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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 론 제1부 서구 경험론의 공자주의적 이해 제1장 에피쿠로스의 소박경험론 제1절 학이불사의 공허한 인식론 1.1. 진리의 척도: 감각, 감정, 기성관념, 정신적 직관 1.2. 지식의 외래적 진리성에 대한 맹신과 회의론의 배격 제2절 쾌락주의적 행복론 대 합리적 도덕론 2.1. 쾌락의 감정과 감정적 행복: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아타락시아 2.2. 도구적 덕성과 ‘계약’으로서의 정의: 합리주의로의 퇴락 2.3. 신을 ‘실업자’로 만든 에피쿠로스의 이상한 신학 제2장 프란시스 베이컨의 ‘비판적 경험론’과 자연정복의 철학 제1절 베이컨의 ‘박학이신사’와 ‘술이부작' 1.1. 감각의 격상과 ‘자연의 해석’ 1.2. 인간 정신의 청소: 우상의 제거 1.3.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 1.4. ‘자연의 해석’: ‘사이불학’과 ‘부지이작’에 대한 비판 1.5. ‘꿀벌의 인식론’과 협력적, 공익적 지식 제2절 공자의 자연사랑과 베이컨의 자연정복 유토피아 2.1. 공자의 친자연적 지식과 자연사랑 2.2. 기독교적 자연정복과 그리스 지성주의의 ‘파멸적 야합’ 2.3. 지성주의적 자연정복관과 ‘뉴아틀란티스’ 제3장 토마스 홉스의 절대적 경험주의 제1절 홉스의 절대경험론: 근대적 소박경험론 1.1. 감각적 경험의 절대화 1.2. 절대적 지식과 조건적 지식 제2절 ‘지혜의 지배’의 비판 2.1. ‘지혜의 평등성’ 2.2. ‘지혜의 지배’와 철인치자에 대한 비판 제4장 존 로크의 회의론적 ‘궐의궐태’와 인간 지성의 한계 제1절 ‘인식의 한계’에 대한 계몽: 로크의 ‘궐의궐태’ 1.1. ‘평이한 박문지적 방법’의 경험론과 중용적 지식론 1.2. 퓌로니즘의 거부 제2절 본유관념과 본유인상의 부정 2.1. 관념과 인상의 본유성의 부정: 네오에피쿠리언적 오류 2.2. 인식론적, 도덕론적 백지론 제3절 객체적 인과성과 실체의 부정 3.1. 객관적 인과관계의 부정 3.2. 개연적 자연지식: 자연과학의 불가능성 제5장 아이작 뉴턴의 경험론적 자연철학과 ‘궐의궐태’ 제1절 뉴턴의 경건한 ‘궐의궐태’ 1.1. 불가지적 ‘사물의 원인’의 제외 1.2. ‘중력의 원인’의 불가지와 ‘부지이작’의 거부 제2절 현상적 인과관계와 시효적 자연지식 2.1. 현상적 인과성과 자연지식: 귀납적 시효지식 2.2. '프린키피아' 이후 인과율의 해소: 통계적 평균치 제6장 데이비드 흄의 ‘온고지신’과 ‘비판적 경험주의’의 완성 제1절 경험론적 ‘인간과학’의 확립 1.1. 경험론적 ‘인간과학’의 탄생과 역사적 의미 1.2. ‘궐의궐태’와 ‘이삭줍기’의 과학 제2절 흄의 인식론의 기본 구조 2.1. 인상과 관념, 감흥인상과 반성인상, 기억과 상상의 구분 2.2. 본유관념의 부정과 본유인상의 인정 2.3. 관념들의 연합과 실체의 부정 2.4. 수학적 관념: 감각적 인상의 복제물 제3절 인과율의 습관인상적 개념 3.1. ‘온고지신’의 인과성으로서의 습관적 연결인상 3.2. 추리적 명증성의 세 가지 근거 유형: 지식, 증명, 개연성 3.3. 동물의 이성: 공맹과 흄의 친화성 3.4. 모든 과학지식의 실천적 개연성과 불완전성 제4절 실체적 자아의 해체와 자아구상론 4.1. 실체적 주체의 해체: 단순한 ‘지각의 다발’로서의 ‘나’ 4.2. 흄의 구상론적 주체구성과 공자의 수신론적 주체구성 제5절 ‘완화된 회의론’: 아카데미아 회의주의 5.1. 독단적 이성과 회의적 이성의 변증법 5.2. 흄의 ‘완화된 회의론’과 공자의 중용적 회의론 제6절 ‘공론의 지배’: ‘지식의 지배’의 불가능성 6.1. 국가지배의 정통성의 원천과 국가발생의 원인 6.2. 이성의 광적 지식욕과 침략성 제2부 서구 합리론의 공자주의적 비판 제1장 플라톤의 변증론적 ‘사이불학’과 신화적 ‘부지이작’ 제1절 이성과 이데아의 인식 1.1. 감각의 기만성과 이성적 인식의 요청 1.2. 선의 이데아와 태양의 비유 제2절 이데아론 2.1. 동굴의 비유: 짐작, 믿음, 지성적 지식, 학적 지식 2.2. 이데아의 기원: 윤회와 상기 2.3. 선의 이데아: 중도 제3절 천재적 ‘지혜의 지배’: 철인치자 3.1. 선의 이데아의 인식능력과 권력요구 3.2. 플라톤의 이상국가: 철인치자의 나라 제2장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적 ‘사이불학’과 광적 ‘자유지식’ 제1절 이성적 직관과 논증 1.1. 유사 경험론과 논란 1.2. ‘이성적 직관’의 논증적 합리론 제2절 무제한적 자유지식과 전지적 ‘지식의 지배’ 2.1. ‘지식을 위한 지식’과 전지주의 2.2. ‘지식의 지배’: 아리스토텔레스적 지혜의 권력요구 2.3.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과 이데아론에 대한 비판 2.4. 영혼의 구조 제3장 아우구스티누스의 ‘격사치지’ 제1절 ‘시 팔로르 숨’: 내가 속는다면 나는 존재한다 1.1. 신앙조명설 1.2. 광적 지성주의: 삶을 초월하는 지식 제2절 감각의 격하, 수의 격상 2.1. 감각의 인정과 격하 2.2. 수의 격상 제3절 잠재적 살신과 지성적 자연지배 3.1. 지성주의적 도덕과 살신의 잠재성 3.2. 지성주의적 자연지배 제4장 데카르트의 표절적 ‘격사치지’ 제1절 전지적 이성과 도덕적 보수주의 1.1. 이성과 철인입법자: ‘지식의 지배’에 대한 요구 1.2. 확실한 지식과 전지주의 1.3. 확실한 지식을 위한 수학적 직관과 연역 1.4. 데카르트의 도덕적 보수주의와 임시도덕 제2절 격사치지와 생이지지 2.1. ‘코기토 에르고 숨’의 격사치지 2.2. 데카르트의 ‘생이지지’와 상기설 제3절 전지적 권력의지 3.1. ‘지식을 위한 지식’과 자연약탈 3.2. 권력의지로서의 자유의지: 지성주의적 인간지배와 자연지배 |
