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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거짓말의 수만큼 생명이 존재한다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 거짓말과 모방으로 가득한 자연 / 모두가 속고 속이는 관계 / 거짓말은 진화의 결과 / 누구를 속이는가 / 세상은 거짓말과 희망으로 이뤄진다 1장 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1 있어도 없는 척하는 동물의 눈속임 기술 줄무늬로 몸을 감추는 멧돼지 / 죽음을 가장하는 너구리 / 진동이 오면 죽은 척하는 곤충 / 식물을 모방한 위장술 2 기만하는 색깔, 경고하는 색깔 빨간 사과의 비밀 / 경계색은 진짜일까? 3 남을 모방해 정체를 속이는 변장술 다른 종의 경계색을 흉내 내는 나비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종은 다르지만 생김새는 닮은 생물들 4 분신술을 가장한 의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 흰띠제비나비의 일부만 의태를 하는 이유 / 복불복 게임 / 수수께끼는 풀렸다 / 금강산도 식후경 / 환상의 의태 2장 거짓말로 사냥하는 생물들 1 유인, 공격, 포획하는 공격적 의태 91 포식자는 무사도 정신이 없다 / 아름다운 꽃으로 변장한 난초사마귀 / 낚시하는 거북 / 달콤하고 위험한 향기 / 온갖 속임수가 판치는 반딧불이 나무 2 포식자를 교란시키는 의태의 계략 어디가 눈인지 헷갈리는 눈알무늬/ 거꾸로 보면 닮은 꼴, 부엉이나비 / 바닷속의 은밀한 사기꾼 [칼럼] 누가 반딧불이를 먹었나? 3장 때로는 알도 거짓말을 한다 1 다른 새 둥지 위에서 자라는 뻐꾸기 뻐꾸기의 독특한 사생활 / 뻐꾸기와 숙주의 속고 속이는 싸움 / 태어나 처음 하는 일 2 거짓말을 노래하는 새들 십자매의 다양한 변주 / 백 가지 소리를 내는 때까치 / 더부살이하는 가시올빼미 4장 인간의 거짓말, 동물의 거짓말 1 사회는 거짓말로 시작됐다 늑대는 늑대를 속이지 않을까? / 침팬지의 사회적 거짓말 / 인간 관점에서 동물의 거짓말을 보지 않는다 2 인간 사회에 들어온 개, 거짓말을 배우다 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나? / 거짓말을 이해하는 개 마치는 글 거짓말로 보는 인간 세계의 진실 덧붙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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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동물은 본능에 따라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인간은 쉽게 거짓말을 하고 속고 속이며 살아간다. 그런데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며 상대를 속이는 행동은 인간만 하는 것일까? 인간 이외의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동물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거나 순수한 존재라고 인간이 일방적으로 믿어서가 아닐까? 동물을 보며 인간이 제멋대로 지어내고 추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p.10 하지만 생물의 속임수와 인간의 거짓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엇이 서로 다를까? 바로 ‘속이는 대상이 누구냐’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동물은 대부분 다른 종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의태를 비롯한 여러 거짓말이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진화해온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 p.19 너구리, 오소리, 주머니쥐처럼 공격을 당했을 때 갑자기 죽은 체하는 습성을 ‘의사 반사 death mimicry’라고 한다. 의사 반사는 외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이지 일부러 죽은 체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 반사를 하는 동물은 충격을 받으면 몸이 굳고 호흡과 맥박까지 느려진다. 이러한 습성이 생긴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다른 육식동물에게 잡혔을 때 어설프게 덤비면 상처만 입기 때문에 차라리 죽은 척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먹잇감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으면 공격한 동물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놀라기 마련이다. 이 틈을 이용해 도망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실제로 죽지 않았는데도 죽은 것처럼 속인다는 점에서 의사 반사는 속임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 p.33 독이 있는 맛없는 나비를 먹은 새는 그 경험을 통해 경계색을 학습하고 유사한 모습의 나비를 피하게 된다. 즉, 독을 갖지 않았더라도 외양이 비슷한 나비까지 잡아먹지 않는 습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자 그런 새의 습성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나비가 생겨났다. 완전히 다른 계통의 나비 중에서 독은 없지만 독나비와 생김새가 비슷한 개체가 살아남으면서, 그 유전자를 가진 나비들이 번식해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이다. 원래 포식자의 표적이던 종이 맛이 없어 기피하는 종의 경계색을 모방하도록 진화하는 현상을, 이를 처음 발견한 헨리 베이츠의 이름을 따서 ‘베이츠 의태’라고 부른다. --- p.67 개미집에 함께 서식하는 곤충은 이종 동거자로 인정받은 곤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개미를 속여 자기 이익을 취하는 이기적인 곤충도 있다. 딱정벌레의 일종인 반날개 무리 가운데 등의 분비샘에서 개미가 좋아하는 액체를 분비하는 종이 있다. 개미는 이 액체에 매료되어 반날개를 집 안으로 들여와 먹이를 먹이며 기르기까지 한다. 반날개도 개미에게 진딧물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반날개가 분비하는 액체에는 개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마약 같은 효과가 있어서 개미는 점차 자기 애벌레보다 반날개를 우선해서 돌보게 된다. --- p.103 뻐꾸기 알을 둘러싼 뻐꾸기와 숙주의 경쟁은 그야말로 속고 속이는 치열한 싸움이다. 탁란한 알을 숙주가 자기 알로 착각하게 하면 뻐꾸기의 승리지만 뻐꾸기 탁란을 알아채고 그 알을 버리면 숙주의 승리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의태와 마찬가지로 뻐꾸기 생태도 생물끼리 먹고 먹히는,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가 진화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다윈은 이런 생물 종 간 투쟁을 ‘뒤엉킨 강둑(tangled bank)’이라고 불렀다.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종, 다른 개체(영역이 없는 뻐꾸기 암컷이 같은 종의 눈을 피해 탁란하는 것을 기억하자) 모두 적응해야 할 환경의 일부다. --- p.139 때까치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모방하는 음향 의태를 사냥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옛날부터 때까치는 다른 새소리를 흉내 내어 먹이가 될 새를 유인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왔다. 때까치와 가까운 종(때까치과)인 재때까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음향 의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재때까치 수컷은 겨울에 암컷을 유혹하는 울음소리를 내는데 다양한 새의 소리가 섞인 소리다. 그것을 녹음해 야외에서 스피커로 들려주면 흥미를 느낀 작은 새들이 스피커 근처까지 다가온다. 그때 재때까치는 작은 새를 사냥해 먹이로 삼는다. --- p.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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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잔혹한 자연,
