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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당신의 미술관에 의자를 두었습니다
1장 혼자 있는 시간 찻잔 속 고요 _ 메리 카사트, 〈찻상 앞의 여인〉 ‘나’라는 풍경 _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오늘은 미술관으로 2장 다시 시작하는 사람 다른 나를 향해 _ 피에트 몬드리안, 〈외로운 나무가 있는 가인러스트 농장〉 늦은 시작 _ 앙리 루소, 〈플라밍고〉 일흔에 붓을 들다 3장 익어가는 삶 주름의 품격 _ 렘브란트 판레인, 〈웃는 자화상〉 산이라는 자화상 _ 폴 세잔, 〈생트빅투아르산〉 4장 사소한 사치 오늘의 식탁 _ 앙리 마티스, 〈저녁 식탁〉 오늘의 모자 _ 에드가르 드가, 〈모자가게에서〉 5장 또다시 설레기 여전히 설레는 _ 칼 라르손, 〈진달래〉 다시, 사랑 _ 마르크 샤갈, 〈생일〉 6장 자연으로 돌아가기 일만 이천 봉의 품 _ 정선, 〈금강전도〉 새벽 강가에서 _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 센강의 아침〉 오늘은 수목원으로 7장 그때 그 사람 그리운 계절 _ 존 에버렛 밀레이, 〈낙엽〉 아버지의 두 팔 _ 빈센트 반 고흐, 〈첫걸음〉 8장 느림의 기술 느린 동행 _ 에드워드 호퍼, 〈아침 햇살〉 고요한 밀도 _ 빌헬름 함메르쇼이, 〈햇살 속 먼지〉 오해십니다 9장 내려놓기 피하지 않는 눈 _ 프리다 칼로, 〈상처받은 사슴〉 고맙다는 한마디 _ 후고 심베리, 〈상처받은 천사〉 10장 이미 충분한 삶 빵 한 조각, 우유 한 잔 _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유 따르는 여인〉 손바닥만 한 낙원 _ 이중섭, 〈서귀포의 환상〉 11장 이제는 내 방식대로 허리에 손을 짚고 _ 구스타프 클림트,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 지금 여기, 나 _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12장 아직 배고프다 백 세의 꿈 _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 고통은 지나간다 _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봄 화초〉 우리가 걸어온 미술관 이 책에 실린 그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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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관객은 결국 나 자신이며, 나를 평가하는 것도 어제의 ‘나’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이면 충분합니다.
---p.5 구름이 내려앉아 바다처럼 보이는 이 풍경을 높은 산 위에서 홀로 내려다봅니다. 외로움이 끼어들 자리도 없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안개보다 짙고 계곡보다 깊은 사색에 잠깁니다. ---p.21 나이 듦의 미학을 가장 깊이 있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화가는 단연 렘브란트입니다. 그는 근 100점에 이를 만큼 유화와 드로잉, 에칭으로 자화상을 제작했습니다. 자신만만한, 환희에 찬, 잘난 체하는, 오만 가득한, 근심에 찬, 환멸 가득한, 여전히 당당한, 쓴웃음을 짓는 솔직한 자화상을 매년 적어도 두 점 이상씩 그려 자신을 기록했습니다. ---p.56 “카린.” 칼은 함께 커피를 마시려고 따끈한 머그잔을 들고 아내를 부릅니다. 좀처럼 쉬는 법이 없는 부지런한 아내는 아이들을 챙기다가도 짧은 여유만 생기면 자신의 작업실에서 무얼 만들곤 합니다. 지금도 한 손엔 가위를 들고 있네요. “카린.” “네?” 이제야 돌아봅니다. 테이블 위에 활짝 핀 진달래 사이로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로 화답하는 카린. ---p.90 ‘낙엽’이라는 단어에는 향이 들어 있나 봅니다. 벌써 코끝을 스치는 듯하고 이내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가 떠오릅니다. 향기는 우리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 향기와 관련된 사람이나 장소로 곧장 데려다주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p.131 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첫걸음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비틀거리고,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질병으로 넘어지기도 합니다. 혼자 힘으로는 몇 발짝 떼기도 힘이 듭니다. 균형을 잡으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게 자녀라면 좀 더 안심하고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우린 서로의 낙원이니까요._ ---p.140 느리다는 것은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밀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아침 찻잔을 타고 피어오르는 하얀 김의 춤사위, 따끈한 물속에서 몸을 푸는 찻잎,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꽃들, 시멘트 틈새를 뚫고 올라온 새싹, 길고양이의 애교, 벗어 놓은 안경이 낳은 무지개까지. 당신의 느릿한 하루에도 놓치기 아까운 순간들은 매일 새롭게 피어납니다. ---p.160 그는 전쟁이 끝나 평화롭고 여유가 생긴다면 은지화를 대형 벽화로 그릴 계획이었습니다. 단 몇 획만으로도 강렬한 황소를 그려낸 선묘의 천재 이중섭, 그의 그림이 온 나라의 큰 벽에 펼쳐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나의 은지화는 그림이 아니라, 벽화의 밑그림이야.” 고단한 오늘, 꿈을 꿉니다. ---p.205 금방이라도 배를 집어삼킬 듯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시퍼런 바다, 그 압도적인 자연의 역동성 앞에서 가냘픈 배에 몸을 맡긴 인간들은 한낱 잎사귀처럼 위태롭게 나부낍니다. 