黃台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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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문명 시대,
동아시아문명의 비전과 공자철학의 부활!! 2011년 1월 11일 천안문광장에 우뚝 세워진 '공자상'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중국에서 공자가 부활하고 유교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날, 서양 정치철학 연구자로서 최근 유가와 주역 등의 텍스트를 소재로 통섭적, 학제적인 연구성과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황태연 교수(동국대, 정치학)가 공자사상을 '유교문명권'으로 통칭되는 동아시아문명권 및 세계사적 연관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공자와 세계』 (청계출판사) 다섯 권을 펴냈다. 부제는 '패치워크문명 시대의 공맹 정치철학'이다. 10년 간 준비하고 3년 간 집필한 200자 원고지 1만 매가 넘는 분량의 방대하고 치밀한 대작으로 총 4부작(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 제2권 『서양의 지식철학』, 제3권 『공자의 덕치철학』, 제4 『맹자의 혁명철학』) 중 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 3책(상·중·하)과 제2권 『서양의 지식철학』 2책(상·하)을 먼저 펴낸 것이다. 지은이는 지난 200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서양 정치철학을 다 해야 한다는 지적인 의무"감이 늘 있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서양 사상가들과 공자의 정치철학 간에 우연적인 유사점 이상의 공통분모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궁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저작 『공자와 세계』를 통해 그러한 지적 의무 이행과 지적 발견의 전모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책은 오늘날 패치워크문명 시대에 동아시아문명의 비전과 공자철학의 부활을 다룬다. 이 점에서 이 저작은 동서문명의 역전과 재역전의 문명사적 관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비교철학적 관점, 그리고 공자철학에 대한 재해석의 관점 등 세 가지 기본 관점을 견지한다. 따라서 이 저작은 이 관점들의 근본성, 논의의 보편성, 규모의 방대성 등에서 학문사적으로 매우 새로운 것이다."(p.7) 2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중국고대사, 공자의 철학과 평전, 동서문명교류사, 서양철학사, 사회경제사 및 정치사, 그리고 동서양 비교철학 등이 일관된 흐름 안에 포괄되어 있고 치밀하고 광범위한 문헌연구와 주석으로 뒷받침된다. 지은이는 백화점식 나열과 교과서적 정리가 아니라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모색하는 꼼꼼한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패치워크문명'이라는 독창적인 신개념과 거대담론을 제기한다. 문명론의 새 패러다임, '패치워크문명론' 지은이는 책의 서론에서 오늘날의 동아시아를 '짜깁기문명'으로 정의한다. "동아시아는 유교의 토착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일찍이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와 서구 기독교문명권에서 최근에 들어온 갖은 '양물들'을- 절충이 아니라 ― 짜깁기해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다문화 문명권'이다. … 외부 문명권에서 들어온 모든 인간들과 모든 문화조각들을 유교적 바탕 위에서 유교적인 실로 꿰매고 유교적인 접착제로 붙여 더욱 강력한 완전품으로 재생산된, 그리고 매일 재생산되고 있는 '짜깁기문명'인 셈이다."