기를 배경으로 한 이영균 작가의 장편소설 『청백리 탄천 이지직』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2026년 5월 29일 ‘제3회 한국소설창작문학상’ 심사위원; 장순영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도창회 한국문인협회 고문 이은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