그 모든 비장한 사투를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면서도, 후지산은 그저 아득한 고요 속에 지독하리만치 평온하고 초연합니다. 마치 인간의 삶이란 본디 저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여정이지 않겠냐며, 삶의 엄숙한 진실을 말하는 듯합니다. ---p.236 극심한 통증에 온몸을 떨면서도 붓질을 이어가는 르누아르를 보며 안타까워진 마티스가 묻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혹사하며 계속 그리시냐고요. 르누아르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대답합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 거라네.” ---p.245~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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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오늘 하루 그림 한 점”
- 반 고흐에서 이중섭까지, 스물네 명 화가의 삶과 그림 앞에 선 나의 시간 - 큰 글자와 넓은 행간, 51점의 작품 - 오래 읽고 오래 바라보도록 만든 책 『어른의 미술관 - 명화로 읽는 나의 인생』은 명화 24점을 12개의 주제로 나누고,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머무는 시간을 건넨다. 미술사나 작품 해설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을 들려주고, 그 앞에 선 이에게 질문을 남길 뿐이다. · 화가이기 전에, 한 사람 빈센트 반 고흐, 메리 카사트, 피에트 몬드리안, 앙리 루소를 비롯한 스물네 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화가들의 화려한 업적보다, 인정받지 못한 시간, 늦은 나이에 새 길을 시작한 용기, 상실을 견디며 끝내 붓을 놓지 않은 마음이 먼저 나온다. 3장 ‘익어가는 삶’은 렘브란트가 예순을 앞두고 그린 〈웃는 자화상〉과 세잔이 평생 되풀이해 그린 〈생트빅투아르산〉을 나란히 놓는다. 세월이 새긴 얼굴을 지우지 않은 렘브란트와, 같은 산을 수없이 새롭게 그린 세잔의 삶을 통해 나이 듦과 성숙의 의미를 묻는다. 마지막 12장 ‘아직 배고프다’는 르누아르로 매듭짓는다. 관절염으로 굽은 손에 붕대를 감고 붓을 들던 그에게 마티스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을 때, 르누아르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일흔여덟, 세상을 떠나던 날에야 이제 무언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남겼다. · 서양 명화만 다루지 않는다 6장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와 〈금강전도〉가, 10장 ‘이미 충분한 삶’에는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과 함께 이중섭의 〈서귀포의 환상〉이 실렸다. 12장 ‘아직 배고프다’에는 일흔둘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를 완성한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있다. 유화가 아닌 다색 목판화다. 본문에서 깊이 다루는 24점 외에 함께 비교하고 감상하는 작품까지 더하면, 모두 27명 화가와 12개 나라의 작품 51점을 수록했다. 서양 미술사에 치우치지 않고 시대와 지역이 다른 작품들을 함께 바라보며, 인간이 삶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읽도록 구성했다. · 그림에서 시작해, 나에게 도착한다 열두 개의 장은 모두 같은 순서로 흘러간다. 먼저 한 점의 그림을 충분히 들여다본다. 다음으로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림이 건네는 질문 앞에서, 읽는 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마지막에는 답을 적을 여백이 있다. 정답은 없다. 위로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스무 해 넘게 그림을 가르쳐 왔지만, 이 책에서는 설명보다 기다림을 선택한다. 그림이 스스로 말하도록 두고 한 걸음 물러선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을 잘 아는 사람보다 자기 삶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간다. · 안방미술관에서 저자는 머리말을 마라톤 이야기로 연다. 인생에는 정해진 코스도 결승선도 없다고, 내 삶의 관객은 결국 나 자신이라고 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여기,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당신을 위해 안방미술관에 작은 의자를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문장이 멈추는 곳에서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 의자는 책의 첫 장이 아니라 열두 개의 방마다 하나씩 놓여 있다. · 빨리 읽기보다, 오래 머물도록 172×245mm 판형에 256쪽, 본문 글자 크기를 키우고 행간과 여백을 넓혀 오래 들여다보아도 눈이 편해지도록 했다. 작품 역시 작게 나열하기보다 그림의 표정과 붓질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크기로 배치했다. 가로 폭이 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두 면을 펼쳐 한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실었다. 이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훑는 책보다, 한 문장과 한 점의 그림 앞에 천천히 머물 수 있는 책을 만들려는 선택이다. 오래 읽어도 눈이 지치지 않고, 문장이 멈추는 자리에서 그림을 오래 바라볼 수 있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