(p.27) 그리고 이 다문화적 '짜깁기문명'을 용어에서부터 짜깁기 냄새를 풍기기 위해 영어 '패치워크'와 동아시아어 '문명'을 짜깁기한 '패치워크문명(patchwork civilization)'으로 명명한다. '패치워크'는 원래 헝겊 조각들(patches)을 모아 꿰매고 이어 붙여 만든 완제품의 옷이나 보자기, 우산, 텐트, 이불 등 섬유제품을 말하는데, 오늘날은 문화 분야에 전의되어 기존의 여러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일이나 그 작품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오늘날은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심지어 '패치워크가족'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지은이는 이 용어를 문명론에 적용해 현대문명뿐만 아니라 구래의 유력한 문명들을 모두 '패치워크문명'으로 정의하는 한편, 근대 이후 교통통신과 문물교환에 의해 문명들이 서로 혼합되어 보편적 세계문명으로 수렴되리라는 라이프니츠류의 융합모델, 미국 중심의 서구화론인 세계화 담론이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등의 갈등모델을 모두 비판, 부정한다. 예컨대, 9.11테러를 탈냉전시대 서구 기독교문명권과 회교문명권 간의 '문명의 충돌'로 해석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불과한 테러를 문명 갈등의 '필연적' 현상으로 격상시켜 정당화해 주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 많은 '융합모델'과 '갈등모델'에 맞서, 문명현상 일반의 설명에 진정으로 타당한 일반모델로서 '패치워크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적절한 자기비판적 개방성을 전제할 때, 문명들은 때로 오해와 마찰이 없지 않을지라도 ―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낮은 곳에 모인 물은 수증기로 증발하여 다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순환을 반복하듯이 ― 서로 떵움과 영향을 주고받는 교류협력 속에서 고유한 전통에 새로운 수입문물을 짜깁기하여 자기정체성을 새로운 형태로 확대재생산하는 순환적 패치워크 과정을 거쳐 보다 복합적이고 보다 세련되고 보다 고차적인 문화를 창조해 나간다."(p.35) 이처럼 성공적인 패치워크를 통해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명들이 덜 폐쇄적이고 덜 배타적이어야 하고 더 개방적이고 더 자기비판적이어야 한다. 개방성과 자기비판능력이 많은 문명은 강력하고 수준 높고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가운데 계속 번영하는 반면, 개방성과 자기비판능력이 적은 문명은 허약하고 수준 낮고 퇴행적인 가운데 결국 타락하고 영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패치워크의 매우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17-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였고, 그 반대사례가 서세동점 시기의 동아시아였다. 유럽의 근대문명은 공자주의를 받아들인 패치워크의 결과 그런데 이 책의 주안점 가운데 하나는 이와 같은 패치워크가 서세동점의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 역사적 실례와 증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지은이는 "르네상스에 이어진 18세기의 계몽주의는 중국의 철학사상과 지식, 교육제도, 예술, 특히 공자철학을 받아들여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을 비판하고 밀어낸 일대 사상, 문예혁명이었다."(p.41)고 단언하고 수학이라든가 화약과 무기 등과 같은 문명 요소의 미시적 동세서점 양상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어, 18세기 서구의 계몽주의가 공자의 영향 아래 이루어졌다는 가설에 대한 비교철학적 논증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시도한다. 공자와 맹자의 철학이 18세기 유럽에 세계관적 일대 충격을 가하면서 서구 사상계를 혁명적으로 뒤엎고 서구 계몽주의의 태동과 형성을 촉진했음을 라이프니츠, 크리스천 볼프, 볼테르, 케네, 흄, 아담 스미스 등 주요 계몽철학자들의 원전 및 이 주제에 관한 서구인들의 최근 저작에 근거하여 밝히고 논한다. "17세기 말에 스피노자, 커드워쓰, 컴벌랜드 등 서너 명의 유럽 철학자들이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의 중압 속에서 공맹철학의 '일부분'을 '훔쳐 쓴' 것과는 대조적으로, 18세기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을 뒤로 밀어내고 공자를 '공공연하게' 찬양하며 공자철학과 중국문화 '전반'을 유럽화하고 공자를 '수호성인(the patron saint)'으로 삼아 동서패치워크 철학운동으로서의 계몽주의 사상운동을 일으켰던 것이다."