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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오는 사람들 일호 터널 남연우는 장인섭은 강기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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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 : (눈을 뜨며) 왜 말을 안 했어, 이놈아!? 아프면 아프다고, 숨 막히면 숨 막힌다고 아빠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었어야지! 아이고 다 문드러졌네.
--- p.86 황씨 : 그러니 일호야, 네 탓이라며 그 이쁜 속 긁어내지 마라. 넌 함부로 버려질 만큼 가벼운 적 없었으니까. --- p.129 황씨 : 끝없는 터널은 없는 법이야. 무식하게 들이받다 보면 저 끝에서 빛이 ‘나 여기 있소’ 하고 손을 흔든다고. --- p.138 황씨 : 인간이 미움을 갖고 사는 것만큼 하찮은 일이 없다고. 용서하고 살아라.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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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날로그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막장을 허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무도 선뜻 발 내딛지 않는 막장의 칠흑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청년 ‘구일호’가 서 있다. 막장 식구들과 일호는 깜깜한 터널의 낮과 왁자지껄한 함바집의 저녁을 함께 보내며 긴 삶의 바탕을 공유한다.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각 인물들의 진한 사연을 담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기억을 술과 시로 달래는 황씨, 흩어진 가족을 되찾으려 묵묵히 버티는 곽씨, 고단한 타국 생활을 견디며 가족과 재회할 날을 꿈꾸는 이주 노동자 퉝씨, 날 선 냉소와 열등감으로 거친 말을 툭툭 뱉는 배씨, 투박한 온기와 순정이 있는 정씨, 세상 물정 모르는 책임자 배 대표, 거친 현장에 갓 지은 밥으로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는 함바집 주인 손 여사. 저마다의 음영과 사연을 품은 인간 군상들이 자신만의 어둠을 뚫고 굴을 파 나간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각자 품은 희망이 있다. 이 희곡에서 희망은 때로는 가족의 얼굴로, 동료와 함께하는 한 끼 식사로, 처음 배우는 주도(酒道)의 자리로 피어난다. 조금은 고리타분하고 따분할지언정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닳지 않는 삶의 진원지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무대 위에서 맨몸으로 부딪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긴 터널 뚫어 가는 여정은 피부로, 육체로, 땀방울로 ‘삶의 현장’을 감각하게 한다. 영원한 빛도 없듯 끝없는 어둠도 없는 법, 빛 쪽으로 한 발씩 내딛는 지난하고도 삶의 어두운 과정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정직하고 반듯한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이 오늘을 살아 내는 독자들에게 섣부른 위로보다 타인을 향해 내미는 다정한 온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