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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끝나지 않는 여름 검은 옷을 입은 손님 냉장고 라이크 어 버진 마이라 맑이 뻐꾸기(다리 건너) 여름이 끝날 무렵 열여섯의 네가 내게로 왔다 비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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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일 저녁 무렵에나 돌아올 예정이었다. 겨우 이틀 동안 만날 수 없을 뿐인데도 그녀를 아쉬워하는 나를 발견하자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문득 그녀를 혼자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서서 그녀가 간 길을 따라 뛰었다. 찻길에 나섰을 때 이미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태운 버스가 저만치에 가고 있었다.
---p.9 오빠 나 성당 나가는 거 모르지. 영세도 받을 생각이야. 말하는 동생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사실은 나도 성당에 잠깐 다닌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성당에서 처음 천사와 악마를 알았으며 선과 악을 배웠다. 파멸과 구원이 선과 악의 미묘한 힘겨루기를 통해 인간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란 걸 그때는 선명하게 깨우쳤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선악을 생각하면 헷갈리는 기분이다. 그 둘을 정확하게 구별해 말할 자신이 없다. ---p.52 서른두 살. 실제 나이보다 예닐곱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여자의 말간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 맹랑한 얼굴이 사내에게는 유독 유감이었다. 무례하게 던진 말에 여자가 차라리 화를 냈다면 빈정거리는 몇 마디 말과 비웃음으로 나쁜 기분을 털어 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녀의 얄폿한 얼굴과 가느다란 몸에는 낭창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여자다운 매혹이 있었다. ---p.97 정하가 요즘 좀 이상해요. 잘 아시겠지만 원래 좀 고립적이고 무슨 일이든 거의 혼자 매달리는 친구잖아요. 그런 경향이 최근에 좀 더 심해졌어요. 밤 근무라는 게 원래 직원들이 좋아하는 시간은 아니거든요. 보통은 자정을 기준으로 해서 직원 두 사람이 밤 시간을 양쪽으로 나누어 근무를 해요. 그런데 정하는 거의 매일 밤샘 근무를 혼자 떠맡고서 밤마다 하늘을 지키고 있어요.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p.140 마당에 해가 들기 시작하는 늦은 아침인데 대문 밖에 그가 눈치도 없이 웃고 서 있다. 생긴 걸로 봐서는 멀끔한 선비건만 그렇게 웃는 얼굴은 영락없이 속없는 천치다. ---p.184 여름이 끝날 무렵 나는 옛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길을 가다가 그녀와 마주쳤다. 길은 혼잡한 도심으로 변해 버렸지만 몇십 년 만에 마주친 그녀를 저만치 두었을 때 나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윤택한 옷차림과 약간 퉁퉁해 보이는 몸매가 어쩐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p.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