(p.389) 또한 공자의 인식이론을 해석적 경험론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베이컨에서 흄에 이르는 계몽시대 영국경험론과의 친화성을 규명하는 한편 플라톤에서 칸트에 이르는 서양 합리론을 공자의 관점에서 정교하게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존 로크 이후 영국 경험론을 대표하는 샤프스베리, 허치슨 등 18세기 서양 경험론자들은 도덕철학 분야에서 공자철학의 영향을 비교적 정통적으로 수용했다. 경험론과 마찬가지로 18세기 서양 합리론도 공자주의의 세례를 받았다. 라이프니츠, 크리스천 볼프 등 18세기 초의 합리론자들은 공자철학을 합리적으로 굴절시키고 본질적으로 오해했을지라도 공자철학의 많은 자극을 수용했다. 반면 볼테르, 케네, 미라보 등 18세기 중후반의 철학자들은 공맹철학을 숭상하고 이로부터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 시장의 자유 등 무위이치와 관용의 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수적 데카르트주의의 독기를 해독하고 합리주의 철학을 혁명적 계몽철학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케네는 경제학 분야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제도와 철학을 대변했고 이를 통해 근대 정치경제학을 창시했다. 케네는 고유한 유럽적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단순히 공자와 중국의 현실을 사례로 쓴 것이 아니라 중국의 농본주의와 자유상업론을 바탕으로 삼아 서양 고유의 자연법사상을 중국적으로 패치워크하여 공자의 무위이치 사상에 기초한 자연적 질서의 정치경제 철학으로 변형해 중농주의를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케네의 중농주의를 통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탄생했다. "케네의 '자연적 질서'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사상의 새롭고 획기적인 점은 자연법사상을 '사심과 빈곤에 찌든 경제영역'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경제적 적용은 두 가지 앎, 즉 첫째는 경제적 사익의 자유로운 추구 속에서 개인들의 부가 최대로 증대된다는 것에 대한 앎과, 이 증대된 개인적 부가 국부(공공복리)의 증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에 대한 앎에 기초했다. 이 두 가지 앎이 바로 '중국산'이다."(p.861) 이처럼 서구 계몽주의 전반에 대한 공자철학의 영향을 살펴보는 일은 일부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부정했던 공맹철학의 세계적 보편타당성을 반사적으로 입증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19세기 동아시아문명의 퇴락과 21세기의 무도동기 이와 반대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걸친 동아시아문명의 퇴락과 사상적 퇴조의 원인므 지은이는 '양이'라는 말로 집약해 설명한다. 17, 18세기 내내, 그리고 19세기 중반까지도 동아시아는 서양 사람들을 '서양오랑캐'로 깔보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동아시아를 거대한 '지리산 청학동'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서양이 17-18세기에 패치워크에 성공한 반면, 동아시아는 활짝 열린 이 패치워크의 기회를 스스로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17-18세기에 벌어진 이 역사적 과실의 참혹한 후과는 중국의 1차 아편전쟁의 패배와 조세주권의 양도를 처음 법제화하는 치욕스런 남경조약(1842)으로 현실화된다. 이때부터 1970-80년 독자적 국가발전에 성공하여 주권을 굳건히 하기까지 무려 130여 년 동안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압박과 설움의 역사'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은이는 20세기 중반 이래 시작된 동아시아의 부흥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치열한 '서구 배우기'와 패치워크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서구문명이 오만한 합리주의 사조를 신봉하며 침략과 착취, 무자비한 인간학살과 무분별한 자연파괴로 멍들어 가는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서구 따라잡기에 열중하여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구의 과학기술, 즉 서기를 따라잡아 동기를 이루었지만 동도는 온데간데없는 무도동기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동도재건'의 길은 "서구철학의 경험주의 사조와의 긴밀한 연대와 합리주의와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공맹철학을 