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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모든 날들에 허락된 선물, 은총
작가의 말 불량신부의 감사 인사 1장 우리는 사실 그렇게 착하지 않습니다 1. 우울한 자캐오 2. 쉬어야 합니다 3. 쉽지 않은 사람들 4. 워커 홀릭의 대명사, 마르타 성녀 5. 할머니 예언자, 한나 6. 느리고 더딘 열두 사도 7. 공평한 사랑 8. 누구십니까 9. 부활의 첫 목격자 10. 오지 않은 미래 11. 길과 빛 2장 포근한 대침묵 1. 모든 불이 지나간 뒤 2. 저는 아니겠지요 3. 화를 잘 내십시오 4. 작은 것의 무게 5. 나중에 온 이에게도 6. 사등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7. 돈과 구원 8. 예수님도 환영받지 못하셨습니다 9. 두려워 마라 10. 포근한 대침묵 11. 피정 생활 12. 봐주는 마음 3장 실천적 수업 1. 무관심의 세계화 2. 거리 한복판의 하느님 3. 멀리서 걸어온 사람 4. 죄에 대한 묵상 5. 고요하고, 고요한 6. 노동자 성 요셉 7. 실천적 수업 8. 의로움의 인도 9. 탈진실의 세상 10. 마리아는 길을 떠났다 11. 빗속 걷기 보속 4장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1. ‘교회’라는 생명력 2. 울지 마라, 그리고 일어나라 3. 단순한 해결 4. 영원히 머물 것처럼, 내일 떠날 것처럼 5.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6. 간고등어와 순두부 7. 훼방꾼들 8. 꽃 진 자리에 대한 묵상 9. 현생의 가치 10. 들판에서 11. ‘왜’라는 질문 5장 기도 시간 1. 그저 할 일 2. 은총의 대화 3. 들으십시오 4. 주님의 기도 5. 신학교 기도 경쟁 6. 거룩한 심장으로 7. 고해자가 없습니다 8. 은총 수업 9. 네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10. 세례 의식 11. 열매의 네 가지 행로 6장 회복의 신학 1. 용서의 문제 2. 여름, 버스 정류장 3. 돌아오기 4. 나무처럼 똑똑히 5. 기쁨에 관한 당부 6. 믿음은 우산을 준비하는 것 7. 글라라 할머니의 가르침 8. 첫비 9. 호수와 풍랑 10. 아주 작은 믿음이라도 11. 이미 빛이고 소금인 12. 부재의 시간 7장 하느님 사랑을 닮은 사람 1. 첫 강복 이야기 2. 마음 두지 말 것 3. 하느님 사랑을 닮은 사람 4. ‘홀로 아이’가 아닙니다 5. 서툴게 내민 손 6. 고향 장단의 당산나무 7. 수유동 어느 성당에서 8. 마치 당신의 마지막 미사인 것처럼 9. 앵무새의 전언 10. 지난 시간은 괜찮았습니다 11. 대림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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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마주치는 이들에게서 예수님을 찾습니까? 한 지붕을 이고 살며 지겹게 만나는 가족에게서 하느님 모습을 봅니까? 지하철 좌석에 앉아 피곤함에 고개를 떨군 누군가에게서 주님 모습을 확인합니까?
