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Chris Van Allasburg
|
■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황홀한 마법!
어느 날, 헤스터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말썽쟁이 개 프리츠를 돌보기로 한 앨런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앨런은 ‘절대, 절대로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보고 돌아가려 하지만, 프리츠가 목줄을 끊고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 안으로 달아나 버린다. 앨런은 압둘 가사지 씨를 만나 프리츠를 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화가 난 압둘 가사지 씨는 프리츠를 오리로 만들어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오리가 된 프리츠는 앨런의 모자를 물고 날아가 버린다. 앨런이 무척 슬프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헤스터 아주머니네 집으로 돌아오자, 거기에 프리츠가 돌아와 있는 게 아니겠는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인물의 전사를 남기지 않고 단순한 반전을 전면에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뒷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하도록 돕는다. 마법사 압둘 가사지가 어떤 사람인지, 프리츠가 정말 오리로 변한 것인지, 독자는 제시된 짧은 장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이야기는 마쳤으나, 여러 가지 질문을 남기며 그다음 각자의 이야기로 연결되게 하는 상상의 확장을 일으킨다. 또한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암시들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산책을 나가기 전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앨런의 머리맡에 걸린 다리 그림은 이후 작은 다리를 건너다 표지판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을 암시하는 듯하다. 다리를 기점으로 저쪽(환상) 세계로 넘어간 앨런이 프리츠를 찾아 헤맬 때에는 오묘한 그림들이 눈에 띄는데, 계단 아래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토끼가 구석에 숨어 있고, 정원으로 입장하는 미로 앞 조각상들은 이쪽으로 가라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야기의 한 장면을 떼어 놓은 듯한 표지 또한 작품 세계를 확장시키는 한 축이 되어 준다. 프리츠를 쫓아 달리는 앨런의 모습 뒤로 솟아 있는 거대한 원예 조각들은 숨어 있던 토끼, 프리츠가 변해 버린 오리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어 아이들 상상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 조각한 듯 섬세하고 선명한 드로잉과 미적 언어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일러스트는 예술적인 면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흑과 백으로만 표현한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은 조각한 듯 섬세한 드로잉의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이야기와 맞물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키는 세밀한 드로잉에 대해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환상적인 판타지를 풀어낼 때, 독자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밀화를 고집합니다.” 이처럼 각 장면을 공들여 설계하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그려낸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은 인물 한 명에 시선을 고정하는 대신, 펼쳐진 풍경을 넓게 조명한다. 견고하게 건축된 건물들과 나무 그림자, 명암의 대비, 입체적인 질감의 구름 등은 마치 앨런을 따라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으로 따라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상상이나 환상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동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깨듯 흑과 백만을 사용한 정적인 그림을 통해 가장 역동적인 상상력을 뽐낸다. 미사여구 없이 깔끔한 글을 보는 듯한 그의 그림과 이야기는 앨런과 프리츠가 넘어가는 하얀색 다리와도 비슷해 보인다. 정적인 세계와 동적인 세계, 현실과 환상 그 모든 경계를 허물며 다리를 넘나드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 만의 강력한 상상력이야말로 그의 작품이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의 독자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는 가장 큰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