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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녀석을 피할 수가 없는 거야
곳곳으로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녀석을 피해 가족들은 세탁기 안, 소파 밑, 문 뒤, 욕조 속에 숨어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어도 소용이 없고, 선풍기를 틀어 봐도 뜨거운 바람만 더 넓게 퍼진다. 냉장고에 넣어 버리면 해결될까 싶었지만 그저 삐악삐악 소리와 함께 상황이 더욱 난감해질 뿐이다. 마지막 방법은 아주아주 차가운 물이다. 녀석을 욕조에 넣고 샤워기를 틀었더니 쏴아, 잠시 잠잠해지는가 싶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무거운 먹구름이 집 안을 메우기 시작한다. 우르릉 천둥번개에 빗방울이 후드둑 쏟아지자 가족들은 가구가 젖지 않도록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등장만으로 모든 걸 뒤흔드는 녀석과의 동거는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무더위의 위력과 장맛비의 시원함을 모두 품은 여름의 빛깔 샛노란 태양을 사랑하게 할 한 권의 그림책 여름의 태양은 그 어떤 계절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숨 막히는 무더위를 함께 선물하기도 한다. 얇은 옷을 입고 냉방기의 힘을 빌리고 찬물 샤워를 해도 이미 태양이 잠식한 더운 공기를 바꿀 순 없는 법. 게다가 눈 깜짝할 새에 모든 걸 샛노란 빛으로 뒤덮어 버리니 녀석이 집에 들어왔을 땐 이미 늦었다. 『태양이 문을 벌컥』은 그렇게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등장한 여름을 강렬한 마커의 색과 망설임 없는 연출로 표현한다. 『정글 버스』 『동물원 탈출』에서 김소리 작가가 보여 주었던 과감하게 주제를 밀고 나가는 힘은 이번 작품에서 그 절정을 느끼게 한다. 아주 선명한 노랑과 검정으로 중심을 잡고 한정된 컬러 팔레트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전개되는 화면이 단순하고 호쾌하다. 심드렁하면서도 해맑은 태양의 표정은 작가 특유의 유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예측할 수 없는 진행에선 여름의 열기를 싹 내리는 장맛비 같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당당함을 가진 녀석, 이 이글이글한 태양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해 줄 그림책이 벌컥! 문을 열고 찾아왔다. 작가의 말 여름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불청객 같다가도 온 집 안을 생기와 초록으로 채워 주기도 합니다. 덥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계절, 우리 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태양에게 인사를 건네 봅니다. _김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