---「할머니 예언자, 한나」 내 몫이 작지 않고 이 일이 별 볼일 없지 않으며 내가 모자라서 불 앞에서 평생을 보내지 않았다는 선연한 깨달음. 예수님도 마르타 밥 먹고 하느님 나라를 전하셨다는 자부심! ---「워커 홀릭의 대명사, 마르타 성녀」 우리는 안식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사랑과 은총을 바라보고 음미하고 그 속에 잠기는 것. 안식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쉬어야 합니다」 1980년대 군사독재가 최대 악이고 공공의 적이던 시절에는 이 정권만 무너지면 정의로운 세상이 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많은 이의 헌신과 희생이 모여 민주 정치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의가 온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정의는 여전히 미완성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고 성품성사를 받고 사제로 살아갑니다. 저는 더 거룩한 사람, 괜찮은 사람, 의로운 사람이 되었을까요? 스스로 그렇게 장담한다면 착각일 테고 신자분들께서 그렇게 오해하신다면 아니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의로움의 인도」 강한 사람은 울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눈물을 배웁니다. 눈물은 사랑하는 이의 훈장입니다. ---「무관심의 세계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 ) 사랑하여라’의 빈 자리에 어떤 말을 넣으셨습니까?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답은 ‘나를’입니다. (…) 그런데 빈칸 안에는 ‘서로’가 들어갔습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들을 상대방이 없는 말이 독백입니다. 결국 자기를 향한 말이지요. 하느님의 말씀은 당신을 향한 말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를 위한 하늘의 커뮤니케이션이니 듣고 경청하는 자가 반드시 필요하지요. ---「은총의 대화」 “새신부님들, 잊지 마세요. 그리스도인이 기쁘지 않다는 것은 죄입니다.” (…) 기쁨 없는 완벽함이 아니라 기쁨 가득한 허술함이야말로 오히려 주님께 드려야 할 영광입니다. ---「기쁨에 관한 당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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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에서 세상으로, 다시 한 사람의 삶으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은총이 “나 혼자 독차지하는 상”이 아니라고 전한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은총은 그 사람에게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사회를 향해 번져갈 때, 마침내 삶의 총체적 질서를 다시 세우고 모두를 축복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은총’은 기도에 대한 극적인 응답이나 뜻밖의 행운처럼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햇빛과 바람, 내리는 비와 눈송이처럼 누구에게나 이미 주어져 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한 신의 선물에 가깝다. 『은총 수업』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어 평범한 하루와 사람들 사이에 이미 도착해 있는 은총을 발견해보자고 권한다. 제목에 ‘수업’이라는 단어가 쓰였으나 이 책은 삶의 정답을 먼저 내놓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날마다 지나치는 사람과 장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그 작은 시선의 변화가 은총을 알아보는 첫걸음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총 일곱 개 장(章)으로 나뉜 『은총 수업』에는 성경 속 인물과 사제의 일상, 한국 사회의 문제와 개인적인 고백이 폭넓게 담겨 있다. 각각의 글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작하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사람의 얼굴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세상으로 흘려보내며, 부족한 모습 그대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일이다. 1장 ‘우리는 사실 그렇게 착하지 않습니다’에서는 복음 속 인물들에게서 오늘 우리의 얼굴을 찾는다. 사람들 틈에 섞이지 못해 나무 위로 올라간 자캐오, 자신의 소명이 이루어지기를 평생 기다린 예언자 한나, 느리고 더딘 열두 사도는 완성된 성인이라기보다 저마다 고립되고 기다리며 배워가는 사람들이다. 그 시선은 이름 없이 자기 몫을 다해온 이웃들에게도 이어진다. 평생 수도원의 부엌을 지킨 노수녀는 “내가 지은 밥 세 끼 먹고 신부도 주교도 되었다”고 말한다. 누구도 크게 알아주지 않았던 수고가 수많은 사람을 먹이고 길러낸 것이다. 쉼 없이 달리는 삶을 경계하는 저자 남상근 라파엘 신부는 안식 역시 인간과 세상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2장 ‘포근한 대침묵’은 소란한 나날 속에서 중심을 잡는 법을 다룬다. 폭군을 피해 호렙산에 숨어든 엘리야는 거센 바람과 지진과 불이 지나간 뒤에야 “조용하고 부드럽게, 아주 여리고 희미하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다. 묵묵히 밥을 짓고, 지친 몸을 쉬게 하고, 말없이 곁을 지키는 평범한 일상도 은총이 드나드는 자리가 된다. 3장 ‘실천적 수업’에서 저자는 사제복을 입은 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앞으로 걸어 나온다. 무관심의 세계화와 노동, 가짜뉴스와 탈진실을 이야기하고, 민주화 이후에도 정의가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짚는다. 신앙은 추상적인 교리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바라보고 불의에 응답하는 태도가 된다. 4장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을 다시 읽는다. 사랑은 하느님을 향해 수직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향해야 한다. 먼저 손을 내밀고 되돌려받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사랑의 실천이다. 5장 ‘기도 시간’에서는 기도를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로 바라본다. 기도는 자신의 말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응답하는 일이다. 