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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으면서
일러두기 식민지시대 카프작가의 소설 1. 김기진/작가소개 붉은 쥐 2. 박영희/작가소개 전투 사냥개 지옥순례 3. 최서해/작가소개 탈출기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륙 홍염 4. 이익상/작가소개 어촌 5. 주요섭/작가소개 인력거꾼 개밥 6. 이기영/작가소개 민촌 쥐이야기 민며느리 원보 7. 조명희/작가소개 낙동강 아들의 마음 8. 한설야/작가소개 과도기 씨름 참고문헌 작가별 작품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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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자정이 훨씬 넘었다.
이웃의 닭 소리는 검푸른 새벽 빛 속에 맑게 흐른다. 높고 푸른 하늘에 야광주를 뿌려놓은 듯이 반짝이는 별들은 고요한 대지를 향하여 무슨 묵시를 주고 있다. 나뭇잎에서는 이슬 듣는 소리가 고요하다. 여름밤이언만 새벽녘이 되니 부드럽고도 쌀쌀한 기운이 추근하게 만상을 소리없이 싸고 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둠 속에 잘 분간할 수 없는 히슥한 그림자가 동계사무소 앞 좁은 골목으로 허둥허둥 뛰어나온다. 고요한 새벽 이슬에 추근한 땅을 울리면서 나오는 발자취는 퍽 산란하다. 쿵쿵 하는 음향은 여러 집 울타리를 넘고 지붕을 건너서 어둠 속으로 규칙 없이 퍼져 나갔다. 어느 집 개가 몹시 짖는다. 또 다른 집 개도 컹컹 짖는다. 캥캥한 발바리 소리도 난다. 뛰어나오는 그림자는 정직상점 뒷골목으로 휙 돌아서 내려간다. 쿵쿵쿵..... 서너 집 내려와서 어둠 속에 잿빛같이 보이는 커단 대문 앞에 딱섰다. 헐떡이는 숨소리는 고요한 공기를 미미히 울린다. 그 그림자는 대문에 탁 실린다. 빗장과 대문이 맞찍혀서 삐걱 하고는 열리지 않았다. "문을 좀 벗겨주오!" 무엇에 쫓긴 듯이 황겁한 소리는 대문 안 마당의 어둠을 뚫고 저편, 푸른 하늘 아래 용마루선이 죽 그인 기와집에 부딪쳤다. --- P.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