패치워크화하여 재창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패치워킹을 통해 리폼된 공자철학을 전통적 '유교'나 '유학'과 대비시키고자 '공자주의(Confucianism)'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 저작은 동서고금의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공맹철학의 모든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일신하여 심화시키고 현대화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문명적 굴욕을 모르는 양 낡은 해석들을 패치워크문명 시대에도 그대로 답습하고 반복하는 기존 동양학의 공맹 이해와 본질적으로 차별된다."(p.65) 공자주의에 입각한 동아시아 연대론과 통일론 지은이에 따르면 이러한 창조적 재해석의 패치워크 과업을 수행하기에 한국은 매우 유리한 문화적 지형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유교적 전통문명과 공자철학을 정면 부정했고, 전통의 파괴에 따르는 쓰라린 고통과 손실을 뼈저리게 느낀 후에야 입장을 선회해 전통으로 돌아왔는데, 오직 한국만이 자신의 유교 전통과 토속문화를 부정하지 않고 개화, 서구화, 근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국은 험난한 근대화 과정에서도 유교문화 전통을 보듬어 안고 갱신하면서 새로운 외래문명을 받아들이는 패치워크문화를 추구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패치워크국가론의 시각으로 볼 때 최근 이주노동자 급증에 의한 다문화 현상도 '문제'가 아니라 번영의 '기회'다. "한국은 험난한 근대화 과정에서도 일본의 '탈아입구론'에 매혹된 친일개화파의 갑신정변을 '삼일천하'로 끝낸 뒤 유교문화 전통을 보듬어 안고 갱신하면서 새로운 외래문명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패치워크문화를 추구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어와 사는 이주민들의 급증으로 다시 한 번 다문화의 '패치워크국가'로 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문화 현상에서 '문제'가 아니라 '번영의 기회'를 보는 밝은 지혜를 갖게 한다." 한국은 '자기부정'보다는 열린 자기비판을 통해 유교문화의 전통과 동양의학 등을 중국보다 오히려 더 잘 보존, 갱신해 왔고, 따라서 동아시아 유교패치워크문명의 부상과 동아시아인들의 자존심 회복에 걸맞은 공맹철학의 혁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나아가 지은이는 동아시아에 상존하는 유교적 생활문화의 전통적 동질성과 공감대를 다시 활성화하고 선용하여 '동아시아문화경제공동체(CECEA: Cultural and Economic Community of East Asia)'와 같은 연대구조를 만들어 상호간의 선린유대와 공동번영의 항구적 틀을 강화해 나간다면 남한과 북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한과 북한의 일대일 통일, 중국과 대만의 일대일 통일이라는 전통적 통일노선은 동아시아의 대립적 이데올로기 지형 속에서 특정 국가들의 실존적 불안을 야기하는 엄청난 세력변동과 안보위험을 초래하고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와 저항'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 계열의 서구 합리주의 공산철학을 버리고 분단된 다른 쪽 땅과의 유교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해 나간다면, 분단국가들 간의 완전한 정치적 신뢰와 통일의 날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고, 통일국가의 정치사상적 기반 구축도 그만큼 손쉬워지는 것이다."(p.68)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저작의 가장 큰 장점은 지은이가 실제로 자신이 주장하는 창조적 패치워크와 공자철학의 재해석 작업을 직접 시도하고 있으며, 그 작업이 매우 방대하고도 정교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주로 문학에서 일찍이 제기된 동아시아 담론은 비평과 창작 부문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지만 철학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외래사상의 백화점으로 전락한 한국 사상계에서 이 저작이 갖는 의의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다종의 언어장벽과 연구자를 압도하는 체계의 규모와 위세에 눌리지 않고 동서양 고전의 텍스트 속으로 직접 들어가 성실하고 우직한 사유를 감행한다면 국내 학자들도 독창적인 노작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