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서문
장 뒤뷔페 작품의 다원성 - 발레리 다 코스타(스트라스부르 대학 교수) / 파브리스 에르고트(스트라스부르 시립미술관장) 도판 1919ㅡ1950 1951ㅡ1960 1961ㅡ1974 1975ㅡ1984 논문 뒤뷔페 우를루프 연작에 대한 소고 - 김현화(숙명여대 교수) 뒤뷔페와 전후미술: 프랑스, 미국, 한국에서의 수용양상을 중심으로 - 정무정(덕성여대 교수) 원고 장 뒤뷔페의 원고 모음 - 장 뒤뷔페 부록 작가연보 작가연보 요약 및 주요 전시 일람 참고문헌 |
|
내 그림에는 열정, 광기, 기쁨이 공존한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통해 내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 붓는 것이다.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웃기 위함이 아니다. 만약 원두를 갈고 있는 아내나 전화교환원을 마치 카메라가 하듯이 최대한 정확하게, 한 장의 사진처럼 모든 음영이 다 드러나게 그리고자 한다면, 사실 그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이런 그림은 인내심의 문제다. 그렇지만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정말로 무익하고 쓸데없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힘들일 필요 없이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완벽하게 순식간에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전화를 하고 있는 남자의 사진이나 사진과 흡사한 혹은 똑같은 그림을 보여준다면 당신은 당연히 내가 세상을 비웃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그림은 예술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림을 봐도 당신은 그저 하품만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길 가다가 쇼 윈도에서 또는 전시회에서 이렇게 사진같이 정확하기만 한 그림들을 얼마든지 볼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다거나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 그림들은 당신을 지루하게 할 뿐이며, 사실 당신이 지루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장 뒤뷔페) --- 본문 중에서 |
|
장 뒤뷔페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놀라운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수많은 회화와 조각 작품을 남겼으며 그 우수성과 방대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또한 그가 엄청난 분량의 원고를 놀랍도록 명확한 필치로 집필한 저자라는 사실은 종종 그의 조형 예술가로서의 업적에 가려져 있다. 장 뒤뷔페에 관해 연구하고자하는 사람들은, 아직 다 수집하지도 못한 수십 권 분량에 이르는 그의 서신들과, 총 4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ecrits』의 위력에 압도당하고 만다. 편지를 즐겨 쓰던 지칠 줄 모르는 이론가였던 장 뒤뷔페는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 왔으며, 이러한 그의 글들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또한 장 뒤뷔페는 사람들에게 명확히 이해받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였다. 이렇듯 스스로를 잘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장 뒤뷔페는 결국 모던 아트에 대한 이해의 확장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장 뒤뷔페는 2차대전이 끝난 직후 등장한 ‘또 다른 미술’, 곧 앵포르멜 회화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전후미술의 새 방향을 제시하였고 이후 유럽과 미국의 현대미술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종래의 세련되고 완벽한 회화에 맞서 야생동물마냥 길들여지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미술, 즉 어린이나 정신병자의 그림처럼 다듬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미술을 찬양하고, 이를 “날 것 예술”(Art Brut)이라 부르며 널리 전파하였다. 이 미술은 60년대의 정크 문화(Junk Culture)나 팦 아트(Pop Art)의 미학적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전문적인 숙련보다는 훈련받지 않는 자발성을 추구하는 이 미술은 오늘날 포토사진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 디지털이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의 체취가 풍기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화가들과도 관련이 있는바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에 새로운 회화를 모색했던 일단의 젊은 화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한국화단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이 책은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2006년 11월 10일부터 2007년 1월 28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회의 도록으로 장 뒤뷔페의 초년기 작품에서부터 1942년 본격적인 화가활동을 시작해 1985년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작품 총 180여점으로 구성된 도록이다. 언제나 새로운 실험과 기발한 착상으로 빛났던 그의 작품은 시기별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며 한국관객과 독자들을 신선한 감동과 상상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