신학교 시절 누가 더 오래 기도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기도 경쟁’을 돌아보며, 기도의 본질이 시간이나 형식보다 듣는 태도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6장 ‘회복의 신학’ 속 한 편의 글에서 저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빌려 용서를 감정이 아닌 ‘갚음’의 문제로 다시 정의한다. 잘못을 고백했다면 무너뜨린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상처 입힌 것을 회복하려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입술로만 고백하는 것으로 충분합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갚음이 있어야 합니다. (…) 가톨릭에서는 예전부터 ‘기워 갚는다’는 표현을 쓰곤 했습니다. 죄나 잘못, 혹은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거나 봉합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리로 돌려놓고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입니다. —「용서의 문제」에서 남상근 라파엘 신부는 무거운 질문을 소박하고 선명한 일화 안에 담아낸다. 비를 내려달라는 미사를 드리던 날 정말 비가 쏟아지자, 모니카 할머니만은 미리 챙겨온 우산을 펼친다. 성탄 판공성사를 위해 양로원을 찾은 신부에게 글라라 할머니도 말한다. “예수님은 따뜻한 곳에 오신다고 합니다. 마음이 냉랭한 데는 안 오신답니다.” 타인의 말을 듣고, 외로운 사람 곁에 머물고, 잘못한 것을 갚으며, 불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일. 『은총 수업』에서 신앙의 언어는 교회 안에서 출발해 세상 한복판의 구체적인 행동이 된다. 7장 ‘하느님 사랑을 닮은 사람’은 저자가 사제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이후의 삶을 되짚는 자전적 기록이다. 성가복지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수녀님의 권유로 사제의 길을 생각한 일, 영신 수련 피정 중 어머니의 부고를 받은 새벽의 일화 등을 차분히 들려준다.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한 고백과 10년 넘게 앵무새를 돌봐온 일상도 복음에 대한 묵상과 어우러진다. 남상근 신부는 스스로를 ‘불량신부’라고 부른다. 새신부 시절 한 청년에게 “신부님은 매사에 왜 그렇게 불량스러워요?”라는 말을 들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불량(不良)을 새벽 ‘불(昢)’과 서늘할 ‘량(凉)’으로 바꾸어 ‘불량신부(昢凉神父)’를 필명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좋은 뜻을 덧입히는 데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불량(不良)이면 어떻고 불량(昢凉)이면 어떻습니까. 모자란 이를 더 아끼는 하느님이시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급함과 메마름, 사제로 살아오며 느낀 부끄러움을 숨김없이 꺼내놓는다. 그의 글에는 자신을 모범적인 사제로 내세우려는 꾸밈이 없다. 웃고 머뭇거리며 후회하고, 때로는 믿지 못하면서도 다시 믿어보려는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 솔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신앙은 완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이 아니라, 부족한 채로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로 떠나는 은총의 여정 남상근 신부는 사제로 살아온 25년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는 지나온 시간을 미화하거나 회한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괜찮았다’고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을 이끌어준 존재들을 새롭게 발견한다. 사제로서 만난 사람들, 자신을 가르친 수많은 이웃, 곁을 지켜준 앵무새들까지 모두 하느님이 보내준 ‘영성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이제 살아갈 날들을 향한다. 나즘 히크메트의 시구처럼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오늘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선물로 받아들일 때, 하느님이 건넬 가장 좋은 것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을 힘도 생긴다. 지나온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앞으로의 시간을 향한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이의 헛헛한 마음은 오늘 하루를 다시 들여다볼 때 채워지기 시작한다. 하루를 살아내느라 지친 사람, 불안 속에서도 다시 한 발을 내딛고 싶은 사람, 믿음과 사랑을 생활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은총 수업』은 그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은총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오늘의 선물을 알아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권하는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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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수업』을 읽으며 저는 마치 여름날 나무 아래에 서있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만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어느 상점의 친절한 차양 밑에 들어선 듯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한발을 딛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두 할머님들의 이야기는 아주 깊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기우제를 치러달라는 신자들의 성원에 미사를 진행하던 중 정말 비가 쏟아집니다. 모두 놀라 흩어지는데 오직 모니카 할머니만이 유유히 우산을 펼칩니다. 믿음이란 얼마나 실천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이 장면을 통해 전달됩니다. 믿음은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산을 준비하는 것 같은 작은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소중히 받아안습니다.
한편 양로원으로 찾아가 아흔이 넘은 글라라 할머님께 듣는 그리스도교 정신은 얼마나 간명하고 아름다운가요. “예수님은 마음이 따뜻해야 오셔. 냉랭하면 안 오셔” 하는 말씀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위해 세상 한복판에서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됩니다. -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 |