그 속에 거짓말하는 생물들이 산다! 동물, 식물, 곤충은 왜, 누구에게, 어떤 거짓말을 할까? ◆ “인간 이외의 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너구리와 오소리는 육식동물의 위협을 받으면 갑자기 기절한 것처럼 쓰러져 죽은 척한다. ‘의사 반사’라 불리는 이 행동은 거짓말일까? 뻐꾸기는 몰래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한다. 숙주 어미새가 자기 알과 구분하지 못하도록 알의 색깔과 무늬마저 모방한다. 이것은 속임수일까? 굴속에 사는 가시올빼미는 오소리와 코요태 같은 천적이 다가오면 ‘샤~’하는 독특한 소리를 낸다. 방울뱀의 소리를 흉내 내어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시올빼미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흔히 거짓말이라고 하면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언어적 형태를 떠올린다. 그럼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동물, 식물, 곤충과 같은 생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 이외의 생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고 속아 넘어간다. 다만 말이 아니라 외형, 색상, 무늬, 습성, 생태를 사용한다. 『숲속의 거짓말쟁이들』의 저자 모리 유민은 숲과 바다, 하늘과 땅에 사는 다양한 생물 70여 종의 거짓말과 속임수를 소개한다. 나뭇가지를 의태한 대벌레, 난초꽃의 일부로 몸을 숨기는 난초꽃사마귀, 날개에 눈알무늬로 적을 속이는 공작나비, 곰개미의 탄화수소를 몸에 발라 노예로 삼는 사무라이개미, 종다리의 울음소리를 모방하는 때까치, 등지느러미를 해조류처럼 보이게 해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쑤기미 등. 상대를 속인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대단한 거짓말쟁이들이다. 하지만 동물, 식물, 곤충의 거짓말은 인간과는 그 목적이 다르다. ◆ 거짓말의 목적은 오직 생존과 번식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걸쳐 서식하는 흰띠제비나비는 독나비인 꼬마사향제비나비의 외양(붉은 점무늬)을 의태한다. 흰띠제비나비는 독이 없지만 마치 독나비처럼 보이도록 겉모습을 바꿔서 천적인 새를 속이는 것이다. 꼬마사향제비나비를 먹고 독으로 고생해 본 새들은 똑같이 생긴 흰띠제비나비를 보면 ‘맛없는 나비’로 인식하고 기피한다. 흥미로운 것은 흰띠제비나비가 모두 의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의태한 개체와 하지 않은 개체가 함께 공존한다. 더구나 수컷보다는 암컷 의 일부가 의태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수께끼의 해답은 명확하다.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의태까지 해서 기껏 독나비인 척을 했는데 의태한 개체가 너무 많아지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 자명하다. 새가 우연히 흰띠제비나비를 먹고 붉은 점무늬가 있는 나비도 ‘맛있다’고 인식해버리면 의태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오히려 눈에 띄어 잡아먹히기 쉬워질 뿐이다. 따라서 나비들 스스로 의태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비의 거짓말은 먹히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최적의 모습으로 진화해온 생존 전략인 셈이다. 동물, 식물, 곤충의 거짓말은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다는 것이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장류인 침팬지가 간혹 의도적으로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 목적은 역시 생존과 번식이다.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연구에 따르면, 한 침팬지가 동료와의 싸움에서 진 후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다친 것이 아니라 다친 척을 하면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의식적인 거짓말이지만 그것은 상대의 마음을 속이기 위함이 아니다. 가능한 목숨을 잃지 않고 번식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 세상은 거짓말과 희망으로 이뤄진다 이 책 『숲속의 거짓말쟁이들』을 통해 우리는 언어가 발달한 인간과 다른 생물들의 거짓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근원적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언어는 인간 문명을 성장시켰지만 이기적인 인간이 각자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이 자연과의 관계는 망가져 버렸다. 인간 사회가 발달할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힘들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 상태를 목도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 이외의 생물들과 어떻게 공생해야 하고, 지구 환경을 위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문제의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며 인간과 지구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쌓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존재 역시 언어를 활용해 복잡한 사고가 가능한 인간뿐이다. ‘희망’도 지금 여기에 없는 것, 사실이 아닌 꿈을 말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로 거짓말 능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다른 지구를 꿈꾸고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거짓말에 익숙한 인간이 지닌 위대한 가능성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